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세이부 신주쿠선을 타고 출근했었는데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다. 역만 히가시후시미역(東伏見駅)에서 이오기역(井荻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오기역 상행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는 2층 통로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철도를 사이에 두고 작은 맨션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그래, 여기 일본이 맞는구나!

시부야에 가기 위해서 다카다노바바역(高田馬場駅)에서 JR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탔다. 환승구 입구 쪽에 자주 가던 큐비 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 1,000엔 이발소였는데 지금은 1,350엔까지 올랐다.

타카다노바바역에서 시부야역(渋谷駅)까지는 5역으로 약 13분. 신주쿠보다 더욱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코로나가 한참일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 거린다.

시부야 하치코(ハチ公)와 스크램블 일대는 북적거리지만 중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비교적 한산해진다.
공원 속 블루보틀커피 시부야 카페

한참을 더 들어와 시부야 구립 키타야 공원에 도착했다. 전체 면적 960㎡로 그리 넓지 공원이지만 꽤나 유명세를 톡톡히 하고 있다.

바로 블루보틀커피가 있기 때문이다. 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나무토막으로 외부 인테리어를 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블루보틀커피 시부야는 총 2층 규모로 되어있다.

1층에서는 주문 카운터 외에 다양한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대표 스트릿 브랜드 휴먼메이드와 콜라보 제품도 눈에 띈다. (저 작은 키링 하나가 3,850엔이라니…!)




그 밖에도 블루보틀커피 심벌 로고가 담긴 커피용품에서부터 드리퍼 세트, 텀블러, 인스턴트커피 등을 팔고 있다. 기념품으로 사 가기에도 좋을 듯.

매장 1층에도 10석 정도 자리가 있지만 2층은 널찍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더욱이 공원 안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창가 가까이에 앉으면 푸르른 나무를 바라보며 사색을 즐길 수도 있다.

우리는 브런치를 겸하여 샐러드를 주문했다. 와플과 함께 구운 야채들이 담겨 있다. 블루보틀카페 시부야점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메뉴다.

드링크로는 뜨아와 아아를 주문했다.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느껴지는 블루보틀 커피. 말해 뭐 하겠어.

그런데 샐러드가 너무 짜다(!) 소금으로 밑간을 한 듯한데 너무 많이 들이부었나 보다. 그래, 몸에 부족한 염분도 채우라는 의미일 거야. 그렇게 믿기로 하자!

커피와 소금 샐러드를 먹으며 간단한 업무도 보았다. 테이블이 널찍해서 간단한 노트북 작업하기에도 좋다. 2층 33석도 금세 자리가 찼다. 공원 안의 블루보틀커피는 역시나 특별하다. (일본에 살 때 더 자주 와볼걸…)
📍블루보틀 커피 시부야
주소: 東京都渋谷区神南1丁目7−3 (*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8시 – 오후 8시
코멘트: 공원에 위치해있어 한적하고 조용하면서 넓은 블루보틀. 다양한 굿즈들도 팔고 있어 커피뿐 아니라 기념품 사기에도 좋다. 직원들도 정말 친절하다. (★★★★)

브런치 타임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상품 소싱을 위해 시부야 메인 스트릿으로 가기 전에 조카들에게 줄 깜짝 선물을 고르고자 한 곳에 들렀다.
가챠(ガチャ) 전문점 씨플라 라보(C-pla Labo)다. 우리말로 하자면 뽑기 전문점이다. 매장에 가챠 자판기 한가득이다.

대략 어림잡아도 이 매장 안에 200여 개에 달하는 가챠 자판기가 있다. 귀여운 캐릭터 뽑기부터 미니어처 뽑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다.

어른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들도 있다. 나는 그중 수박모양 가챠가 눈에 들어왔다. 금액은 200엔에서 500엔대로 다양하다.
가챠 앞에 쓰인 ●마이(まい)수를 보고 엔화 주화를 넣은 후 레버를 돌리면 된다.
📍#C-pla Labo
주소: 東京都渋谷区神南1丁目18−2 Frame Jinnan-Zaka (*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10시 – 오후 9시
코멘트: 다양한 종류의 갓차가 있다. 어른, 아이 모두에게 재밌을 공간 (★★★)

조카들이 좋아할 만한 걸로 하나씩 뽑아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시부야 센터가(渋谷センター街)다. 시부야 109 등 대표적인 쇼핑몰을 비롯한 상가 밀집 지역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에이비씨마트 그랜드 스테이지. 러닝 할 때 신을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할인을 많이 하고 있어 비교적 저렴하게 신발을 구할 수 있다. 더욱이 엔화도 저렴하니 여러모로 이득이다. (하지만 빈손으로 나왔다… ㅠ)
입가심으로 생맥주에 교자
시부야 주변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팠고 아침에 먹었던 샐러드도 어느새 소화가 되어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부야를 떠나기 전 역과 연결되어 있는 시부야스트림에 들렀다.

이곳에는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호텔 등이 자리 잡은 복합시설이다. 목도 축일 겸 맥주 한잔하고 가기로 했다. 어떤 곳에 들어갈까 고민하며 1층에서 3층까지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자리를 잡은 곳은 중화 레스토랑 다리안이다. 다행히 창가 쪽 자리가 비어 있어 그리로 앉았다. 창 밖으로 네모 반듯하게 따닥따닥 붙어 있는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일본스럽다.

오랜만에 일본 건물뷰를 보고 있는 동안 시원한 생맥주가 나왔다. 일본 살면서 맥주를 달고 살았다. 일본여행에서 맥주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된다.

이윽고 요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맨 먼저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등장한 칠리새우. 와이프가 사랑하는 메뉴다. 매콤 새콤한 소스와 튼실한 새우살이 조화를 이룬다. 맥주 안주로 최고다.

다음으로는 군만두인 야끼교자. 군만두 사이에 밀가루 풀을 한번 더 입혔다. 이러한 형태를 하네츠키 교자라고 한다. 씹을 때마다 바사삭바사삭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러니 맥주가 더 술술 넘어가지…

그래도 야채는 먹어야겠다며 야채볶음도 하나 주문했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공심채는 아니지만 마늘의 풍미와 짭조름하게 간이 밴 야채가 구미를 자극한다.

어느새 맥주잔이 바닥을 비었다. 두 번째 잔으로는 가쿠하이(볼)을 주문했다. 역시 난 일본 하이볼이 좋다. 얼음 담긴 잔에 위스키와 강탄산 소다를 1:4의 비율로 넣고 마도라로 휘~휘~저으면 끝.
몸속 깊숙이 까지 짜릿한 탄산감과 위스키의 풍미가 느껴져 기분 좋게 취한다.
📍대련교자기지 다리안 시부야스트림점
주소: 東京都渋谷区渋谷3丁目21−3 shibuya stream 3F (*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11시 – 오후 10시
코멘트: 정갈하고 깔끔한 차이니스 레스토랑. 식사와 함께 맥주를 곁들이기 좋은 곳이다. (★★★)

배불리 먹고 적당히 알딸딸해졌다. 오랜만에 낮술은 기분을 좋게 한다. 건강에도 좋으면 더할 나위 없으련만. 시부야역에서 돌아가는 열차를 기다릴 때 건물들 사이로 영상 속 하치코 얼굴이 빼꼼하게 보인다.
또 올게 하치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