이번 연말연시 여행은 금박의 도시 가나자와(金沢)로!

코시국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해외여행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작년에 다녀온 오키나와를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일본국내 여행 수요가 높아지다보니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그래도 기념에 남을 만한 여행을 하고 싶어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기로 하고 찾아보던 중 가나자와를 가보기로 했다.

(참고로 가나자와는 금박(金箔)으로도 유명한데 금박 커피, 금박 아이스크림, 금박 술 등 먹거리 뿐만 아니라 금박이 들어간 찻잔 등 다양한 금박 활용 상품을 지역 특산물로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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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가나자와까지 거리… 멀기는 멀다. (출처: 구글맵)

#첫날: 도쿄 → 가나자와

내가 살고 있는 도쿄에서 가나자와까지는 대략 466km. 지난번 여름휴가 때 방문했던 마츠모토시보다도 멀다. 차로 무려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그냥 드라이브 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ㅎㅎㅎ (신칸센은 편도 14,000엔 정도 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렌트카를 선택)

정체중인 일본의 고속도로 모습.
정체중인 일본 고속도로 모습.

그렇지 않아도 먼 거리인데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정체가 시작되었다. 연말연시로 인해 어느정도 밀릴 것은 예상했지만 터널내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해서 … 10km 구간을 빠져나가는데 2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ㅜㅜ (정말 언제 어디서든 안전운전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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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느낌을 내고 싶어 선택한 컵라면…(개인적으로는 실패였다.)

도착하니 이미 밤8시. 주변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숙소는 가나자와역 근처였는데 역시 중심지여서 그런지 이시간대 대부분 식당이 자리가 만석이었다. 그나마 오사카풍 꼬치집이 자리가 비어 있어서 들어가서 생맥주에 꼬치를 먹었는데, 가나자와까지 와서 오사카풍…을 먹어야 하나하는 자괴감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지역한정 컵라면을 사버렸다. 이렇게 첫날이 끝-!

#둘째날: 오우미쵸시장 → 히가시차야가이스즈온천

둘째날은 원래 가나자와역 근처에 있는 21세기 미술관(金沢21世紀美術館)을 방문하려고 했다. 그런데 연말연시 연휴 기간 동안 휴관이었다. ㅠ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정에서 생략

주소: 21세기 미술관 920-8509 石川県金沢市広坂1丁目2−1 영업시간 (오전 9시 ~ 저녁 10시)

아침 이른시간부터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일본의 수산시장
아침 이른시간부터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일본의 수산시장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는 씻고 바로 수산시장인 오우미쵸시장(近江町市場)을 방문했다. 약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시장이라고 한다. 가나자와는 동해에 인접한 지역이라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코로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시장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소: 오우미쵸시장 〒920-0905 石川県金沢市上近江町50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5시)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카이센돈(海鮮丼)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카이센돈(海鮮丼)

시장내에는 게나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 뿐만 아니라 초밥집이나 일본식 회덥밥인 카이센돈을 파는 식당도 많이 있었다. 우리는 아침메뉴로 카이센돈을 선택! 이 한그릇을 먹기위해 핫팩을 터뜨리고 3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신선하고 산뜻한 맛이어서 금새 한그릇을 해치웠다.

비가 그친지 얼마 되지 않은 히가시차야가이 모습.
비가 그친지 얼마 되지 않은 히가시차야가이 모습.

밥을 먹고 디저트로 차를 먹기 위해 오우미쵸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가자나와의 명물 차거리 히가시차야가이(ひがし茶屋街)로 이동했다. 왠지 교토 같은 고풍 스러운 건물들과 정갈한 길들 사이로 찻집이 늘어서 있었다. 분위기가 이쁘다 보니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소: 히가시차야가이 〒920-0831 石川県金沢市

찻집 창문을 통해 바라본 히가시차야가이 모습.
찻집 창문을 통해 바라본 히가시차야가이 모습.
말차가루(?)가 올라가 있는 말차라떼
말차가루(?)가 올라가 있는 말차라떼

우리가 들어간 찻집은 이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창밖으로 주변 풍경을 보면서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 일찍부터 추위에 떨었는데 몸도 녹고 깊은 말차의 향도 느낄 수 있어서 왠지 힐링이 되었다.

점포명: 야나기안 (茶房 やなぎ庵) 〒920-0831 石川県金沢市東山1丁目13−24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5시)

차를 마시고 나서 몸이 나른해지기 전에 다음 행선지로 출발! 이번 여행 자체가 오션뷰를 즐기는 드라이브였기 때문에 다음 목적지로는 가나자와에서 30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치리하마나기사 드라이브웨이(千里浜なぎさドライブウェイ)였다. 그런데… 연말연시나 눈비가 오는 시기에는 통제를 하나보다… ㅠㅠ 결국 가지 못하고 패스.

점심으로 먹은 하치방라멘
점심으로 먹은 하치방라멘 (돈코츠쇼유맛을 선택했다.)

드라이브는 즐겁지만 금새 또 배가 고파진 우리 일행. 그래서 점심으로는 이시카와현(石川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야차라멘 전문점 하치방라멘(8番ラーメン)을 선택했다. 토핑으로 8이라고 쓰여진 오뎅?이 올라가 있는게 인상적이다.

점포: 하치방라멘 타카마츠점 (8番らーめん 高松店) 영업시간(오전11시~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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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에서 다음 목적지까지도 무려 2시간이 걸렸다. 일본 넓기는 넓다!

점심을 먹고 바다 근처에 위치한 다음 숙박 예정지인 스즈온천 노토지조(珠洲温泉 のとじ荘)를 향했다. 가는 길도 뻥 뚤린 바다를 보니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저 건너편에 한국이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한국이 더욱 그리워졌다. ㅎㅎㅎ

주소: 스즈온천 노토지조 〒927-1222 石川県珠洲市宝立町鵜飼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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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눈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일단 이뻤다.

#셋째날~넷째날: → 후지카와구치코마치

호텔에 도착해서는 바로 짐 풀고 온천을 즐겼다. 그냥 큰 탕 하나가 있는 조그마한 온천이었는데 창 밖으로 동해바다가 보였다. (위에 사진과 같은 풍경이 보인다.) 온천을 하고 나서는 미리 사온 음식들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호텔 근처에는 상점이나 편의점 등이 없기 때문에 가나자와에 있는 마트에서 잔뜩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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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대비해서 장화를 가지고 왔었는데 눈이 올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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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눈에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눈사람도 만들었다.

그나저나 다음날은 눈이 온다고는 했는데 적설량 1cm정도라고 해서 안심하고 잤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이건 절대 1cm가 아니라 어릴적 강원도에서 겪어 봤던 수준의 그 눈이었다!!!!

스노우체인도 없어서 이거 집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일단 눈을 즐기기로 하고 잠시나마 뽀드득 하는 눈 밟는 소리도 즐기고 눈사람도 만들어 보왔다. 그리고 눈 내리는 풍경과 함께 하는 노천온천은 정말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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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가득히 쌓인 눈… 지금 봐도 끔찍하다.

이제는 다시 도쿄쪽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 밤사이에 차는 눈에 파묻혀 있었다. 급히 호텔에서 구비해 둔 제설용 삽으로 차에 쌓인 눈을 치우고 시동을 걸어 출발~! 다음날인 새해 첫날은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서 해돋이를 하기 위해 야마나시현으로 향했다. (원래 오는 길에 갓쇼즈쿠리마을 (相倉合掌造り集落)에 들를 예정이었으나 폭설로 취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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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나시현으로 가는 경로. 무려 나가노 부근까지 눈길을 달려 온 것이다…

다만 가는 동안 눈은 오히려 더욱 심해졌고 일부 중심가를 제외하고는 제설작업이 되지 않은 곳들도 많이 있어서 정말 숨죽이며 운전을 했다. 변속기도 수동모드로 변경하고 거의 2~3단 사이로만 움직였다. 한번은 언덕을 올라가지 못하고 바퀴가 헛도는 상황이 발생. 다행이도 유튜브에서 봤던 대응법(?)을 떠올려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새해 첫날 아침 바라본 후지산.
새해 첫날 아침 바라본 후지산.

폭설로 인해 도로나 고속도로들이 통제되어서 반나절 이상을 눈길을 달렸다. 간신히 통행 가능한 고속도로로 합류에 성공하고 후지산이 보이는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정보 : Hostel 1889 (〒403-0005 山梨県富士吉田市上吉田2丁目6−3)

다행이 이 지역은 눈이 내리지 않았고 새해 첫날은 날씨가 맑았다. 일출 시간 전에 일어나 호스텔 옥상에서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었다. 해는 비록 후지산이 아닌 그 좌측방면에서 떠올랐고 너무 추워서 동이 트는 것만 보고 내려왔다.

이렇게 이번 연말연시 여행이 끝이났다. 사진을 찍을 정신도 없었던 것 같다. 무려 1,000km가 넘는 주행거리에 출발하는 날부터 사고로 인한 정체, 돌아오는 날은 눈으로 인해 정말 힘들었지만 즐겁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아마 올해에 있을 어려움을 잘 견뎌내라고 하늘이 미리 (극복 할 수 있는) 시련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올 연말에는 코로나 걱정 없이 여행 갈 수 있게 되어 동남아에서 맞이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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