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블로그를 해왔다. 자연스럽게 글쓰는 습관도 생겼다. 색다른 곳에 가보거나 문득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문장으로 정리해서 인터넷에 올린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상이다.
문예창작학도를 꿈꾸기도 했고 등단작가가 되고자 공모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다지 연이 닿지는 않았다. 그러다 카카오에서 운영 중인 ‘브런치스토리(이하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접하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플랫폼내에서 브런치북을 발간하고 프로젝트 응모 후 심사를 통해 선발이 되면 출간작가의 기회가 주어진다. 대신 이곳에 글을 쓰려면 신청을 통해 에디터팀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
세차례 정도 낙방 후에 2022년 6월달에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작가 승인을 받고 나서 ‘일본에서 프로퇴사러가 되다’라는 제목으로 총 17화에 달하는 퇴사 스토리를 적었고 프로젝트 신청을 했다. 워낙 쟁쟁한 글쟁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탈락. 그래도 이곳에서 글 쓰는 것이 재미있었다. 일본생활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쓰고 있고 현재까지 90여편을 발행했다. 요즘은 ‘나의 일본어 전투기’라는 제목으로 매주 한 편씩 연재글을 올리는 중이다.
브런치스토리 성수 팝업 전시장으로
여느 때처럼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에 접속하니 ‘브런치스토리 성수 팝업 전시’라는 띠 배너가 상단에 떠 있었다. 기간은 10월 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성수동 토로토로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브런치 작가라면 ‘브런치 작가 카드’를 발급해준다는 말에 주저 없이 방문 예약을 해버렸다. 그리고 예약해 둔 10월 5일(토)가 되었다.
2호선 성수역에서 도보 9분 정도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길거리 곳곳에 있는 팝업 스토어들을 보는 재미가 있어 멀지 않게 느껴졌다. 어느덧 ‘작가의 여정’이라고 적힌 팝업 주제와 함께 벽면 한가득 채운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서 있는 스태프에게 예약 내용을 보여주면 확인 뒤 출입 팔찌를 채워 준다. 놀이공원 입장권 손목 팔찌 같아서 왠지 모르게 조금 들뜨기 시작했다. 팝업 전시장 안쪽 데스크에서 작가 카드를 만들어 준다고 하니 설렘이 배가되었다.
이번 브런치스토리 팝업은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총 5 파트의 전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체성에 맞게 팝업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팝업 전시장 살펴보기
‘프롤로그’에서는 워크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팝업 전시 공간과 동일한 제목의 목차와 내부를 탐험하며 글 소재를 수집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브런치 작가 인증을 하고 즉석사진 촬영과 함께 내 이름이 인쇄된 작가증을 발급받았다. (작가증은 밑에서 공개하기로 ㅎㅎ) 작가증이 있으니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프롤로그에 이어 바로 ‘챕터1.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가 시작된다.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 작가 10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언젠가는 내 작품도 저자리 중 한 곳에 놓여질 날이 오겠지?
‘챕터2. 계속 쓰면 힘이 된다’에서는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대표 작가 5인의 작가스토리를 볼 수 있다. 일본 서점에서도 봤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쓴 황보름 작가님도 브런치 작가였다니! 어딘가 모르게 반가웠다.
챕터2 공간에는 글쓰기 소재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작가들의 팁이 담겨 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지를 담은 글쓰기 레시피도 있다. 한 장씩 챙겨갈 수도 있으니 글이 안 써질 때면 한 번씩 꺼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윽고 ‘챕터3. 나의 글이 세상과 만난다면’은 일종의 체험 공간으로 되어 있다. 책상에 앉아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저마다 생각이나 개성을 담아 적은 것들을 벽면에 있는 ‘나만의 브런치북 갤러리’나 ‘작가가 작가에게’에 붙일 수 있다.
이날은 때마침 놀러 온 초등학생 조카들도 함께했다. 아이들은 브런치북 표지를, 나는 작가 멘트를 적어보았다. 작가를 꿈꾼다는 귀여운 조카들에게 글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간도 되었다. 아이들의 짧은 글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이런 게 글이 주는 힘 아닐까!
브런치스토리 작가로서 작가를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전달할까 하다가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 내일의 스토리가 됩니다.’라는 문장을 남겼다. 결국 글의 소재는 일상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이곳에는 또 다른 글쓰기 소재 힌트가 있는데 ‘30일간의 글감 캘린더’다. 추억, 부모, 여행, 달리기 등 30가지 소재들이 DAY 1부터 DAY 30까지 나뉘어 있다. 바로 글을 쓸 수 있도록 일자/글감별 메모장도 배치되어 있다.
이렇게 글을 보고, 체험하는 과정을 지나 ‘에필로그’에 다다랐다. ‘이제, 당신도 작가입니다.’는 인상적인 문구로 팝업 전시장의 막을 알린다. 줄을 타고 이어지는 검은색 사람 모형은 자세히 보면 글로 채워져 있다. 작가들이 계속해서 글을 쓰는 원동력에 대한 이야기 등 ‘작가’와 ‘글’에 대한 스토리다.
참고로 프롤로그에서 받은 워크북 속 ‘브런치북 기획하기’를 완성하면 에필로그 데스크에서 ‘브런치 인턴 작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브런치 작가 카드를 만들 수 있고 작가로서 글을 공개할 수도 있다. 10월 27일까지 글 3개 이상을 발행하면 정식작가로 승인도 된다고 하니 이보다 쉽게 브런치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또 없을 듯하다.
글이라는 테마로 열린 작은 팝업 전시회. 글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만큼은 대형 전시회를 능가했다. 매년 다채로운 주제와 다양한 참가 거리를 가지고 팝업 전시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내 작품이 전시되는 것도 기대해 보면서.
📍브런치스토리 성수 팝업
ー 위치: 서울 성동구 연무장17길 7 토로토로 스튜디오
ー 운영기간: 2024년 10월 3일(목) ~ 10월 13일(일)
ー 운영시간: 매일 오전 11시 ~ 오후8시
ー 모바일 예약링크: https://booking.kakao.com/detail/ticket/36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