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나온 지도 어느덧 3년이다. 아니, 이제 곧 4년 차를 맞이한다. 2022년 4월부터 시작된 독립이라는 여정을 시작 후 맞이한 세번째 마지막날.

서울 마포에 위치한 8평 남짓한 직사각형 사무실에 와이프와 나, 단 둘이 미래를 꿈꾸며 출근한다. 수십 평대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들과 북적거리며 일과를 보내던 때와 비교한다면 단조로운 일상이다. 사무실이라고 하기보다 꿈 공방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그래, 공방이라고 하자.)

우리의 공방은 언제나 목소리가 가득 찬다. 오늘도 그렇다. 원래는 음악을 틀어 놓았다. 최신 유행가요는 잘 몰라서 우리 부부 공통의 이해가 있는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노래들이다. 그러다 계속 반복되는 노래가 지겨워졌고 요즘은 라디오나 유튜브 시사 방송을 틀어 놓는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소리와 함께 우리는 각자 책상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와이프는 주문 상품을 찾기 위해서, 나는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서. 이따금씩 업무 공유차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래도 엄연히 이곳은 너와 나의 직장이니 지나친 잡담은 삼간다.

오늘 점심으로는 삼겹살 월남쌈을 먹었다. 다른 때였다면 도시락을 싸왔겠지만 나름 종무식이기 때문에 점심을 든든히 먹고 청소를 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에게 ‘종무(終務)’라는 건 의미가 없다. 미루어 두었던 청소를 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공간이 넓지 않아 청소는 금세 끝났다. 책상 위에 의자를 올리거나 물걸레질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일절 없다. 히마리 없는 다이소제 봉걸레에 청소포를 끼우고 바닥을 훔친다. 와이프는 테이블 위를 물티슈로 쓰윽 닦는다. 벽 위로 난 작은 두 창문으로 환기를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조금 움직였다고 점심 후 남아있단 뱃속 묵직함이 사라졌다. 라이스 페이퍼 위에 얇은 대패 삼겹살 반쪽과 야채를 듬뿍 얹어 돌돌 말아먹었다. 야채가 많아서인지 소화가 빨리 된 것도 같다. 다시 책상에 앉아 어제 사둔 감자빵과 연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마무리 지었다.

올해 목표는 우리만의 아이템을 발굴하는 일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해외구매대행. 충분히 매력 있지만 변수가 너무 많다. 요즘같이 환율 변동폭이 클 때면 마진율은 한 자리대까지 떨어진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도 있다. 그래서 아이템이 절실하다. 아쉽지만 올해는 발견하지 못했다.

독립 4년 차가 되는 2025년에는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것이 손에 잡히길 기대해 본다. 한 일본 업체에 거래희망 연락을 보냈지만 ‘다음 기회에’라는 회신을 받았다. 아직은 우리에게 올 차례가 아닌가 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내년에도 열심히 해보자. 더 악착같이 해보자. 그러면 기회가 오겠지. 그런 희망이 2025년에는 우리 공방에도 찾아오리라 믿으며 시스템종료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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