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꼭 낯선 곳만 찾아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타지 또는 타국의 이색적인 모습보다 식도락(食道楽)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큰 경우도 있다. 이번 말레이시아 여정이 그러했다.

사이우 매장 입구
사이우 매장 입구

첫날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서 가보고자 했던 사이우(SAI WOO). 잘란 알로 야시장 안쪽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파와 피로와 배고픔으로 가득 차 결국 이곳을 찾지 못했다. 다음날 낮 인파가 없는 틈을 타 걷다보니 우리가 식사한 그랜드 스카이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다. (역시 한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이지)

사이우 매장내부
사이우 매장내부

식사는 야외 또는 실내 어느쪽에서나 가능하다. 동남아 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우리에게 에어컨 바람이 들어오는 실내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둥그런 테이블과 연등 모양의 모빌. 영락없는 차이나 레스토랑 풍경이다.

사이우 메뉴판
사이우 메뉴판

사이우에 온 이유는 칠리크랩을 먹기 위해서다. 검색 여왕 답게 와이프가 사전에 조사를 해두었다. 메뉴판 107번에 우리가 그토록 먹고 싶었던 칠리 크랩(Chilli Crab)이 눈에 들어온다. L와 XL 두 가지 사이즈 주문이 가능했다. 가격은 각각 RM90(약 2만 7천원), RM110(약 3만 3천원)

100PLUS 음료(캔)
100PLUS 음료(캔)

이날은 맥주대신 음료를 마시기로 했다. 오늘은 말레이시아 대표 음료인 100 PLUS를 주문했다. 탄산감이 느껴지는 이온음료다. 100 PLUS가 음료인줄 모르고 이상한 주문을 해 종업과 우리 모두 당황했던 그때의 아찔한 기억이 떠오른다.

코코넛워터
코코넛워터

그리고 동남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코코넛워터. 달짝지근하면서 은은한 코코넛향이 올라오는게 일품인 음료. 시원하면 더 좋았을텐데 살짝 미지근했다.

사이우 나물볶음 요리
사이우 나물볶음 요리

공심채를 기대하고 주문한 나물 볶음 요리.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Kangkung Belacan인 듯) 씹을수록 비릿한 생선 젓갈향이 입안 가득히 퍼진다. 뜨거울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식을수록 그 향이 더욱 강해져 결국 젓가락을 멈추게 되는 맛. 생선 비린 향에 약한 나에게는 어려운 음식이다.

kuala lumpur 10 07
사이우 새우 볶음밥

한국인은 역시 밥심! 볶음, 구이, 면류만 먹다보니 밥이 간절해졌다. 훌훌 흐뜨러지는 동남아 쌀밥보다는 볶음밥이 좋겠다 싶어 시푸드 볶음밥을 선택했다. 보통 중국집에서 나오는 볶음밥과 비슷하다. 함께 나온 간장소스를 살짝 뿌리고 그 안에 있는 고추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사이우 칠리크랩
사이우 칠리크랩

드디어 등장한 오늘의 메인 요리, 사이우 칠리크랩! 칠리소스 범벅이 된 앙증맞은 게 한마리가 접시에 담겨져 나온다.

발골을 끝마친 칠리크랩
발골을 끝마친 칠리크랩

함께 제공 된 비닐장갑을 끼고 크랩을 하나 하나 발골하기 시작한다. 손으로는 잘 안뜯어 질 수 있어서 크랩 발골용 집게로 힘을 주어 하나, 둘 먹기 좋게 분해하기 시작. (참고로 정말 뜨거우니 손 안 데이게 조심)

사이우 칠리크랩 집게
칠리크랩 집게를 뜯어 보자

속살까지 칠리소스가 베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발골을 끝마친 게 살에 소를 한가득 묻혀 먹으면 칠리크랩의 진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소스가 매콤새콤해서 한번 먹으면 입이 얼얼해져도 손을 멈출 수가 없다.

칠리크랩을 입으로 가져가 보자
칠리크랩을 입으로 가져가 보자

어느덧 손도 얼얼해지기 시작한다. 비닐장갑 속은 뜨거운 열기로 뿌옇게 변해버렸다. 게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역시 이번에도 그랬다. 우리나라 게장, 태국 풋팟퐁커리, 그리고 말레이시아 칠리 크랩까지!

kuala lumpur 10 12

칠리크랩을 맛있게 먹는 또 하나의 방법! 바로 칠리 소스를 밥 위에 얹어(비벼) 먹는 것이다. 아까 시켜둔 시푸드 볶음밥에 칠리소스를 듬뿍 묻혀 먹어 보았다. 궁합이 기가막히다. 간장소스보다 이쪽이 백배쯤은 더 맛있다! 결국 소스까지 싹싹 긁어 먹고야 말았다.

사이우에서 정신 없이 먹었다.
사이우에서 정신 없이 먹었다.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식탁. 왜 사람들이 칠리 크랩을 먹으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공심채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기분 좋게 배불리 먹고 나올 수 있었다.

📍Restoran Sai Woo

・위치: 55, 亚罗街, Bukit Bintang, 5020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후 11시 ~ 익일 오전 2시 (매주 월요일 휴무)
・평가: 칠리크랩 맛집.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으나 대체로 음식들이 정갈하고 맛있다. 근처 다른 식당들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으나 소문난 맛집이니 믿고 먹는다.(★★★☆☆)

kuala lumpur 10 14
노점에서 산 두리안. 가격은 RM30

참고로 잘란 얄로 야시장에서 두리안을 파는 상인(카트)를 쉽게 볼 수 있다. 큼큼한 냄새가 나는 쪽을 쳐다보면 그곳에는 반드시 두리안이 있다. 말레이시아 가면 꼭 먹어보라는 조언이 많아서 호기심에 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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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집어 든 두리안

냄새와 달리 맛이 좋아 과일의 왕이라고도 불리운다고 한다. 다만 냄새가 워낙 심해서 마치 칠리크랩처럼 비닐장갑을 끼고 먹는게 보통이라고. 나는 그대신 나무 젓가락으로 먹어보았다.

오물오물, 말캉말캉? 아…

이건 내가 손 델 수 없는 과일이다. 입안 가득 올라오는 두리안 특유의 향과 질퍽거리는 식감으로 도저히 먹을 자신이 나지 않았다. 나도 와이프도 두리안에 항복하고야 말았다. 기분 좋게 밥 먹고 나와서 두리안으로 그 감흥을 잃어버렸다. 모두에게 왕이라고 해도 나에게도 왕이 아닐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다. (모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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