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여러분, 주말은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3월 25일(목) 밤, 일본 도쿄도(東京都)지사인 코이케(小池)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도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당일 확진자가 41명으로 증가하면서 이번주 들어 오버슈트(감염자의 폭발적 증가)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메세지를 발표했다.
이 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섭게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바로 식자재 사재기가 시작된 것이다!
#도쿄 마트에는 물건이 없다.
나는 평소에 주말에 한번정도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는 편이다. 대략 일주일치 먹을양만 사다두기 때문에 불필요한 물건은 최대한 자제하는 주의. 그래도 뉴스가 나오고 했으니 평일이긴 했지만 미리 마트에 가 보았다.
그런데 마트는 이미 습격을 받은 듯 모든 선반에 물건이 텅 비어 있었다. 일본생활 7년만에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때도 이러한 모습이 연출 되었다고 했는데 일본 도쿄도민들에게 이번 코이케 도지사의 기자회견은 당시만큼이나 충격적인 멘트였나 보다.
일본 사람들은 평소에 검소하고 필요 이상의 소비는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인상은 바뀌어 버렸다. 쌀을 비롯해서 식자재, 빵, 라면…그 어떤 선반에도 물건은 없었다. 혹시나 싶어 집에서 조금 떨어진 대형마트에도 가보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트에는 나처럼 살 물건이 없어서 빈 카트만 요란하게 끌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의 카트에는 딸기, 참치… 그나마 냉동식품 코너에 있었던 멘치카츠와 함바그 스테이크 몇덩이 간신히 집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사지 않았을텐데 먹고 살아야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ㅠㅠ
다행이도 주말오전에는 마트에 물건이 다시 공급되어 부족했던 식료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는 했지만 아베총리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처 및 경제지원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상황이라 아마 사재기 현상은 도쿄를 넘어 일본 전역에 퍼질 것으로 보인다.
#국화와 칼. 올림픽과 코로나19
일본학(日本学)을 전공 했던지라 일본인론(日本人論)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관련된 서적들을 읽었었는데 그 중 일반 대중들에게도 교양서적으로 많이 읽혀진 ‘국화와 칼’이, 요즘 유달리 생각난다.
세계 2차세계대전 당시 카미카제 특공대까지 있을 정도로 죽음을 명예로까지 여기며 싸우던 일본은 천황이 패전선언 하자마자 그들의 적이었던 미국인을 적이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그 태도가 단시간내에 바뀌었다고 한다.
참 재미있게도 불과 몇일 전까지만해도 2020년 도쿄 올림픽 연기는 없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이던 일본이 IOC에서 올림픽 연기를 선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심각성에 대해서 (수도인 도쿄도가) 기자회견을 연것이다. 그동안은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하다는 식이였다. 올림픽이 연기 되지 않았다면 확진자수를 축소 했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쉽사리 지을 수 없다.
앞으로 일본에서 얼마나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지, 사람들은 얼마나 더 사재기를 할지, 더 나아가서는 소상공인들이나 중소기업들은 얼마나 더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걱정이 많이 된다.
올해는 코로나19 덕분에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지인들과 즐기던 하나미(花見)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아무쪼록 조속히 백신도 개발되고 감염자수도 줄어들어 이전처럼 활기가 가득찬 일상이 되찾아 오기를 무엇보다도 손꼽아 기다려 본다.
[…] 3월 [일본 사재기 여전. 코로나19로 도쿄는 식량난? ]이라는 글을 썼는데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는 새해 들어 오히려 […]
[…] 식자재를 비롯 이러한 위생용품은 사재기 여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사재기 여전. 코로나19로 도쿄는 식량난?) 심지어 코로나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서 실제보다 몇배나 비싼 값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