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이사 전후로 해서 주민센터에 가서 전출, 전입 등 신고를 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러한 절차는 동일하다.

주소지가 바뀌면 2주이내 거주지 근처 구약소(区役所)나 시약소(市役所)에 가서 해당 신고를 해야 한다. 재류카드, 마이넘버 카드 등을 들고 가면 된다.

전출신고 하기

나는 니시도쿄시에 살고 있어서 집 근처 타나시청사(田無市庁舎)에 들렀다. 맨 처음 이곳을 들렀던 날은 고토구(江東区)에서 전입신고를 하러 갔던 2016년 1 월경이었다. 그로부터 7년 이상을 이곳에서 지냈다. 사실 지내면서 구약소나 시약소에 갈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니시도쿄시약소 타나시청사
전출 신고를 위해 방문한 시약소. 니시도쿄시약소 타나시청사

간혹 금융쪽이나 회사에서 개인자료 요청으로 주민표를 발급 받으러 가거나 비자갱신 할 때 납세증명서 발급 받으러 갈때 정도이다. 그마저도 주민표는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넘버 카드가 생기고 난 이후 근처 편의점에서 발급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갈 일이 사실상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전출신고, 그것도 이사가 아닌 해외 출국을 위한 전출신고를 하러 가게 된 것이다.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전출신고를 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개인 신분증(마이넘버카드, 재류카드 등)을 지참해서 간 후 안내원에게 방문목적을 설명한다. 내용을 말해주면 대기표를 주고 미리 비치된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알려준다. 그럼 신청서를 작성한 후 번호가 불리면 창구로 가서 신분증과 신청서를 제출하고 다시 기다리면 된다.

생각보다 쉽다! (기본적인 일본어만 할 수 있다면)

일본 행정처리에 걸리는 시간

자 그렇다면 과연 일본의 행정처리에 걸리는 시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 비해 느리다. 물론 이는 상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국에 오랜만에 들어와서 뚝딱뚝딱 처리되는 행정처리에 깜짝 놀랬다. 운전면허증 재발급도 그 자리에서 한 10분만에 되는 것을 보고 놀랬다(!) 이게 가능하다고?! 일본에서는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주민표(주민등록등본) 정도는 공인인증서만 있다면 인터넷으로 쉽게 뽑을 수 있지만 일본은 아직 그정도까지는 아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짧게는 몇일, 길게는 몇주 또는 몇달 (특히 재류 관련)까지 걸리기도 한다. 사실상 당일에 뚝딱하고 처리되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다행이도 전출신고는 전입신고와 마찬가지로 당일 바로 처리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걸린 시간은 대기시간 포함 대략 1시간 남짓이었던 것 같다.

니시도쿄시약소 타나시청사
니시도쿄시약소 타나시청사. 대기하고 있다가 번호가 불리면 창구로 가서 담당 공무원과 상담을 하게 된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 전입신고를 해보니 시간은 대략 10분정도. 일본에 있는 10년동안 사실 일본의 이러한 행정처리 시간에 익숙해졌다. 은행업무시간 외에는 타행계좌이체가 다음 영업일에 되는 것쯤은 답답하기는 하지만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 정도.

그러니까 역으로 놓고 생각해본다면 일본이 느린 것이 아니고 한국이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빠른 것이다. 얼마전 ‘정부24’ 등 행정전산망이 마비 되었던 사건이 있었는데 국민들이 많은 불편함을 겪었겠지만 복구 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역시나 대한민국의 속도는 가히 탑클래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단절된 메뉴얼 사회

여기서 잠깐 샛길로 새는 것 같은 화제를 가지고 왔는데 일본은 정말이지 철저한 메뉴얼 사회인게 분명하다. 전출 신고를 할 때 시약소 담당자에게 ‘해외 전출’을 확인 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런건 없습니다.”

그랬더니 대략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중년의 담당 공무원이 딱잘라서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내가 시약소에 방문하기 전에 일본 국민연금 탈퇴시 해외 전출을 증명할 수 있는 주민표 등 자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확인했던 터였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국민연금을 탈퇴해야하고 국민연금기구에서 해당 서류를 요구한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계속해서 안된다고 딱 잡아땠다.

이게 없으면 그동안 일본에 냈던 연금을 환급 받기 어려워지기에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고 있던 찰나 그보다 젊은 공무원이 오더니 자초지정을 듣고는 잠시 자리에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다. 그 둘이서 한동안 대화를 주고 받더니 갑자기 무언가 입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윽고 ‘한국으로 전출 예정(韓国へ転出予定)’라고 적힌 주민표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거봐! 되잖아…)생각컨데 중년 공무원의 메뉴얼상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공무원이 해당 사실을 재차 확인한 이후에나 이러한 처리를 해준 것이 분명했다.

전출사항이 기재된 일본 주민표
힘겹게 얻어낸(!) 전출사항이 기재된 일본 주민표

사실 일본에 있으면서 각 행정기관들마다 정보 연계가 되지 않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그래서 시약소 안에서도 여러층을 번갈아 오가며 따로 따로 처리하기도 하고 아에 다른 기관을 방문해서 자료를 받아 다시 제출하는 일도 있었다.

아마 일본의 행정처리는 한국보다는 느리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정도는 아닐 것이다. 다만 지나치리만큼 그내들의 범주 속 메뉴얼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유도리 있는 처리가 어려운 것이 ‘일본식 느림’의 본질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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