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둔 건 2022년 3월. 이제 3년을 넘어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매일 만원 전철에 몸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다니던 출퇴근길. 이제는 추억 속 한 장면이 되었다. 인사고과나 상사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이처럼 퇴사하면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어떨까. 퇴사 후 4년차가 된 지금까지 경험하고 느낀 바를 기록했다.
출퇴근이 없으면 자유로울까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괴로운 건 출근시간이다. 회사에서 가까우면 그나마 다행이지. 집에서 출발해서 역까지, 거기서 다시 회사까지 가는데 (door to door)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출근하는 길도 힘들지만 업무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퇴근길도 만만치 않았다. 일에 녹초가 된 사람, 이미 거하게 한 잔 걸쳐서 술냄새가 풀풀 나는 사람까지.
회사를 그만두면 이 모든 건 추억이 된다. 여러 개 설정해 두었던 알람도 거의 필요 없다. 날이 밝으면 적당히 일어나면 된다. 내 바이오리듬에 맞추어서.
일어나서도 씻으랴, 아침준비하랴, 출근 열차(버스) 시간 맞추랴 분주할 필요도 없다. 느긋하게 씻고 날 좋을 때는 다른 이들 출근 시간에 러닝도 한다.

퇴사 후 대략 반년정도는 이랬다. 사회생활 10년 동안의 피곤함을 한 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회사 이직을 하면서도 거의 쉼 없이 바로 다음 일을 시작했었다. 이번에는 여유를 제대로 즐겨보리라.
그런데 반년이 지나고부터는 불안해졌다.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서 남들 나가는 시간에 (조금 늦더라도) 어디론가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왠지 세상과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십 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이 쉽사리 사라질 리 없었다.
사업을 하는 지금도 출근과 퇴근을 반복한다. 일부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무실을 구했다. 출근 시간에 대한 압박이 없는 건 동일하지만 직장인때와 마찬가지로 30~40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다. 오히려 출근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월급 없는 삶을 살다
퇴사하기 전 가장 걱정되는 건 누가 뭐라 해도 급여일 것이다. 회사 다닐 때는 매월 정해진 날짜 (나의 경우는 주로 10일)에 통장에 월급이 입금되었다. 많든 적든 그날만큼은 마음이 따뜻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이 마법 같은 날이 사라진다. 매월 울리던 입금 알림이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출금은 변함 없다. 전에는 통장에 스쳐 지나가는 돈이라도 있었지. 이제는 세는 바가지다.
월급 없는 삶은 아무래도 불안하다. 통장에 여유자금이 많거나 파이어족이라면 모를까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래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스스로 월급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는 컨설팅 업무부터 시작했다. 운이 좋게 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장에서 온라인 쇼핑몰 컨설팅 의뢰를 받았다. 급여만큼은 아니었지만 매달 생활비는 충당할 수준이었다.
이후 사업으로 전향했고 3년이 지났다. 사업수완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급여도 듬뿍 챙기고 직원도 고용했겠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매일 같이 통장에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한다. 간신히 소정의 월급(이라기보다 생활비)을 챙기는 정도다.
월급 없이, 즉 직장을 나와 생활을 유지한다는 건 허들이 높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 머릿속으로 그리던 장밋빛 인생이 아직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물론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만. (그 언제가 언제일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급여, 복리후생, 대인관계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일 자체에 회의를 느끼거나 맞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 일(분야) 자체는 만족했다. 하지만 회사의 복잡한 절차나 위계질서에 염증을 느꼈다. 거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성과마저 보상받지 못해 박차고 나왔다.
회사를 나왔으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방식대로 하면 되겠지. 처음에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큰 착각이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직장 상사 입맛에만 맞추어주면 끝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어야 한다.

A회사, B회사, C회사 모두 원하는 바가 다르다. A에게 통했던 게 B에게는 통하지 않고, C는 전혀 다른 걸 요구한다. 물론 내 의지에 따라 A와는 일을 하고 B와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일이 줄면 수입도 줄어든다.
더욱이 회사에서는 대체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나는 상품등록과 전체적인 데이터 관리를 했다면 다른 직원들은 물류, 고객 대응, 디자인 등 각자 맡은 일을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는 내가 하기 싫은 일도 직접 해야 한다. 외주를 주더라도 외주처를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은 8시간을 일해도 회사원일 때와 같은 몰입이 어려울 수 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내가 직접 다 챙겨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거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퇴사를 준비 중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만약 4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퇴사를 잠시 미루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적어도 회사를 나와도 최소 6개월 ~ 1년은 생활에 타격받지 않을 정도로 돈을 모와 두는걸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꿈은커녕 당장 생활을 위해 회사생활보다 더 힘든 노동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운이 좋게 살아 남았다. 하지만 올해만도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다. 두렵다. 회사 다녔다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일 때문에 고생이다.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다. 뒤로 물러설 생각도 없다.
퇴사 4년차, 아직도 존버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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