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휴가는 나가노현이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도 있고 해서 바다나 수영장은 피하는 쪽으로 목표를 잡았다. 최대한 인파가 적으면서도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렇게 찾다가 우리는 나가노현 마츠모토시로 이번 여름휴가지를 정했다.
마츠모토시는 나가노현 중앙에 위치한 내륙지역이다. 일본 알프스 쪽으로 가는 관문 역할도 하면서 마츠모토 성곽 등이 있어 관광지로서도 알려져있다고 한다. 도쿄 신주쿠역에서 마츠모토시까지 가는 아즈사(あずさ)호를 타고 갈 수 도 있지만 우리 일행은 조금 더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 자동차(렌트)를 선택했다. 그럼 출바알~!
1일차. 다이오와사비농장 → 아즈미노 스위스무라
#다이오 와사비 농장 (大王わさび農場)
우리가 처음 방문한 곳은 다이오 와사비 농장. 이곳은 마츠모토시는 아니고 그보다 30분정도 떨어진 곳인 아즈미노시(安曇野市)에 위치해있다.
그냥 조그마한 와사비농장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와사비농장 전체가 큰 공원처럼 되어 있어서 날씨만 좋다면 중간 중간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농장내 카페에서 산 음료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다. (불행이도 우리가 간 날은 비오는 날이었다 ㅠㅠ)
농장에 들어서면 와사비 오브제가 눈에 들어 온다. 이곳 전체가 와사비를 재배하는 곳이라고 하니 신기하다.
와사비는 맑은 물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늘막 밑으로 한쪽 라인은 와사비, 또 한쪽 라인은 맑은 물이 흘러가고 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도 산에서 내려 오는 물인지 상당히 맑았다.
와사비농장 전체를 천천히 한바퀴 둘러보는데 대략 20분정도 소요 되었던 것 같다. 사람들 없는 곳에서는 잠깐 마스크를 내려서 주변의 신선한 공기도 들이 마셔보고 와사비 밭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을 보며 마음을 정화 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한바퀴를 둘러보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농장내 자리 잡고 있는 식당 중 한 곳인 다이오앙에 들어가 보았다. (또 다른 곳은 스테이크 가게이다.)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 주문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생 와사비를 나온다. 이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열심히 강판에 갈면 된다. 생와사비를 갈으는 체험도 재밌다.
생와사비의 신선하면서도 맵삭한 향이 밥을 먹는 내내 입안에서 맴 돌았다. 가끔 뭉친 와사비를 씹으면 코가 한방에 뻥 뚤리는 정신 혼미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건강해지는 맛!
그리고 농장 입구에 있는 매장에서는 생와바시를 포함 각종 와사비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나도 나중에 고기 먹을때 쓸 생와사비 튜브(갈아진 것)을 샀다.
#아즈미노 스위스무라 (安曇野スイス村)
그 다음 방문한 곳은 아즈미노 스위스무라. 정확한 유래나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지역 특산품 등이나 간단한 선물 등을 구매할 수 있고 푸드코트에서 라멘이나 카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사실 논밭 아트 (탄보 아토田んぼアート)를 보기 위해서였다.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저 그림! 여기에서는 주기적으로 논밭 아트 그림을 바꾸어 가며 이목을 끌고 있다고 한다.
현재 기간(6/19~9/26)에는 6/19~9/26 나가노현 출신 스모선수인 미타케우미 히사시 (御嶽海 久司. みたけうみ ひさし)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단, 이 아트 감상을 위해 300엔을 지불해야 한다. 이것 말고는 특별히 볼거리가 없기에 조금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아깝지는 않다.
위치 : 〒399-8201 長野県安曇野市豊科南穂高5555−1
#마츠모토 츠나구 요코쵸 (本つなぐ横丁)
이렇게 둘러보고 나니 금새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아즈미노시에서 차량으로 약 30분정도 이동하면 숙소가 있는 마츠모토시에 도착한다. 우리가 머문 곳은 마츠모토역 근처였다. 짐을 얼릉 풀어두고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았다. 다양한 식당들이 있었지만 시원한 맥주를 먹고 싶은 마음에 찾은 곳이 바로 마츠모토 츠나구 요코쵸!
다행이도 숙소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다. 포차 같은 느낌의 일본 식당 여러곳이 푸드코트처럼 몰려 있는 곳이다.
총 12개의 점포가 위치해있다. 해산물 요리, 야키토리, 스시, 그리고 한국요리점까지 다양한 점포들이 자리해 있었다!
우리는 10번의 야키토리집에서 꼬치와 곱창요리에 맥주를 벌컥 벌컥 원샷을 했고, 뒤이어 바로 건너편에 있는 5번 한국철판요리점에서 김치지지미와 바사시(말회:馬刺し)를 먹었다.
맛도 나쁘지 않고 가볍게 맥주 한잔과 배 채우기 좋았다. 따로 자리값 등도 없고 해서 생각보다 저렴하게 먹은 기분이었다. 다행이 이날은 늦게까지 영업을 했는데 다음날인 8월 15일부터 코로나 영향으로 영업시간 단축을 해서 오후 8시면 끝이 났다. (둘째날도 이곳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위치 : 〒390-0815 長野県松本市深志1丁目3−21
2일차. 마츠모토성 → 아즈미노 치히로 미술관
#마츠모토성
둘째날 아침. 방문한 곳은 마츠모토성(松本城). 마츠모토성은 일본의 국보(国宝)로 지정 된 곳으로서 현존 하는 오중 천수각을 볼 수 있는 곳은 이곳과 효고현에 있는 히메지성(姫路城)뿐이라고 한다.
참고로 성 내부를 관람할 수 도 있는데 관람료는 성인 기준 700엔. 우리는 따로 내부를 구경하지는 않고 성 주변을 한바퀴 둘러 보는 것으로서 관림을 마무리 지었다. 마츠모토역에서 걸어서 15분정도이다.
마츠모토성을 둘러보고 나서는 주변의 상점가들을 돌아 다녔다. 비가 오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해서 일부 닫은 곳들도 있었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이 있었다.
상점가에는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가게들도 많이 있다. 우리는 건조 과일을 파는 상점에서 지인들에게 줄 과자를 몇개 샀다.
한참 돌아다니보니 금새 점심시간대가 되었는데 주변에 카라아게 (닭튀김)이 유명한지 닭 튀김 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많이 보여 한 식당에서 토리카츠 정식을 먹었다. 식사가 나오기까지 20분정도 걸리기는 했지만 갓 튀겨서 바삭하고 담백했고 건강해지는 맛이었다.
#아즈미노 치히로 미술관 (安曇野ちひろ美術館)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는 창가의 토토(窓ぎわのトットちゃん) 삽화 작가인 이와사키 치히로(いわさき ちひろ)선생님의 일대기와 작품 등이 전시 된 아즈미노 치히로 미술관에 방문했다.
큰 정원 속에 자리 잡은 미술관. 일본어를 공부 할 때 창가의 토토를 봤던 터라 스토리와 그 안의 삽화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 중 가장 기대가 되는 곳이기도 했다.
전시 공간은 총 5관으로 되어 있는데 1~2관은 치히로 선생님의 작품 전시실이고 3~5관은 이와사키 세계 그림책 작가 작품 전시실, 그림책 역사 전시실로 되어 있다. 내부는 물론 사진 촬영이 어렵기에 담지는 못했지만 삽화 작가인 치히로 선생님의 생애와 이웃집 토토에 대한 추억 + 동심을 되살리기에 좋은 시간이 되었다.
전시실 이외에도 그림책방, 놀이방, 카페, 아트샵 등이 있고 아이들과 함께 와서 작품을 즐기는 부모님들도 많았다.
그리고 정원 (토토 광장)에는 오래된 2량의 전철이 설치 되어 있는데, 창가의 토토의 주 배경지인 전철 교실이 재현되어 있다. 이런 교실에서 친구들과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을 토토의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모르게 귀여웠다.
위치 : 〒399-8501 長野県北安曇郡松川村西原33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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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번 마츠모토 여행은 막을 내렸다. 그런데 비가 너무나 많이 내려서 주변 하천은 범람하기 직전까지 갔고 아즈미노시 일부 지역은 대피명령까지 내려졌다.
비록 여행을 생각만큼 못 즐긴 것도 있지만, 그 보다는 부디 비 피해가 최소화 되고 다치는 사람이 없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