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직장에서 했던 일은 한국 중소기업의 일본 진출 서포트였다. 일명, 민간 코트라. 그 시작은 한국 정부기관 수주 계약을 따는 일부터였다. 그래서 정부 사업 준비 경험은 수차례 있었다. 정부 창업 지원사업도 쉽게 성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줄 낙방.
정부 창업지원 종류
정부 창업지원사업은 주로 연초인 1~2월에 모집을 시작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사실상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나는 사업자등록을 6월에 했었다. 이 시점에는 이미 대부분 창업 지원사업은 사업비 소진으로 추가 모집이 없다.
창업지원사업은 예비 창업자부터 초기 창업자 (3년 이내), 중기 창업자(3년~7년), 그리고 재창업자별로 나누어 모집한다. 가장 인기 있는 사업은 ‘창업패키지’. 각 창업 단계별로 개별 사업을 모집한다.
| 주기별 | 대표 정부 지원 사업 |
|---|---|
| 예비 창업자 |
• 예비창업패키지 • 신사업 창업사관학교 • 창업중심대학 – 예비창업자 |
|
초기 창업자 (3년 이내) |
• 초기창업패키지 • 창업성공패키지 – 청년창업사관학교 • 창업중심대학 – 초기 창업기업 |
|
중기 창업자 (3~7년) |
• 창업도약패키지 • 창업중심대학 – 도약기 창업기업 • 창업성공패키지 – 글로벌창업사관학교 |
| 재창업자 | • 재도전성공패키지 |
사업비는 최대 1억 원으로 시제품 제작, 마케팅, 지재권, 외주용역비 등에 사용 가능하다. 사업 초기 또는 예비 창업자들 대부분 운영자금이 부족하다. 이때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된다면 초기 자금 걱정 없이 아이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1인 창업으로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했기에 자금이 절실했다. 만약 나에게 1억이 있다면? 아이템 개발도 하고 마케팅도 해서 회사를 키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했다.
연말에는 주로 기존 사업정보와 합격 수기를 보며 무엇을 챙겨야 할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틈틈이 K-Startup 창업지원포털을 살펴보았다. 여기에 창업 관련 사업 모집공고가 올라오니 창업 지원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즐겨찾기 해놓아야 한다.
사업계획서 작성하기
수차례 정부 사업 수주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봤던 경험이 있었기에 창업 패키지 사업계획서도 낯설지 않았다. 목차는 대부분 사업이 비슷하다. 일빈 현황, 창업아이템 개요, 문제인식, 실현 가능성, 성장전략, 팀 구성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은 ‘한국상품에 특화된 일본 쇼핑몰 플랫폼’이었다. 라쿠텐이나 아마존 등에 한국 상품을 올려 판매해 본 경험도 있었고 일본 기업에서 온라인 쇼핑몰 팀장으로 재직했다. 정부에서 개발한 유사 사이트도 있었지만 현지에서 실무를 오래 담당해 온 내 눈에 보이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업계획서에는 일본시장 현황, 기존 유사 서비스 문제점, 내 아이템의 특징, 사업수행 계획, 수익화 방안, 예상소요비용 및 자금확보 방안 등을 담았다. STP나 SWOT 등 기본적인 프레임 워크 활용도 빼놓지 않았다. 실물 서비스가 아니기에 가상 이미지도 만들어 첨부했다.

몇 날며칠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간신히 사업계획서 작성 완료. 떨리는 마음으로 창업지원포털에 들어가 사업신청서를 작성했다. 온라인 폼에 맞게 입력한 후 사업계획서를 첨부하는 것으로 신청을 마무리 지었다.
정부 창업 지원 사업 양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서 한번 작성 잘해두면 조금씩 내용 수정해서 제출하면 된다. 나의 경우는 수년 전에 (제대로 운영 안 하다) 폐업했던 사업자가 있었기에 초기창업패키지와 함께 재창업 패키지도 신청했다.
창업지원 사업 탈락 이유
창업지원사업은 서류합격 이후 발표평가를 마쳐야 비로소 선정된다. 제법 여러 단계가 있지만 서류는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름 문서 작성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표도 그리 겁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서류 탈락. 초기창업패키지, 재창업패키지, 뒤이어 신청한 청년창업사관학교까지 모두 떨어졌다. 아쉽게도 불합격 사유에 대해서 어느 곳도 알려주지 않는다. 지래 짐작으로 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이유가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실 사업계획서 작성단계부터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내 아이템은 아직 세상에 없는 가상의 존재였다. 사업계획서에는 ‘시제품’ 사진을 첨부하게 되어 있었다.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기는 했지만 파워포인트로 만든 도식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후에 지원사업에 선정된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명확한 ‘실물’ 아이템이 있었다. OO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화장품 등 특별해 보이지 않는 아이템들도 선정되었다. 눈에 보이는 아이템이니 창업 지원 자금을 활용해 마케팅, 지재권 출원 등에 사용이 수월했다.
반면 내가 제시한 사업 모델은 추상적인 존재. 사업비를 활용해 일본어 사이트 개발에 투자하고 물류라인 구축 할 것이라고 전체적인 조감도를 담았지만 심사위원들 눈에는 현실감 있게 다가가지 않았나 보다.
아쉽지만 실패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 해 주요 지원사업들은 마감이 되어 차기 연도를 기약해야 하는 상황. 그때까지 아이템 개발 가능성이 보인다면 다시 초기창업패키지에 도전해 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창업지원 사업이 안된다면 대출을 신청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정부 지원 사업자금 대출은 시중은행보다 저리로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때 발견한 것이 ‘청년 창업지원 대출’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정부 지원사업에 도전을 결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