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까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나니 어느덧 쿠알라룸푸르에도 어둠이 찾아왔다. 도심 곳곳은 건물들이 비추는 불빛들로 밝아오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이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우리 부부가 그랩 택시를 타고 향한 곳은 약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리아 KLCC 몰. 1998년 문을 연 곳으로 6층 규모의 종합쇼핑몰이다. 수리아(Suria)는 말레이시아어로 햇빛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리아몰 위로 정말 햇빛 같은 것이 쏟아진다!
바로 수리아몰 위로 이어지는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에서 내려오는 불빛이다. 지하 5층, 지상 88층으로 451.9m의 어마어마한 키를 자랑한다. 1998년 완공 후 2003년 타이베이 101 완공전까지 아시아 최고층 빌딩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고.
또 하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타워 1과 타워 2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건설했다는 점이다. 타워 1은 일본계 하지마건설 등이, 타워 2는 삼성물산과 극동건설 등이 맡았으며 상대보다 빨리 건설하기 위해 경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결과는 35일이나 늦게 시작한 한국측 승리! 참고로 41층, 42층은 양타워를 잇는 스카이브릿지가 있는데 이 또한 한국측이 만들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보며 한일전 승리에 대한 쾌감을 잠시 느낀다. 다만 너무 높아서 계속 쳐다보기에는 목이 아프다. 대신 그 앞 KLCC 공원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조명과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뜨거운 쿠알라룸푸르의 열기를 식혀본다.
Ren 중화음식점
공원을 한바퀴(실은 반바퀴) 산책하고 나니 어느덧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수리아몰내 맛집을 찾아보다 중화요리 전문점인 렌(ren)으로 정했다. 간판에 있는 로고가 상징하듯 덤플링(딤섬)이 유명한 곳이다.
찜통하나에 덤플링 4개가 들어가 있다. 가격은 RM13.80으로 우리돈 4천원 가량.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 음식들이 있다. 모험 할 자신이 없으므로 가장 무난해 보이는 걸로 픽!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갓 찌어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덤플링이 등장했다. 이렇게 푹푹 찐 만두는 정말 오랜만이다. 만두피가 얇아서 덤플링 속안에 있는 육즙이 비칠 정도.
젓가락으로 탕츠(렌게)에 조심스레 덤플링을 얹는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구멍을 살 내어 안에 있는 육즙을 빼낸다. 스푼안에 고인 육즙을 먹은 뒤 덤플링을 입안으로. 이 과정 없이 바로 먹으면 뜨거운 육즙으로 데일 수 있다.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배고플때 먹으니 뭐든 맛있다.
이번 메뉴는 상하이 프라이 라멘(RM 28). 닭고기와 양배추 등을 넣고 볶은 면이다. 마찬가지로 대단히 맛있거나 하지는 않다. 머스타드 소스에 면이랑 재료를 넣고 볶으면 대략 이런 비주얼과 맛이 나올듯. (한국에서 먹던 볶음짬뽕이 그립다 ㅠ)
그리고 우리 부부가 차이나 레스토랑에 가면 빼놓지 않고 주문하는 모닝글로리. 다행이도 이번거는 비릿한 젓갈향이 나지 않았다!
📍ren
・위치: Lot 252, Second Floor.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9시 30분
・평가: 심플하고 무난한 맛. 매장도 깔끔하다. 참고로 ren 외에도 다양한 음식점이 푸드코트안에 있다.(★★★☆☆)
atmos 스니커즈 멀티샵
배를 채우니 살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밥을 먹고 나니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1층으로 내려와 매장들을 둘러보다보니 ‘atmos’라고 쓰여진 낯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에서 봤던 멀티샵 브랜드 아트모스(atmos) 쿠알라룸프르점이다. 일본을 떠난 지금도 구매대행을 위해 atmos를 종종 이용하는데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참고로 아트모스는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다양한 브랜드 스니커즈와 패션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일본계 매장이다.
다른 매장에서 보지 못했던 귀여운 복조리 가방과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꾸밀 수 있는 뱃지도 있었다. 가격은 특별히 싼 느낌은 없다. 그래도 atmos 한정 콜라보나 할인 상품들도 있어서 가끔 득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atmos Kuala Lumpur
・위치: Lot 155, First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10시
・평가: 매장 자체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
바샤커피 커피계의 에르메스
큰 소득 없이 아트모스를 나와서 매장들을 둘러보던 중 눈길을 사로 잡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황금색과 화려한 패키지들이 진열되어 있는 이곳은 커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우는 바샤 커피(bacha coffee)다.
싱가포르발 커피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발원지는 모르코다.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 고급커피로 다양한 향이 어렌지 된 드립백 커피부터 원두커피, 각종 커피용품까지 고급스러운 커피들이 한가득이다.
매대에는 각 타입별로 시향할 수 있는 샘플들이 놓여져 있다. 오렌지향이 나는 것도 있고 초콜릿 향이 나는 것도 있다. 종업원들이 친절히 커피에 대해서 설명해주기도 한다. 커피 본연의 향을 좋아해서 다른 향이 나는 커피를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가끔 이런 이색적인 커피도 생각난다.
패키지가 어찌나 고급스럽던지 왜 커피계 에르메스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네모 반듯한 패키지를 열면 화려한 금색빛이 눈에 들어온다. 안에는 고급스러운 설명서와 함께 개별포장 된 드립커피를 만나볼 수 있다. 총 12개가 들어가 있다.
결국 디자인과 향기에 홀려 빈손으로 나오지 못했다. 쇼핑백마저 고급스러운 바샤커피. 선물로 받아도 기분 좋아질 것 같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atmos Kuala Lumpur
・위치: Lot G47, Ground Floor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 10시
・평가: 크고 화려한 매장과 매혹적인 커피향기. 절대 빈손으로 나올 수 없다. (★★★★☆)
한참을 매장들을 둘러보고 수리아몰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한밤중. 때마침 분수쇼가 시작되었다. 매일 밤 8시, 9시, 10시경에 볼 수 있다. 화려한 분수쇼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한가득이다.
무더운 쿠알라룸푸르의 열기는 분수쇼를 보는 동안 잠시나마 잊게 된다. 이색적이면서 매혹적인 라이트와 분수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이곳에 도착했을때보다 더 매혹적으로 빛나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참고로 86층에는 전망대가 있다. 우리돈으로 약 3만 5천원가량해서 포기하기는 했지만 다음번에는 올라 가보고 싶다.
대한민국 기술력이 담긴 트윈 타워에서 바라보는 쿠알라룸푸르 야경은 어떤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