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다사다난 했던 2023년도 이제 불과 몇시간 후에 끝이난다. 약 10년만에 맞이하는 한국에서의 카운트다운을 앞두고 괜시레 지난 일본에서의 새해맞이 모습들이 생각이 난다.
우리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게 일본의 새해맞이 풍경이다. 내가 그동안 보냈던 연말연시는 보통의 일본인, 그리고 그 속에서 지내는 외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코타츠에 앉아 TV로 카운트다운 보기
우리나라와 같은 온돌문화가 딱히 없는 일본이기에 겨울에는 방이 정말 춥다. 히터를 틀어 놓으면 금새 건조해지기 때문에 가습기를 틀어 놓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대신 따뜻한 열기가 나오는 이불을 둘른 테이블인 코타츠(こたつ)에 앉아서 새콤달콤한 귤을 까먹으며 일본 방송에서 나오는 카운트다운방송을 시청하며 해를 넘기기를 기다린다.
인기 J-POP그룹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며 어느덧 카운트다운 할 즈음이 되면 다 같이 카운트를 새며 새해가 오는 것을 맞이한다. 종종 K-POP그룹도 나오기도 한다.
3, 2, 1…..!
아케마시테 오메데토우 고자이마스!!!! (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일본어표현)
아직도 잊을 수 없는게 후지텔레비 오다이바 야외 스튜디오에서 ‘사잔 올 스타즈(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 보컬인 쿠와타 케이스케(桑田佳祐)가 백만송이의 빨간장미(百万本の赤い薔薇)를 신들린 듯한 표정으로 라이브를 부르던 모습이다! 이날은 카운트다운 그 자체보다 쿠와타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함께 보낸 그 시간의 흥분이 더욱 강렬했다.
토시코시 소바 먹기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먹기는 일본에 가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매년 12월 31일에 해가 넘어가기 전 소바를 먹는 풍습이다.
일본에서는 보통 면 종류 요리를 만들때 면치기를 하면서 먹는데 면을 끊지 않고 먹으면 삶(새해)도 그처럼 끊기지 않고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먹는 시간에는 해를 넘기기 전, 또는 12월 31일에서 1월 1일 넘어가는 사이에 먹는 다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람 또는 지역마다 여러 설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토시코시 소바를 먹는다. 그나저나 어떤 종류의 소바를 먹어야 하는지 몰라 텐돈텐야(天丼てんや) 점원에게 어떤 소바를 먹어야 하냐고 물어보니 아무것이나 먹어도 된다고. 그래서 가장 무난한 텐뿌라 소바를 먹었었다.
하츠모우데
하츠모우데(初詣)는 신사(神社)에 가서 새해 인사/소원을 비는 행사이다. 새해 첫날부터 신사가 있는 지역에는 하츠모우데에 참가하기 위한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신사가 좋은 이미지가 아니지만 일본인들에게야 종교 중 하나이고 굳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새해 첫날 만큼은 신사에 찾아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고는 한다.
하라주쿠에 있는 메이지진궁(明治神宮) 같은 곳은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새해의 이색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경찰들의 경비도 그만큼 삼엄해 진다.
내가 살았던 동네에도 히가시후시미이나리진자(東伏見稲荷神社)라는 곳이 있다. 상업의 신(商業の神)을 모셔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평소에 조용한 이 동네도 신년이 되면 참배객 행렬도 시끌벅적한 인기 스팟이 되고는 한다.
이렇게 일본의 새해맞이 풍경은 한국과 비슷한 듯 하면서 다른 점도 가지고 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이제는 사진과 글로 기억해야 할 추억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한국에서도 좋은 기운을 받아 2024년에도 좋은 스토리들을 많이 만들어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