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우드 하우스 호텔 (HWH)

홍콩의 살인적인 월세와 협소한 공간에 대해서는 이미 유튜브를 통해 봐서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일본은 귀여운 수준. 홍콩여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시간을 많이 쓴 것은 비행기가 아닌 숙소 예약이었다. 크기는 일본 아파호텔 같은 비즈니스 호텔 정도인데 금액은 두 배 이상에 위생이 안좋다는 댓글도 여럿 보였다.

힐우드하우스 호텔 근처 길목.
힐우드하우스 호텔 근처 길목. 좌측 하얀색 긴 간판이 있는 곳이다.

이번 홍콩 출장 기간동안 묵을 숙소는 조던역(佐敦站) 근처에 있는 힐우드 하우스 호텔(山林舎, H山H). 조던역 D번 출구에서 도보 4분정도면 도착하는 역세권 호텔이다. 금액은 1박에 10만대. 10만원 이하 숙소는 가보지 않았지만 도저히 4박할 자신이 없었다. 결혼기념 여행이기도 하니까 깔끔한 곳으로 정했다.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복도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복도

2층 프론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고 QR코드를 받았다. 이곳은 카드키가 아니라 QR코드로 엘레베이터를 작동시키고 룸 문을 열 수 있다. 우리는 15층 안쪽에 있는 룸을 배정 받았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 한 층에 대략 4~5개 정도 객실이 있는 듯 했다. 좁다.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내부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내부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내부. 창가측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내부. 창가측

룸은 예상했던 것 처럼 좁았다. 일본에서 자주 보던 그런 아담한 규모. 침대 하나, TV하나, 작은 냉장고와 작은 옷장 그리고 작은 방. 그나마 오픈한지 오래 되지 않아서인지 전체적으로 깨끗했다. 가격이 싸도 위생이 별로면 정말 견디기 힘들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여행하며 여러번 체감했다.

힐우드하우스 호텔 창가 뷰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창가 뷰

이 룸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창가 뷰.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면 주변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아하거나 아름다운 전경은 아니지만 홍콩 도심 빌딩과 주택들의 모습이 그런데로 보였다. 창가에 걸터 앉을 수 있게 하려고 한건지 쿠션이 깔려 있다. 여기에 앉아서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도 마셔 볼 예정이다.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화장실
힐우드하우스 호텔 객실 화장실

화장실은 세면대와 좌변기, 그리고 부스형태로 되어 있는 샤워실로 되어 있다. 드라이기를 비롯해서 핸드워시, 샴푸 겸 바디워시, 그리고 칫솔이 구비되어 있다. 그 외 어메니티는 없다. 

힐우드하우스 호텔 기본 제공 워터
힐우드하우스 호텔 기본 제공 워터

작은 냉장고에는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물 두 캔(!)이 들어 있었다. 캔에 담긴 미네랄 워터는 처음이다. 첫날에만 무료이고 추가로 보충해주는 것은 없다고 했다. 물을 끓일 수 있는 전기포트도 구비되어 있다.

📍힐우드 하우스 호텔 (山林舎 Hillwood House Hotel)
ー 위치:17-19 Hillwood Rd, Tsim Sha Tsui, 香港
ー 금액대: 1박 10만원 이상
ー 평가: 좁기는 하지만 침사추이 인근에서 이 정도 룸 컨디션 찾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조던역 접근성이 좋다. 와이파이는 로그인 후 사용해야 하지만 잘 터진다. (★★★★)

베이징덕 킹스로지

킹스로지 입구
킹스로지 입구

짐을 적당히 풀어두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근처 맛집으로 이름을 올린 킹스로지로 향했다. 다름아닌 북경오리, 베이징덕을 먹어보기 위해서다.

킹스로지 매장 내부
킹스로지 매장 내부

평소 웨이팅이 있다고도 했는데 밤 9시가 다 되어 가서인지 넓은 매장에 두 테이블 정도 밖에 사람이 없었다. 참고로 영업시간은 밤10시까지.

킹스로지 메뉴판
킹스로지 메뉴판
킹스로지 주방장 추천 셋트 (한국인용)
킹스로지 주방장 추천 셋트 (한국인용)

자리에 앉으니 점원이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베이징덕만 먹기는 부족할 것 같아 메뉴판을 이리저리 넘겨보았지만 선택장애가 있는 우리부부는 몇번을 둘러보와도 무엇이 나을지 고르지 못했다. 그러다 친절하게도 한글로 적힌 ‘주방장 추천 셋트’메뉴를 보고 단번에 A세트를 주문했다. 한국인이 많이 와서 이런 메뉴판이 있나보다. 금액은 439 홍콩달러로 약 8만원. (여기에 자리값과 세금이 추가로 붙을 예정이다!)

킹스로지 마파두부
킹스로지 마파두부

가장 먼저 마파두부가 등장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에 다진고기가 들어가 있는 마파두부. 밥이 있으면 위에 얹어 먹고 싶었다. 맛은 평이했다. 일본에서 먹던 마파두부맛과 비슷. 한국식 매콤한 마파두부가 더 생각나는 맛이다.

킹스로지 베이징덕
킹스로지 베이징덕
베이징덕에 싸먹는 바오빙
바오빙


뒤이어 오늘의 메인요리인 베이징덕이 나왔다. 오리껍질과 살코기 부분이 따로 슬라이스 되어있다. 한접시 양이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베이징덕과 함께 곁들일 야장 소스, 자른 파, 오이 그리고 밀 전 병인 바오빙도 함께 나왔다.

베이징덕 쌈
베이징덕 쌈


먼저 바오빙을 손 위에 펼치고 베이징덕 한 조각, 파, 오이를 얹고 그 위에 소스를 살짝 얹어 싸서 먹으면 된다. 꼭 보쌈을 먹는 것 같다. 입안에서 베이징덕의 풍미와 파의 쌉싸름한 맛, 오이의 수분감이 한데 어우러진다. 이날 종일 제대로 먹은 게 없어 한 번, 두 번 연거푸 먹었다. 오리가 조금 식은 탓인지 금새 느끼함이 느껴졌다. 

킹스로지 탄탄면
킹스로지 탄탄면


열심히 베이징덕을 싸먹고 있는 동안 다음 메뉴인 탄탄면이 등장했다. 탄탄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중화권, 홍콩 맛집이니 먹을만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도쿄에서는 손도 안되던 미소라멘을 본고장인 홋카이도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한 젓가락 뜨자마자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마감시간 근처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탄탄면 (특히 국물)자체가 미지근했다.

킹스로지 포크 립 튀김
킹스로지 포크 립 튀김

그리고 메뉴판에는 적혀 있지 않던 포크 스페어 립. 돼지고기 튀김 요리인데 좀 퍽퍽했다. 탄탄면과 마찬가지로 이미 열기가 빠진 상태. 이때부터 급 식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맥주도 한 잔 주문했는데 3번이나 맥주 달라고 요청하고 나서야 간신히 나왔다. (생맥주가 아니라 병맥주, 따라주고 간다.)

킹스로지 A세트 음식
킹스로지 A세트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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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로지 샤오룽바오

이제 마지막 희망인 샤오룽바오. 그나마 찜기에 들어 있어서 열기가 느껴진다. 숟가락(렝게)에 올린 후 만두피를 터뜨려 육즙을 먼저 마신 뒤 먹는 대표적인 중국 요리. 어쩌면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기대감을 상실해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킹스로지 팥 튀김
킹스로지 팥 튀김

마지막으로 디저트급으로 나온 튀김 요리. 메뉴판상에 ‘팥 고물이 들어간 수플레 계란 흰자 볼’이라는 요상한 한글로 적힌 아이다. 킹스로지에서 먹은 음식 중 사실 이게 가장 맛있었다. 튀긴 팥 떡이라고 해야할까. 팥빵이나 붕어빵을 좋아하기에 그나마 취향저격에 성공했다.

킹스로지 오더 리스트
킹스로지 오더 리스트

첫 홍콩이라는 기대감과 이번 여정을 잘 끝내보자는 의미를 담아 든든히 먹으려고 온 곳이었는데 이렇게나 돈이 아까울 수가 없다. 계산서를 받아 들으니 더 화가 났다. 한 사람당 차 값(실상 자리값)도 추가가 되었다. 셋트 A에 맥주 한잔까지해서 최종 결제한 금액은 562 홍콩달러, 우리돈으로 약 11만원이다.

킹스로지 기념품 마파두부핫소스
킹스로지 기념품 마파두부핫소스
킹스로지 기념품 마파두부핫소스 병
킹스로지 기념품 마파두부핫소스 병


계산을 끝내고 나니 마파두부 핫소스를 선물로 준다. 웃으면서 줬다면 그나마 기분이라도 좋았을텐데 기계적으로 건네주니 이건 뭐 11만원 주고 마파소스 산 기분이었다. 홍콩 첫끼부터 대박 실패로 끝이 나버렸다. 두 번 다시 안간다, 안가!

📍킹스로지 (Kings’ Lodge 霸王山莊)
ー 위치:Shop A, Oriental Centre, Chatham Rd S, Tsim Sha Tsui, 香港
ー 영업시간: 오후12시 ~ 22시
ー 평가: 맛도 맛이지만 서비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돈이 아까울수가… (별 하나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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