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졸업하고 대기업 나와야 성공한 인생이다.

1987년생인 나는 이러한 말을 정말로 많이 듣고 자라왔다. 그래서 당연히 공부는 잘해야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만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 왔다. 아마 요즘도 그러한 세간(世間)의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불행이도(?) 나는 공부를 못했고 간신히 지방대에 입학하여 그나마 4점에 조금 못미치는 평점으로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취업을 못했냐 하면, 지금은 일본 도쿄에서 사회생활을 8년째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취업이나 이직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방대가 취업에 불리한(했던) 이유

일본도 그렇겠지만 한국의 경우 학연지연 등이 취업, 승진 등에 큰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많이 바뀌고는 있겠지만 없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명문대 졸업장이 메리트가 있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아야한다. 정말 명문대라서 취업에 유리하고 지방대라고 해서 불리한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지만 방학 중 캠퍼스 풍경에서 나는 그 실마리 중 하나를 찾았다.

내가 졸업 한 학교는 강릉에 있는 국립대학 강릉원주대학교. 2010년 전에 대학 도서관은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정말 깨끗하고 쾌적한 면학 환경이 조성 됐었다. 그러나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학기중이나 방학중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반면 서울 인근의 명문대학의 모습은 달랐다. 낡고 허름한 도서관임에도 학기중은 물론이거니와 방학중에도 도서관은 발디딜틈 없이 학생들로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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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업한 대학의 캠퍼스 전경. 가운데 보이는 하얀 기둥 건물이 중앙도서관이다. (사진출처: 강릉원주대학교)

이미 중고등학교에서도 평균 이상으로 공부 했던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해서는 전국의 평균이상의 사람들과 경쟁할 때, 적당히 공부 했던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적당히 또는 그 이하로만 하고 있었다. 경쟁은 시험기간일 뿐. 나도 그중의 하나였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추가적인 예로 수업의 퀄리티를 들 수 있다. 내가 명문대 수업을 받아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지방대의 강의 퀄리티는 솔직히 떨어진다. 십수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강의 교안에서부터 휴강을 일삼거나 술이 덜깬 상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의 모습들도 볼 수 있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일 때 수강 했던 교양수업인 ‘서양문화사’ 수업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최악의 수업이었다. 매주 1편의 서양고전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감상을 다음 수업전까지 레포트로 제출하는 형식이었다. 그다지 서양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기말고사가 다 되서야 시험이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범위도 대략 10권 남짓한 것이었고, 책을 빌리려고해도 도서관에는 이미 책이 대출 상태였고 사자고 하니 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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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는 나에게 D0라는 최악의 학점을 안겨준 책이 되어벼렸다. (사진출처: 김영사)

나는 결국 준비를 하지 못했고 답안지에 “강의 중 영화만 보다가 갑자기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고 시험을 치뤄야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적어 당당히 D0의 성적으로 해당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그 이후 나는 성적포기를 하여 내 성적표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비록 위에 지방대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을 언급하긴 했지만 나는 내가 졸업한 학교를 사랑한다. 명성 있고 강의력이 우수한 교수님들도 많이 계시고 상호 자극을 주며 성장에 도움을 주는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학과도 많이 있다. 나 또한 그러한 학과에 소속되어 있었던 점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지방대가 취업에서 명문대를 이기려면?

지방대라고 해서 꼭 성공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학벌은 없어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일으켜 성공한 사람들도 많거니와 노력 끝에 원하는 곳에 입사하고 성과도 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도 많다.

대신 거기에는 반드시 명문대생 이상의 노력과 결실이 필요하다. 조금만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나는 명문대 갈 정도로 공부를 했었나? 또는 그만한 성과를 냈었나? 만약 중고등학교때 이에 실패해서 지방대에 갔더라도 나는 명문대생에 버금갈 정도로 공부를 하고 성적을 냈었나? 그들이 만들지 못하는 독창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냈었나?

지방대가 명문대에 비해 취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분명 사실이다. 이미 서류접수 단계에서 대학 등을 기준으로 필터링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채용담당자에게 수백, 수천명의 지원자들의 이력서 하나 하나 전부다 상세하게 볼 여력이 얼마나 있을까? 그나마 객관적인 필터 중 하나가 바로 학벌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식의 분류를 안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늘고 있기에 지방대생에게도 열린채용의 기회가 넓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만큼 노력을 했고 그것을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로 만들어 냈는지 이다.

그리고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전국에는 명문대생보다 그 이하 또는 지방대생이 더 많다. 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물론 후자가 더 많다. 지방대라서 안되는 것이 아니고 명문대생만큼 노력을 안해서 안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대학을 졸업한지 10년이 가까이 되는 나도 매일 같이 영어공부, 회계공부, 시사공부 등 계속 노력하고 있다. 아직 성과가 없는 것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따라서 지방대기 때문에 안된다는 사고에 스스로를 맞추기 보다는 평균 이상의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거듭하는 자세를 가지고 임한다면 분명 명문대생들보다 얼마든지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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