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 벌써 등에서 땀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30도를 넘는 열기는 아침이고 저녁이고 식지 않는다.

숙소 거실에서 내려다 본 쿠알라룸푸르 주변 풍경
숙소 거실에서 내려다 본 쿠알라룸푸르 주변 풍경

이 열기에 도저히 돌아다닐 용기가 나질 않는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곳이 제일이다. 숙소도 43층에 위치해 있어 주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가 따로 없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점심먹으러 가는 길. 건너편에 일본 이세탄 백화점도 보인다.
점심먹으러 가는 길. 건너편에 일본 이세탄 백화점도 보인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거실에서 업무처리를 했다. 말레이사아는 시장조사와 여행을 겸사 겸사 할겸 왔다. 지난 동남아 두달살기 여행 이후 ‘1년에 한번은 해외에서 한 달 보내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꼭 한 달을 채워야겠다는 건 아니지만 생각만해도 마음이 설렌다. 그 시작이 쿠알라룸푸르.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어느덧 오후 2시가 넘었다. 슬슬 배도 고파졌겠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밖은 여전히 덥다. 평일 낮이라 그리 북적거리지는 않다.

쿠알라룸푸르 파빌리온 앞
쿠알라룸푸르 파빌리온 앞

숙소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대형 쇼핑몰인 파빌리온 (PAVILON)이 있다. 방콕에서 자주 가던 아이콘시암이 생각난다. 그 곳만큼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봤던 쇼핑몰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있었다.

파오샹 바쿠테 매장 입구
파오샹 바쿠테 매장 입구
파오샹 바쿠테 매장 내부
파오샹 바쿠테 매장 내부

우리의 목적은 쇼핑이 아닌 점심. 파빌리온 안에도 다양한 맛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점심 메뉴는 바쿠테로 정했다. 이 곳은 파빌리온 4층에 위치한 파오샹 바쿠테 (PAO XIANG BAH KUT TEH).

인기 있는 가게라서 웨이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다행이 우리는 프리패스! 매장안은 여느 중화요리점과 비슷하다. 역시 대부분 바쿠테를 먹고 있었다.

파오샹 바쿠테 메뉴
파오샹 바쿠테 메뉴

자리에 앉으니 점원이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바쿠테는 돼지갈비를 국물에 고아 만든 (졸인) 음식으로 이곳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서 인기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종류가 많다. 무얼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보아하니 양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

파오샹 바쿠테 오더 시트
파오샹 바쿠테 오더 시트
주문하면 오더 리스트를 가져다 준다. 음식이 나왔는지 여부도 수기로 체크해 준다.
주문하면 오더 리스트를 가져다 준다. 음식이 나왔는지 여부도 수기로 체크해 준다.

주문은 메뉴판에 나와 있는 번호를 오더 시트에 적는 식이다. 특별히 점원에게 얘기할 필요 없으니 영어를 못해도 주문하기 꽤 용이하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냉차 한잔에 보통맛 바쿠테 하나와 매운맛 바쿠테, 그리고 청경채 볶음에 밥 한공기 주문!

주문한 음식 총집합!
주문한 음식 총집합!

요리는 생각보다 금새 나왔다. 반찬은 특별히 없다. 조금 양이 적어 보이기는 하지만 먹고 부족하면 더 시키면 되니까. (김치가 조금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

파오샹바쿠테 청경채볶음(小白菜) RM22
파오샹바쿠테 청경채볶음(小白菜) RM22

먼저 청경채 볶음 (302번). 특별히 대단한 맛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모닝글로리(공심채)를 좋아한다. 중국식당에 가면 항상 공심채를 시켜 먹고는 하는데 소스 특유의 짭쪼름함이 입맛을 돋구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어제 먹었던 말레이시판 공심채….는 도저히 입맛에 안맞는다. 생선젓갈의 비릿한 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생선이랑 안친한데.ㅠ)

파오샹바쿠테 파이쿠(排骨) RM32
파오샹바쿠테 파이쿠(排骨) RM32

자 이제 오늘의 메인인 바쿠테(102번)를 먹어보자. 파오시방 바쿠테의 대표 메뉴다. 느낌은 우리나라 갈비찜과 비슷하다. 대신 한약재를 많이 넣은 것 같다. 앙증 맞은 그릇에 국물을 제대로 먹은 듯한 갈비들이 젓가락을 기다리고 있다.

두툼한 바쿠테 한덩이
두툼한 바쿠테 한덩이

냅다 젓가랏을 가져가본다. 뼈에 고기가 도톰하게 붙어 있다. 잘 고와져서 뼈에서 고기가 쑤욱 하고 떨어진다. 갈비에 붙은 살을 뜯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한약재향이 조금 나기는 하는데 왠지 건강해지는 맛이다. 한방 갈비찜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듯.

파오샹바쿠테 드라이바쿠테 (干肉骨茶) RM43.
파오샹바쿠테 드라이바쿠테 (干肉骨茶) RM43.

다음은 드라이 바쿠테(119번). 당연히 바쿠테 한그릇으로는 적을 것 같아 선택했다. 다른 메뉴들은 다 비슷한 간장 육수에 담겨져 있는데 이 아이만 볶은 느낌이었다. 거기에 고추까지 올라가 있으니 왠지 매콤한 맛일 것 같았다. 이름(Dry)처럼 국물이 없다. 바쿠테에 고추와 오크라 등을 넣고 볶았다.

드라이바쿠테. 맵짠이 그대로 느껴진다
맵짠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동남아 음식은 비주얼은 합격인데 향신료 때문에 입맛에 안맞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긴장감을 가지고 젓가랏으로 드라이바쿠테 한덩이를 집어 들었다. 다행이다. 맛있다! 살짝 맵싹해서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함도 많이 잡았다. 102번과 119번 조합, 괜찮다! 👍

바쿠테 남은 국물에 밥 말아 먹기
바쿠테 남은 국물에 밥 말아 먹기!

마지막 마무리는 밥(505번)이다. 바쿠테를 먹고 남은 단짠 국물에 밥알을 적셔서 먹었다. 갈비탕 국물에 밥 비벼 먹을때와 비슷한 감성이다. 한약재 맛이 느껴지니 밥 먹으면서 몸보신 하는 기분이다. 😆

이렇게 다 먹고 105링깃 정도 나왔다. 카페와 마찬가지로 싼 느낌은 절대 아니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 기운 보충 필요할때 한번 더 오고 싶다.

📍쿠알라룸푸르 파오샹바쿠테 매장 위치

・주소: Lot 4 . 01 . 00, 168, Jln Bukit Bintang, Bukit Bintang, 55100 Kuala Lumpur, Federal Territory of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10시
・평가: 전체적으로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 메뉴도 번호를 기재하면 되니 주문하기 편하다. 크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 (★★★★☆)

파빌리온 라오라오
파빌리온 라오라오
초코시럽 듬뿍 뿌려진 프로즌 요거트
초코시럽 듬뿍 뿌려진 프로즌 요거트

배도 부르겠다, 고기 먹어서 속이 조금은 느끼하겠다, 그리고 후덥지근 하겠다…! 그래서 디저트로 파빌리온 1 층에 있는 라오라오에 방문. (핑계도 많치 ㅋㅋ)

일명 요거트 아이스크림인 프로즌 요거트. 달달한 초코 시럽이 뿌려진 시원한 요거트를 먹으며 속을 달래본다. 여행 뭐 있나? 잘 먹고 잘 있다 가는거지. 이제 배도 부르겠다 쿠알라룸푸르 제대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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