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맞이하는 아침. 마치 1년간의 한국 생활이 하룻밤 사이 꿈이었던 것처럼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공기, 온도, 주변의 소리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다.

이번에 도쿄에 온 가장 큰 목적은 시장조사와 아이템 사입. 조금 늦은 오전이긴 하지만 이곳에 살 때처럼 전철을 타고 신주쿠 도심으로 나가기로 했다.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익숙한 세이부신주쿠선(西武新宿線).

열차 안의 풍경에도 변함이 없다. 전광판 광고가 많이 늘어난 우리나라와 달리 아직 종이 재질 광고 포스터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침은 오니기리로 가볍게

조금 늦었지만 아침을 먹기로 했다. 배고픈 배를 달래는데 오니기리 만 한 것이 없다. 세이부 신주쿠역(西武新宿駅) 페페 지하에는 오무스비 체인 곤베가 있다. (오니기리와 오무스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동의어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보는 삼각김밥보다 두께감이 있다. 종류에는 참치, 콘부, 맨타이꼬, 타카나 등 김을 둘러쌓은 것부터 백미, 잡곡 등 밥으로만 만든 것도 있다. 개당 가격은 110엔~230엔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맨타이꼬(明太子) 무스비를 선택했다. 도톰한 밥 밥 위로 명란젓이 봉긋 올라와 있다. 출장이나 바쁜 아침에 종종 먹고는 했다. 테이크아웃이 기본이지만 간혹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부드러운 김과 고소한 쌀밥, 그리고 속 가득히 들어있는 짭조름한 명란젓이 입 안에서 한데 어우러진다.

밥만 먹으면 목이 메일 수도 있어서 차나 미소시루(된장국)과 함께 먹기도 한다. 우리는 아사리(바지락) 미소시루를 먹었다. 가격은 150엔 정도. 이렇게 함께 먹으면 아침 속이 정말 든든하다!
📍오무스비 곤베 세이부신주쿠페페점 (おむすび権米衛 西武新宿ペペ店)
주소: 東京都新宿区歌舞伎町1丁目30−1 西武新宿ペペ 지하 2층(*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10시 – 오후 9시 30분
코멘트: 매장마다 오픈시간이 다르다. 전날 미리 사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꺼내 먹기도 괜찮다. 주로 장거리 이동할때 먹기 위해 사먹었다. 편의점에도 물론 다양한 오니기리가 있다.(★★★☆)

아침을 해결했으니 이제 일을 해야지. 신주쿠 도심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여행을 다닐 때면 꼭 비가 따라다닌다. 이렇게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을 남자는 아메 오또코, 여자는 아메 온나 라고 한다.


구매의뢰를 받은 제품을 찾으러 신주쿠역 히가시구치(東口)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에 왔다. 매장 입구에서부터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포스터와 팝업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쿄 한정 티셔츠도 귀엽다.

이곳은 총 3층으로 되어 있어서 다양한 아디다스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각 층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하나씩 둘러보면서 3층까지 오르내리다 보면 금세 체력이 소모되는 것을 느낀다. (나이 탓인가 ㅠ)
점심으로는 정식! 규탄 전문점 네기시
아디다스를 둘러보고 신주쿠 주변 매장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보니 금세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비도 오고 떨어진 체력 보충하고자 점심을 든든하게 먹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네기시. 규탄(牛タン), 소 혀 구이 전문점이다.

점심으로 먹기에 다소 가격이 있는 편이어서 일본 살면서도 자주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네기시 세트 2,550엔짜리로 선택했다.

주문을 하면 오픈형으로 된 주방에서 금세 구운 규탄과 함께 밥, 토로로, 소꼬리뼈 스프(네기 시오 스프), 절임 반찬(츠케모노)이 쟁반에 정갈히 담겨 나온다.


규탄이 맛깔나게 구워졌다. 몇 조각 안 돼 보이지만 먹다 보면 의외로 양이 적지 않다고 느껴진다. 규탄만 먹어도 맛있지만 밥 위에 얹어서 함께 먹으면 풍미가 몇 배는 사는 기분이다.

규시게에서 세트 메뉴시키면 꼭 나오는 토로로. 마를 간 것으로 걸쭉한 점성이 특징이다. 토로로를 밥 위에 얹어서 먹는다.

절대 토로로를 먹지 못했던 나였는데 이제는 밥에 토로로를 올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특유의 꿈꿈 한 듯 고소한 듯한 향과 함께 밥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네기시 전매특허라고도 할 수 있는 네기 시오 스프. 맑고 담백한 소꼬리뼈 국물에 얇게 채 썰은 파가 들어가 밸런스가 잡힌 부드러운 국이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속도 이 국물을 먹으면 금세 깔끔해진다.

이렇게 두 사람이 먹고 나니 5,100엔이 나왔다. 일본에 살 때는 점심으로 500엔 ~ 1,000엔 이내로 먹고는 했다. 오랜만에 왔으니 이 정도 사치쯤이야!
📍네기시 타카시마야 타임스퀘어점 (ねぎし タカシマヤタイムズスクエア店)
주소: 東京都渋谷区千駄ケ谷5丁目24−2 타카시마야 타임스퀘어 13층(*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11시 – 오후 10분
코멘트: 정갈하고 깔끔한 규탄 전문점. 일본에 왔다면 꼭 한번은 먹어보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


밥을 먹고 나서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신주쿠 일대 패션매장들을 둘러보았다. 아트모스, 오니츠카 타이거 등 살만한 것이 있는지 신상 아이템은 무엇인지 열심히 시장조사를 했다.
저녁 겸 회식으로 이자카야 바리끼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업무는 이쯤에서 마치기로 한다. 내가 사장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 ㅎㅎㅎ

오랜만에 추억의 장소에 가보기로 했다. 신주쿠에서 전철을 타고 키치조지로 이동했다. 일 끝나고 마시던 맥주가 생각나 자주 가던 가게로 가보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 주변을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해도 그곳이 나오지 않았다.

주변을 세 바퀴나 둘러보다 포기하고 가려는 찰나 왠지 낯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력…(馬力), 그래! 바로 이곳이었어. 우리가 일본을 떠나 있는 사이 매장을 이전한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매장으로 들어갔다.

와이프는 생맥주(나마) 나는 하이볼을 주문했다. 토닉워터가 들어가 단 맛이 강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플레인 탄산수를 섞는다. 빅 사이즈인 메가 하이볼을 받아 들었다.

안주는 일본 이자카야 대표 메뉴인 스지니코미(すじ煮込み). 우리말로 하면 소 힘줄찜인데 소 힘줄을 곤약이나 무 등을 넣고 졸인 음식이다. 된장과 간장으로 만들어진 소스가 베어 단짠 맛이 재료에 잘 베어 들어 어느 술과도 잘 어울린다.


다음으로는 야끼토리와 하무카츠(햄까스)를 주문했다. 청량감 있는 드링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다. 이자카야에 가면 주문하던 대표 3가지 메뉴다!
오랜만에 추억이 깃든 이자카야에서 배를 채우니 기분이 좋아졌다. 적당히 알딸딸해지기도 했고.하지만 여기서 끝내기 아쉬워 또 다른 추억의 장소로 이동했다.
📍바리키 키치조지점 (馬力 吉祥寺店)
주소: 東京都武蔵野市吉祥寺本町1丁目2−1(*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평일 오후 4시 – 익일 0시, 주말 오후 12시 ~ 오후 11시 30분
코멘트: 일본 이자카야 체인 중 하나. 부담 없는 가격에 술과 안주를 먹을 수 있다. 저렴하고 큼직한 바리키 하이볼 등 특별 메뉴도 있다. (★★★)
해장으로 라멘 대신 츠케멘

이곳은 츠케멘 맛집 멘야 무사시 코도(麺屋武蔵 虎洞)다. 어느 사이 키오스크가 생겼다.


굵직하고 탄력 있는 면도 매력이지만 차슈가 가장 큰 매력이다. 두툼한 차슈도 맛있지만 코도 전매특허 차슈 소세지, 일명 토라노 싯뽀(호랑이 꼬리)가 매력이다. 직접 만든 자가제 (自家製)로 한 입 씹으면 소세지 육즙이 입안에서 팡팡 터진다.

츠케멘은 면을 국물에다 찍어 먹는 방식의 라멘이다. 스프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곳은 돈코츠 베이스다.

국물이 식기 전에 서둘러 면을 국물에 찍어서 먹는다. 쫄깃쫄깃 한 면발과 그 사이로 돈코츠 육수의 풍미가 기분 좋게 타고 올라온다. 라멘과는 또다른 매력!

국물은 농후한 돈코츠 스프. 안에 들어간 차슈도 맛있다. 밥을 말아먹어도 맛있게다는 생각이 든다. 좀 짭쪼름하지만 남은 국물까지 렝게(스푼)으로 계속 먹게 된다.
후. 정신없이 츠케멘까지 먹고 나니 배가 한가득이다. 일본에 살 때보다 더 잘 챙겨 먹은 하루였다. 매일 이렇게 먹었다면 아마 금방 굴러다닐 정도로 살이 쪘겠지.
📍키치조지 멘야무사시 코도 (吉祥寺 麺屋武蔵 虎洞)
주소: 東京都武蔵野市吉祥寺本町1丁目1−7(*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10시 30분
코멘트: 츠케멘의 진수. 두툼한 면발과 걸죽한 스프가 매력적이다. 라멘도 물론 맛있다. 웨이팅 하는 날이 많지만 기다린 보람 한다. 키치조지가면 꼭 들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