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아침. 여행이라기 보다는 생존이다. 어김 없이 울리는 뱃고동 소리…ㅎ 아침부터 고기가 땡긴다.

쿠알라룸푸르 횡단보도
쿠알라룸푸르 횡단보도
말레이시아 횡단보도에 있는 보행자 신호 버튼
말레이시아 횡단보도에 있는 보행자 신호 버튼

아침식사를 하러 나가는 길. 쿠알라룸푸르에 와서 가장 긴장되는건 찻길 건너는 순간이다. 간혹 신호등 근처에 버튼이 달려있다. 분명히 보행자 신호버튼 같은데 몇번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는다. 다행이 보행자 신호가 켜지고 길을 건넜다. 반대편쪽 버튼은 아에 전기 선로가 끊어져 있다. (찾아보니 보행자 신호를 키는 용도가 맞다고는 한다…ㅎㅎ)

쿠알라룸푸르 맛집 아헤이 바쿠테 매장내부
쿠알라룸푸르 맛집 아헤이 바쿠테 매장내부

목숨 걸고(?) 험난한 길을 헤치고 도착한 이 곳! 다름 아닌 미쉐린 가이드 맛집으로도 소개가 된 바쿠테 맛집 ‘아헤이 바쿠테‘다. 검색의 여왕인 와이프님이 찾아냈다. 이른 아침인데도 이미 테이블은 만석. 다행이도 웨이팅 없이 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늘 가게 입구 사진 찍는건 깜빡한다😅)

아헤이바쿠테 메뉴판
아헤이바쿠테 메뉴판
아헤이바쿠테 오더 시트
아헤이바쿠테 오더 시트

어제도 바쿠테를 먹었지만 육식파인 우리에게 1일 1바쿠테가 필요하다. 테이블에는 메뉴판과 함께 오더시트가 놓여져 있다. 음식 사진이 전부 나와 있는게 아니기에 느낌에 의지해 주문서를 작성한다. 참고로 ‘따봉(👍)’마크가 있는건 추천음식!

기왕이면 다양한 메뉴를 시키고자 S라인, C라인에서 하나씩 골랐다. 그리고 시원한 드링크도 마시고자 Cold에 2라고 적고 자스민차와 우롱차에 각각 ‘1’이라고 표기를 해두었다. (왜 따로 숫자를 넣는 칸이 없는지 의심을 했어야 했다…)

아헤이 바쿠테 차. 무려 두 주전자! 정말 뜨겁다.
아헤이 바쿠테 차. 무려 두 주전자! 정말 뜨겁다.

오더시트를 받아든 점원이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하지 않은 음료수를 가지고 왔다. 점원이 잠시 당황해 하더니 영어가 되는 점장이 왔다. 우리는 냉차를 마시고 싶다, 그러니 가지고 오신 얼음컵과 차를 주세요라고 (부정확한) 영어로 말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뜨거운 차가 담긴 주전자(壺) 두개가 나왔다. 😭

알고보니 우리가 COLD 2라고 체크한 항목은 말레이시아 대표 음료인 100plus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100plus가 뭔지 모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아헤이바쿠테는 수저와 젓가락이 뜨거운 물에 담겨져 나온다.
아헤이바쿠테는 수저와 젓가락이 뜨거운 물에 담겨져 나온다.

뜨거운 차를 마시니 그렇지 않아도 더운데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식사가 나오기전 젓가락과 수저가 먼저 나왔다. 뜨거운 물이 담긴 철제 양푼이에 담겨져있다. 아마 위생을 위해 이리 하나 보다.

아헤이바쿠테 음식 (좌)바쿠테, (우)팽이버섯
아헤이바쿠테 음식 (좌)바쿠테, (우)팽이버섯 뚝배기

이윽고 등장한 오늘 아침메뉴들! 여기서 한번 더 주문 실수를 깨닫는다. C라인은 베지팟 (Veggie Pot)으로 Veggie는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하지만 영어 잘알못이다보니 야채가 들어간 바쿠테로 착각을 해버리고 만 것. 바쿠테에 우리가 선택한 팽이버섯(enoki)이 가미된 음식인 줄 알았다.

아헤이바쿠테 팽이버섯(에노키) 뚝배기
아헤이바쿠테 팽이버섯(에노키) 뚝배기
아헤이바쿠테 팽이버섯(에노키) 국물. 한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자
아헤이바쿠테 팽이버섯(에노키) 국물. 한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자

팽이버섯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한뚝배기나 먹어본 적은 없다. ㅠㅠ 다행이 맛은 쏘쏘. 팽이버섯 특유의 식감도 괜찮고 국물도 산뜻하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전체적으로 전날 갔던 파오샹 바쿠테와 마찬가지로 강한 한약향이 느껴진다.

아헤이바쿠테 대표 메뉴! 삶은 돼지고기
아헤이바쿠테 대표 메뉴! 삶은 돼지고기

우리가 진짜 원했던 것은 바로 이 Braised Pork belly. 따봉마크가 그려져 있으니 실패는 없다! 육수에 잘 졸여진 돼지고기 비주얼이 영롱하다.

kuala 04 14
두툼한 고기 좀 보소
kuala 04 13
밥이랑 함께 먹어도 맛있다.

당장 고기 한덩이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안으로 옮긴다. 입안 가득히 진한 한약향과 함께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퍼진다. 뜨거운 차 두 주전자와 팽이버섯 뚝배기, 그리고 더운 열기로 기진맥진한 나에게 한줄기 빛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밥위에 얹어 먹어도 맛있다. 물론 쌀은 동남아 특유의 길고 날리는 스타일이다. 우리나라 밥이랑 먹으면 더 맛있을 듯!

아헤이바쿠테 말레이시아풍 가지볶음
아헤이바쿠테 말레이시아풍 가지볶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레이시아풍 가지볶음(Eggplant with Belacan)이 나왔다. 새우와 땅콩(?), 그리고 가지를 넣고 달달 볶은 음식이다.

첫날 부킷빈땅 야시장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생선액젓향이 적기는 했지만 식을수록 그 특유의 향이 살아났다. 가지랑 친해진지 얼마 안되는 나에게는 어려운 음식이다. 🥲

kuala 04 33
쿠알라룸푸르 맛집 아헤이 바쿠테 매장 내부

우리가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아헤이 바쿠테는 모든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왜 인기가 있는지 실감했다. 다만 매장 내부가 시원하지 않기 때문에 손풍기를 들고가는게 좋을 수도 있다.

쿠알라룸푸르 도로 풍경. 육교에서
쿠알라룸푸르 도로 풍경. 육교에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언제나 통한다. 아침부터 진땀을 흘리며 한약재가 들어간 바쿠테를 먹고 나니 어느덧 말레이시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뒤죽박죽 정신 없는 도로와 후끈한 열기. 쿠알라룸푸르에서 보내는 디지털 노마드의 하루는 어떤 느낌일까. 당장 발길을 옮겨본다.


📍쿠알라룸푸르 아헤이 바쿠테 Ah Hei Bak Kut Teh (阿喜肉骨茶)

・주소: 33A, Medan Imbi, Pudu, 5510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 7시 30분 ~ 오후 2시 (매주 수요일 정기휴무)
・평가: 괜히 미쉐린 맛집이 아니다! 한약재로 푸욱 고은 바쿠테가 일품이다. 웨이팅은 각오하고 가는게 좋다. 매장은 정말 더우니 각오하기를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