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오후. 이럴때 선택은 언제나 라멘이었다. 홍대 주변에도 일본 라멘집이 많다. 걔중에서 산책길에 자주 봤던, 분위기부터 일본스러운, 하카타 분코로 정했다.
홍대 돈코츠 라멘 맛집 하카타분코

오후 12시부터 1시 사이에 긴 줄이 늘어서는 하카타 분코 매장 앞. 학교 수업 끝나고 라멘 먹으러 오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이날은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하카타분코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제법 오래 영업한다. 매장 입구에는 블루리본 스티커가 한가득 붙어있다. 입구에서부터 라멘 맛집 소울이 느껴진다.

매장 안은 일본 라멘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테이블석과 카운터바로 나뉘어 있다. 그 앞으로는 조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편이다.

하카타분코 메뉴는 단순하다. 진하고 묵직한 육수의 돈코츠 라멘인 인라멘과 기름기를 제거해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청라멘. 그리고 야간에만 가능한 차돌단면. 사이드 메뉴로 차슈덮밥도 있다. 라멘 가격은 1만 원.

한국에서 라멘을 먹을 때 가장 기쁜 건 ‘김치’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하카타 라멘 계열에 갓김치(카라시타카나=辛子高菜)가 있는 걸 제외하면 없거나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 테이블마다 있는 김치 항아리에서 먹을 만큼 앞접시에 덜어내면 된다.
히카타분코 인라멘

사진 몇 장 찍는 사이 라멘이 등장했다. 보기에도 걸쭉해 보이는 국물에 차슈, 숙주나물까지 듬뿍 담겨 나온다. 구수하고 진한 돈코츠 국물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수저(렝게)로 국물부터 맛보았다. 몽실몽실한 돈코츠 국물. 메뉴판 설명처럼 진하고 묵직하다. 일본에서 먹던 하카타 돈코츠 라멘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에 돌아와서 먹은 라멘 중 하카타분코가 단연 일등!

다음은 면. 하카타 돈코츠 라멘은 가느다란 면인 호소멘(細麺)이 주류다. 일본에서처럼 면 삶은 정도를 선택하는 시스템은 아닌 듯하다. 면치기 후루룩. 음. 면은 푹 익힌 야와(やわ)에 가깝다. 나는 보통(후츠:普通)을 시키는 편인데 너무 익어서 조금 퍼진 느낌이다. 아쉽다.

라멘에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차슈. 각 라멘가게들마다 자신만의 차슈로 승부를 거는 곳들이 많다. 이곳 차슈는 야들야들하고 얇게 슬라이스 되어 먹기 편하다. 기본에 충실해 라멘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테이블에는 베니쇼가(紅生姜)도 있다. 라멘뿐만 아니라 덮밥이나 초밥을 먹을 때도 빠질 수 없지. 라멘이 조금 느끼하게 느껴진다면 베니쇼가를 곁들여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김치가 빠질 수 없지. 돈코츠라멘을 먹으면서 적당히 산미가 있는 김치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면치기 한 번 하고 김치 한입, 국물 한번 먹고 김치 한입. 김치와 하카타 돈코츠라멘 궁합 너무 좋다.

정신없이 코 박고 먹다 보니 금세 바닥을 드러 냈다. 국물이 마지막까지 매력적. 입안에 감기는 돈코츠국물이 하카타분코 라멘의 매력이다. 면 먼저 다 먹고 사리를 추가하거나 공깃밥을 말어서 먹으면 한 끼 정말 든든하게 먹었다는 소리가 나올 듯!
📍하카타분코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19길 43
・영업시간: 오전 11시 ~ 다음날 새벽 2시 30분 (라스트 오더1:30, 15:30 ~ 브레이크 타임)
・주요 메뉴: 인라멘 1만원, 청라멘 1만원, 차돌단면 1만 5천원
・주차장: 인근 로하스타워 유료 주차장 등 이용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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