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기차로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일본열도 전체가 철도로 이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다만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무턱대고 기차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들을 위해서 일본 전국의 JR라인을 저렴한 비용으로 탈 수 있는 특별한 티켓이 있다. 바로 청춘18티켓(青春18切符)이다.
#기차여행 첫째날 (도쿄 → 오미가와 → 니가타)
청춘18티켓으로 11,850엔으로 일본 전국에 있는 JR 보통 또는 쾌속 열차를 유효기간내 총5일에 걸쳐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이름이 ‘청춘18’이어서 왠지 대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연령이나 국적에 상관 없이 누구나 이용가능하다. 구매는 JR역에 있는 미도리노마도구치(일명 녹색창구. みどりの窓口)에서 구매가능하다.
나와 여자친구도 청춘18티켓을 이용해 기차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쌀이 유명한 지역인 니가타(新潟).
참고로 청춘18티켓 한장으로 여럿이 이용할 수도 있다. 최대 5회 이용이 가능한 티켓이기 때문에 1번에 5명이 동시에 이용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두사람, 왕복으로 4회분을 이용했다.)
드디어 기차가 출발한다. 우리집에서 니가타까지는 일반열차로는 약 8시간 30분정도. 중간에 5번 정도는 갈아타야하는 아주 고된 길이다.
장시간 기차에 있는 동안 무얼 하는게 좋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여느 일본인 관광객들이 그러하는 것처럼 캔맥주를 마시며 경치를 즐기기로 했다.
맥주를 마시고 경치도 즐기는 사이 어느덧 도심을 지나 강과 산이 보이는 지역까지 이동했다.
어느덧 기차는 달리고 달려 니가타현에 속한 미야우치(宮内)역에 도착했다. 도쿄도심과는 다른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곳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탈 예정이다.
다음 열차로 갈아탈 때까지 시간이 남기도 했고 때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집에서 미리 싸온 김밥을 꺼내들었다. 역시 여행에 김밥이 빠질 수 없다!
김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열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왔다. 일본 기차여행에는 그 말고도 또 다른 묘미가 있는데 바로 다양한 기차를 보는 것이다. 왠지 1960년대 배경에 등장할 법한 레토르한 느낌의 기차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날 우리는 곧장 니가타로 가는 것이 아니고 중간 목적지가 따로 있었다. 바로 오미가와(青梅川)역이었다. 이 역은 일본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역에 내리자마자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 왔다. 집에서 대략 8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청춘18티켓이 있기에 와 볼 용기가 생겼다.
📍오미가와역(青梅川駅)
〒949-3661 新潟県柏崎市青海川
앞 바다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우리는 이 역에서 내려서 바다도 즐기고 주변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오미가와에 오기전부터 기대가 되었던 곳이 있다. 바로 사랑의 성지라고도 불리우는 ‘코이비토 미사키(恋人岬)’다.
‘사랑’을 테마로 한 공원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에 걸맞게 잔디도 하트모양으로 깍아 놓았다.
동해바다를 따라 길게 늘어선 울타리에 자물쇠와 하트 모양 플레이트가 걸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이렇게 걸어두면 두사람의 사랑의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도 여기까지 온 김에 하트 플레이트를 걸어두기로 했다. 공원에 있는 상점에서 500엔정도에 구매가 가능하다.
📍카시와자키 코이비토미사토 (柏崎 恋人岬)
〒949-3661 新潟県柏崎市青海川133−1
영업시간: 오전10시 ~ 오후4시
바다도 둘러보고 사랑의 성지에 하트도 걸고 왔으니 이제 다시 최종 목적지인 니가타로 떠나보자. 이번에는 초록색 띠를 두른 열차가 왔다.
이곳은 나가오카(長岡)역. 여기에서 오후 5시 2분에 출발하는 니가타행 열차를 탈 예정이다. 기차는 도쿄 도심과는 다르게 의자가 서로 마주보는 식으로 되어 있다. 다행이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낯선 사람과 나란히 앉는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다.
대략 20분정도의 거리였지만 금새 어두워졌다. 하루종일 장시간에 걸친 기차 이동과 오미가와에서 돌아다니라 체력소모가 컸던지라 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미소라멘 전문점 토센야. 맵싹해보이는 다대기와 고춧가루 양념을 한 파가 있어 왠지 얼큰해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주문한 것은 츠케멘이었다. 참고로 면을 따뜻한 면인 아츠모리(温盛)와 차가운 면인 히야모리(冷盛)중에 고를 수 있는데 그 중 아츠모리를 시켰다. 보통은 면을 식히지 않고 따뜻하게 해서 나오던데 이곳에서는 아에 뜨거운 물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나왔다. (맛은 보통)
📍카라미소정 토센야 (辛味噌亭 とうせんや)
〒950-0087 新潟県新潟市中央区東大通1丁目1−10 来々軒ビル 1F
영업시간: 오전 11시 ~ 밤10시
기차여행 둘째날 (니가타 → 니가타대학 → 도쿄)
다음날이 밝았다. 전날은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그대로 떡실신했다. 둘째날은 니가타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일본 국가지정중요문화재이기도 한 반다이바시를 건너기도 했다.
📍반다이바시(萬代橋)
〒950-0088 新潟県新潟市中央区万代2丁目4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주변을 산책 후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함께 인턴을 했던 동생이 니가타 대학에 교환학생을 했었는데 그친구에게 물어보니 대학교 근처에 맛있는 가츠동(돈까스덮밥) 가게가 있다고. 그래서 니가타대학쪽으로 향했다.
대학가 근처라고 해서 주변이 번화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작고 조용했다. 역근처에는 조그만 한국식당도 있었다.
이곳은 니가타대학 이가라시 캠퍼스. 특별히 학교 안으로 들어가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잠시나마 대학 시절 캠퍼스의 추억이 떠올랐다.
📍니가타대학(新潟大学 五十嵐キャンパス)
〒950-2181 新潟県新潟市西区五十嵐2の町8050
이윽고 도착한 가츠동 식당 카네코. 사실 길치이기도 하지만 구글맵을 믿고 갔는데 가게를 앞에 두고 한참을 헤맸다. 덕분에 땀도 비오듯 쏟아지고.ㅎㅎㅎ
시간은 어느덧 오후 1시. 다행이도 맛집인지 테이블은 만원이었다.
밥이 나오기까지 허기를 달래 줄 두부 (히야얏꼬: 冷奴). 너무 배고파서 두부가 나오자마자 금새 순삭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윽고 나온 가츠동과 돈까스. 돈까스 한입 쌀밥 한입, 된장국 한스푼. 씹을때마다 나는 바사삭 거리는 소리가 (아마도) 코시히카리로 지은 맛있는 쌀밥 덕분에 금새 포만감이 가득해졌다. (※아쉽게도, 2018년 이후 휴업)
점심을 먹었으니 아쉽지만 이제 다시 도쿄로 돌아가야할 시간. 채 소화가 되기도 전에 다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늘은 어제 봤던 파란색 기차가 왔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어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니가타의 풍경들을 두 눈 가득히 담았다. 니가타는 코시히카리 등 쌀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해서 벼 농사를 짓는 논이 많이 보였다.
풍경을 보다가 잠들고 다시 깨어나서 기차를 갈아타기를 여러차례 반복한 끝에 도쿄에 돌아왔다. 청춘18티켓으로 떠난 1박 2일의 니가타 여행. 장시간 이동이라 힘들긴 했지만 티켓이름처럼 청춘의 열정이 있을 때 한번쯤 해보면 좋을 여행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