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퇴근길 직장인들의 모습 담았습니다. 이자카야에서 마시는 맥주, 편의점 술자리, 숙취 해소법까지 한국과 같은 듯 다른 일본 직장 음주 문화를 확인해 보세요.
한국에서는 회사 퇴근길에 고깃집이나 치킨집에 들러서 술 한잔하고는 했다. 일본에서도 ‘퇴근길 한잔’은 이질감 없는 풍경 중 하나다. 대신 소주 대신 맥주, 그중에서도 생맥주가 중심이다.
일본 퇴근길 술자리 문화
생맥주는 일본어로 나마비루(生ビール=나마 비이루)라고 한다. 줄여서 나마. 간혹 병맥주(瓶ビール=빙 비이루)만 파는 경우도 있지만 나마는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다.

원래 소주파였던 나. 맥주는 본격적으로 소주를 마시거나 또는 소맥용으로 곁들일 때나 마시는 탄산음료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일본에 살고부터는 맥주파로 바뀌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일본에서는 소주가 비싸다는 점. 한국술인 소주가 일본에 수입되어 들어오면서 관세와 주류세가 붙어 비싸진다. 보통 식당에서 한국 소주는 1천엔~1천5백 엔대에 판매된다. (마트에서는 300엔대) 두세 병 이상 마시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두 번째는 맥주가 맛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맥주맛이 좋아졌지만 일본 맥주는 아직 넘사벽이다. 깊은 풍미와 함께 시원하게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목 넘김이 가히 예술이다. 생맥주 거품의 크리미함과 맥주잔(죠끼)에 남아 있는 맥주거품띠인 엔젤링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역으로 향하는 길에는 크고 작은 이자카야를 볼 수 있다. 인기 있는 가게는 이른 저녁시간부터 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이 한가득이다. 가게에 들어가면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해 주고 주문을 받는다. 이때 손님 입에서 자동반사처럼 나오는 대사가 있다.
‘토리아에즈 나마데(とりあえず生で)’
토리아에즈는 일단, 나마는 생맥주. 즉, 일단 생맥주 한잔 달라는 뜻이다. 일에 지친 직장인들은 일단 맥주로 목을 축이는 것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랜다. 맥주 한잔을 시켜두고 안주를 고른다. 가게에 따라서는 기본 안주인 오토시(おとおし)가 나오기도 한다. 안주 나오기 전 한잔, 안주가 나오면 또 한잔, 마지막 입가심으로 또 한잔. 맥주 두~세잔은 가볍게 비우게 된다.
편의점 앞에서 즐기는 가벼운 한 잔
그렇다고 꼭 가게에 가서만 먹지는 않는다. 가볍게 한잔만 하고 집에 돌아가자는 취지로 역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몇 캔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서 길거리 도보 펜스에 걸터앉아 마시기도 한다.
아사히를 비롯해서 기린, 산토리, 에비스 등 다양한 맥주부터 하이볼, 츄하이, 니혼슈까지 편의점에서 술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다이바에 있을 때는 주로 이 방법을 택했다. 맥주 한 잔 마시며 하루 에피소드나 개인사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는 했다.

처음에는 걸터 앉아 마시는게 불편할 줄 알았다. 그래서 한 캔만 마시고 퍼뜩 집에 들어갈 요령이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 두 캔, 세 캔까지 이어진다. 알딸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불편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진다. 서서 먹고 마시는 타찌구이(立ち食い)에 비한다면 오히려 편하기까지 하다.
안주는 또 얼마나 맛있게. 편의점에 따라 다르지만 매장에서 직접 만든 튀김류를 파는 곳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라아게부터 다양한 꼬치류가 매대에 한가득이다. 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기도 하고 기간 한정으로 나온 포테이토칩도 기대된다. 가격도 저렴하니 주머니 사정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사실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다. 바로 역 근처라는 점이다. 술 마시다가 막차를 놓치거나 할 염려가 거의 없다. 다 먹고 난 후 그대로 집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숙취 해소하기
일본에서도 무리해서 마신 경우는 다음날 어김없이 숙취가 찾아왔다. 한국에 있었다면 근처 국밥집이나 해장국집으로 가서 속을 달랬을 텐데. 일본에서는 한인타운 아니고서는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대안이 필요했다. 가장 가벼운 것은 된장국인 미소시루. 스키야, 요시노야, 마츠야 등 소고기 덮밥(규동) 체인에서 500엔 정도면 미소시루 딸린 세트메뉴 주문이 가능하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그래도 속이 달래지는 기분이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은 날에는 돈코츠 라멘을 먹기도 했다. 돼지뼈로 진하게 우려낸 국물이 아쉬운 대로 국밥을 대신해 주었다. 면은 남기고 국물 위주로 먹기는 했지만. 만일 주말이라면 신라면에 밥을 말아먹었다. 사실 이게 가장 특효약이었다. 한국인에게는 역시 한국음식이다.

이 외에 일본에서는 술 먹기 전후에 강황이 들어간 영양제나 드링크를 마시기도 한다. 우리가 컨디션을 마시듯. 대표적인 것이 우콘노치카라(ウコンの力)와 헤파리제(ヘパリーゼ). 각각 알약 타입과 드링크 타입이 있다. 술자리가 잦은 사람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중의 필수. 나는 강황이 몸에 안 맞는지 영 효과가 없었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술자리 풍경이 너무도 익숙해졌다. 소주가 생맥주로 바뀌고 안주가 치킨에서 야끼토리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꽃의 결은 같다. 동료와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퇴근길 풍경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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