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게 비지떡이다‘는 말이 가장 실감되는 순간은 단연 숙소를 고를때다. 한국에서든 타국에서든 당연히 다르지 않다. 일전에도 돈을 조금 아껴보겠다고 접근성 괜찮으면서 저렴한 이른바 가성비 숙소를 예약했는데 한 곳은 눅눅했고 또 한 곳은 도중에 예약 일정 도중 퇴실했을 정도.
이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일정에서도 숙소 예약은 가장 시간을 많이 쓴 부분이다. 교통편이나 접근성은 두말할 것 없고 동남아 여행 매력 중 하나인 풀(POOL)이 있어야 한다. 짧게 머문다면 비용이 큰 부담이 아닐수도 있지만 대략 일주일을 머물러야 하기에 1박당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러던 중 와이프가 어렵사리 더 로버트슨 쿠알라룸푸르(The Robertson Kuala Lumpur) 예약에 성공했다. 호텔예약 어플에도 있었지만 에어비엔비에 더 저렴하게 올라온 방을 찾아냈다.
숙소는 세인트 안토니 성당 (St. Anthony’s Catholic Church) 바로 마중편에 있다. 구글맵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길을 헤메는 일 없이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출입구는 경비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다보니 낯선 이국땅에서 왠지 안심이 된다.
더로버트슨 숙소 탐방
더 로버트슨은 노스와 사우트 스위트 두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에는 이렇게 사물함 같은 것이 놓여져 있다. 우리도 첫날 Airbnb 체크인을 할 때 여기서 키를 찾아 갔다.
우리룸은 사우스 스위트 43층. 총 46층까지니까 꽤 고층에 위치해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룸들이 위치해 있다. 그나저나 다들 신발은 문밖에 벗어두고 들어가나보다. 저번 태국 치앙마이 숙소도 그러던데. 왠지 누가 훔쳐갈 것 같고 걱정이되서 우리는 룸 안 바로 앞에 벗어 두었다. 😅
우리가 묵은 방은 더 로버트슨 43층 02호실. 문은 투박하다. 터치카드나 비밀번호가 아닌 열쇠로 한 두어번 돌리면 열리는 식이다. 대신 출입카드가 따로 있는데 출입카드가 있어야 건물 외부 출입이나 엘레베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드디어 입성한 우리 룸! 1박에 5만원 가량이라 비싸다면 비싸고 저렴하다면 저렴하기는 하지만 43층에 탁 트인 뷰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쇼파와 TV, 식탁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우리는 컴퓨터 작업도 해야하니 충분한 넓이의 식탁도 필수다.
출입문 우측으로는 큰 냉장고와 함께 주방이 등장. 2구짜리 인덕션과 오븐, 전기포트가 구비되어 있다. 저기 한짝 더 있는 문 밖으로는 통돌이 세탁기가 구비되어 있다. 세탁기가 복도쪽으로 나와 있는게 독특하다면 독특하다.
이윽고 침실. 다행이도 깨끗하고 햇빛이 환하게 잘 들어왔다. 여행하면서 간혹 빛이 잘 안들거나 어둑어둑한 침실인 경우가 있었는데 어찌나 몸이 찌푸둥 하던지…🥲 이번에는 모든게 완벽하다!
침대에서도 바깥 풍경이 보인다. 창가 앞으로는 작은 화장대도 구비되어 있다. 잘 때 일부러 커튼을 치지 않고 잤는데 새벽에 비몽사몽 눈을 떴을때 밖으로 보이는 새벽녘 쿠알라룸푸르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안경을 안껴서 선명이 안보이기는 했지만ㅎㅎ)
그리고 출입문쪽으로는 서랍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옷걸이나 다리미, 다림질판, 금고까지 왠만한 호텔에 있는 구비품들은 다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화장실이 안보인다는 것! 입실하고 소변도 볼겸 화장실을 찾아봤는데 아무리 봐도 화장실 문이 보이질 않았다. 룸을 한 3번을 다시 둘러본 것 같다. 설마…. 화장실은 공용인가?! 😫 불안감이 엄습한 상황. 그러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혹시 화장실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이 있는거 아니야?!”
그랬다. 예상 적중! 옷장 라인 중 가운데 있던 가장 큰 문(에어컨 밑)이 바로 화장실 출입 문이었다! 화장실문을 저렇게 숨겨놓으면 어떻해😅 세면대와 변기 그리고 샤워부스까지 다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제 화장실 문제까지 해결됐겠다,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 콘센트를 찾았다. 3구로 된 독특한 모양의 콘센트. 영국식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봤을때 한국 220v는 물론 일본 110v도 같이 꽂을 수 있다는 글을 봤었기에 따로 멀티탭을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이건 아무리 봐도 (사실 실제로 넣으러고 해봐도)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크기였다. 망했다… ㅠㅠ
당황해서 방 여기저기 콘센트를 보던 중 다행이도 딱 한 곳이 우리가 인터넷으로 봤던 다양한 타입 사용이 가능한 콘센트를 발견했다! (신이시여😭)
그리고 원래 이 룸에서 사용 중이던 멀티탭도 하나가 있었다. 그래서 그것도 포함해서 열심히 전기를 사용했다. ㅎㅎㅎ 해외갈때 멀티탭은 항상 챙겨야겠다.
더로버트슨 인피니티풀
체크인과 집탐방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니 이제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큼직한 건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도시는 도시인가보다.
자! 이제 즐길시간이다. 동남아 여행에 수영이 빠지면 섭하다. 이 곳 더 로버트슨 쿠알라룸푸르에도 수영장이 있다. 엘레베이터 창밖으로 내려다보니 이미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룸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수영장이 있는 4층으로! (참고로 출입키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수영장이 시원하게 뻗어있다. 어린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부터 부부들까지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저층에 있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곳도 인피니티 풀이다! 수영장 끝으로 더로버트슨 입구 들어오기전에 봤던 세인트 안토니성당 지붕도 눈에 들어온다. 끝쪽으로 가면 주변 풍경도 바라볼 수 있다.
1년만에 다시 찾은 동남아. 옛 추억을 떠올리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다음번에는 근육질 몸매로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이번에도 평평한 몸매를 드러냈다. 😆 (참고로 바로 위층에 휘트니스센터도 있다.)
원래 수영을 못했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수영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가장 고생했던 배영도 이제는 얼추 한다. 이렇게 배영 하면서 하늘 위를 바라다보는게 제일 좋다. 행복하다. 이 순간이 좋아서 동남아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수영으로 지친 몸을 달래줄겸 낮잠도 자고 잠시 업무처리도 하고 나니 금새 어둠이 찾아왔다. 낮에도 멋있었지만 밤에 봐도 매력적인 쿠알라룸푸르 풍경. 도쿄 살때도 야경보러 타워에 올라가고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매일 매일 볼 수 있다니!
야경만 보면 섭하지. 저녁도 먹고 맥주도 한잔 할겸 안주를 찾다가 도미노피자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주문할만한게 없기도 했고 그나마 피자가 만만했다. 기왕이면 현지 느낌을 느껴보고자 이색적인 ‘사테 피자‘를 선택했다. 사테는 고기 꼬치구이인데 항상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다. 그러니 피자도 맛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틀리고야 말았다. 뭐라고 해야할까, 고기도 들어가 있고 땅콩소스도 들어가 있어서 사테에 필요한 조건은 갖추고 있지만 너무 맛이 따로 논다. 토핑도 큼직큼직해서 뭔가 부담스럽다. 돈이 아까워서 먹는다. 하하하. (이건 정말 별점1 주기도 아깝다…)
그나마 맥주만큼은 배신하지 않았다. 태국에서 주구장창 마셨던 타이거맥주. 말레이시아는 맥주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비싸다. 500ml맥주가 대략 15링깃으로 우리나라돈 약 5천원이다. 😭 비싸지만 어쩔 수 없다. 마셔야지!
그렇게 매일밤 쿠알라룸푸르의 야경에 취해갔다. 지금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사치는 누리자.
📍더 로버트슨 쿠알라룸푸르 위치
・명칭: 더 로버트슨 레지던스 부킷 빙땅 (The Robertson Residences Bukit Bintang)
・주소: 2, Jalan Robertson, Bukit Bintang, 5015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가격: 1박당 평균 5만원 이상 ~
・평가: 가성비를 따지는 여행객들에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파빌리온까지는 도보로 약 25분 정도. 주변에 편의점도 여러개 있어서 편하고 경비가 있어 왠지 모르게 안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