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맥북은 2018년 일본에서 샀던 맥북프로다. 키보드 위에 자리 잡은 또 다른 화면인 터치바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버전. CF를 보고 매혹되어 바로 구매했었다.

그렇게 맥 OS 세계에 입문했고 2023년 맥북 프로 (M2 Pro)로 갈아타기 전까지 5년간을 메인으로 사용했다. 맥북 배터리 문제가 붉어지기 전까지는.
맥북 성능 저하와 배터리 문제
신형 맥북은 주로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구형 맥북은 집에서 서브로 사용했다. 구매 초기만 해도 웬만한 프로그램부터 이미지 프로그램 구동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점점 최신 소프트웨어를 가동하면 엄청난 팬 소음과 함께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영상 인코딩 하나 하려고 하면 한참을 켜두어야만 했다.

시간은 점점 흘러 최신 소프트웨어나 맥OS 업데이트 지원이 종료되면서 호환성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챗GPT는 버벅거림이 심해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신형 맥북을 사기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 들고 가서 사용해도 아무 문제없었는데 어느 순간 배터리 성능이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날이 추울 때면 분명히 배터리 충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전마크가 뜨면서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여기에 이전부터 겪었던 C케이블 단자 접촉 불량까지 겹치면서 맥북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도 여러 번.
이대로 보내주어야 하나 싶다가도 정이 들어서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애플 공식 수리센테에서 배터리를 갈면 30만원이 넘고 사설도 10만원 중~후반.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직접 맥북 배터리를 교체했다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
맥북 배터리 구매와 교체 후기
맥북 배터리는 쿠팡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내가 사용하던 모델은 A1706. 모델 번호를 입력하면 교체용 배터리가 올라온 걸 볼 수 있다. 가격은 6~7만원대니까 사설보다도 반값이다.
배터리가 도착하기 전까지 교체방법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를 뒤져가며 절차를 익혔다. 조금 번거로워 보이기는 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윽고 배터리가 도착했다. 아이패드에 교체 순서가 나온 페이지를 띄어놓고 별표 나사를 풀러 배터리 교체 작업에 돌입했다.

순서는 간단하다. 드라이버로 맥북 하단에 있는 나사들을 푼다. 이후 본체 케이스를 앞으로 밀어서 빼낸다.
그다음은 트랙패드 분리. 배터리 교체 중 자칫 잘못 건드려 먹통이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나사를 풀러 배터리를 떼어내면 끝.
배터리는 끈끈한 테이프로 붙어 있어 헤라 같은 걸로 힘을 주어 떼어내어야 한다. 이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이후 새로 온 따끈따끈한 배터리를 맥북에 연결해 줄 차례. 배터리 케이블을 본체와 연결하고 테스트 해보니 전원이 들어왔다!
이후 별거 아니라는 마음으로 재조립에 들어갔다. 배터리 분해할 때와 역순으로 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스파크
맥북 노트북에 사용되는 나사들은 정말 작다. 자력이 있어서 드라이버에 붙기는 하는데 쉽게 떨어지기도 한다.
걔 중 나사 하나를 다시 끼어 넣다가 드라이버에서 미끄러져 회로 쪽으로 떨어졌다. 그때였다. 갑자기 메인보드 기판(칩)에서 번쩍하고 스파크가 튀겼다.

이윽고 조립을 마쳤다. 언제나처럼 맥북 상판을 열었다. 두둥~~! 하는 소리가 들려와야 하는데….? 어라. 화면이 반응이 없다. 이상하다. 여러 번 전원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다.
그리 크지 않아 별 탈 없겠지 하고 다시 나사들을 조여나갔다. 나사를 많이 돌려 손이 아프기는 했지만 새 배터리를 달고 생생하게 돌아왔을 맥북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혹시나 싶어 챗GPT나 제미나이에게도 대처법을 확인해 보았다. 스파크로 인한 과전압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전류가 빠져나갈 때까지 20~30분 기다렸다가 다시 켜보라는 제안대로 따랐다. 그러나 먹통.

그때부터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안되면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동안의 추억들이 떠오르며 쉽게 손이 놓아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이날은 하필이면 주말. 그래서 회사 근처에 있는 사설 맥북 수리점 예약을 하게 되었다.
맥북 사설수리 그리고 작별
홍대 인근에 여러 맥북 사설 수리점이 있었다. 그중 가장 평이 좋았던 잡스네 전파상을 찾았다. 도착해서 사장님께 증상에 대해 설명드렸다. 배터리 불량일 수 있으니 다른 걸로 교체해 보고 안되면 보드 쪽을 살펴보기로 했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면 살아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잠시 기다렸다. 한 10여분 지났을까, 배터리를 교체해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기판에 전류는 감지되기 때문에 스파크가 튀었던 칩을 교체하는 등 몇 가지만 살펴보면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대신 당일 수리는 안되고 1~2주 걸린다고 했다.
배터리 교체만 하면 15만 원대에서 해결되지만 메인보드 수리까지 들어가면 25만원 내외까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 이상 나올 경우는 차라리 퀄리티 좋은 중고를 사는 게 더 낫다고 해서 수리 가능여부 점검을 부탁했다.
수리를 의뢰하고 나서 대략 1주일이 지난 어느날.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잡스네전파상 본사 수리 전문가였다. 당연히 고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거 메인보드 자체를 갈아야 할 가능성이 크네요…이 모델이면 중고로 30만원 정도 합니다. 데이터 중요한 거 없으면 이대로 종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랬다. 사설 수리로도 결국 살리지 못했다. 처음부터 사설에 맡겼다면 15만원 내외로 배터리 교체할 수 있었을 텐데. 돈을 아끼려다가 배터리 비용 + 사설 점검비용으로 그에 준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사설 수리를 맡기지 않으려고 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예전에 아이폰11 액정 깨졌을 때 사설에서 갈았다가 제멋대로 터치되는 경험을 해서 결국 애플 가서 40만원주고 리퍼 교체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서브로 사용할 노트북이었고 민감도가 덜한 부품이니 사설을 맡기는 게 득이었지 싶다. 배터리 뜯는 것도 상당한 노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손을 믿은게 잘못이다. 와이프는 처음부터 불안하다고 경고했는데 잘 될 거라며 흘려 들었던 걸 반성한다. 그래, 내 손은 똥손이다. 똥손. 앞으로는, 특히 맥북은 절대 내 손으로 분해하지 않는다.
돈 주고 또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