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가 연일 찾아오고 있다. 시베리아 뒤를 잇는 한베리아가 되어 버린 올 겨울. 찬 공기가 얼굴을 때릴때면 격하게 생각나는 곳이 있다.

추위와 피로를 풀기에는 찜질방 만한 곳이 없다. 인위적인 열보다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해 한증막을 더 선호한다. 주말을 이용해 파주 근교 일산 황토마루 한증막을 찾아갔다. 주차장도 널찍해서 차를 대기 편하다.


한증막 주차장과 입구 앞에는 잘린 통나무가 한가득 쌓여있다. 이 나무들을 이용해 불을 지피는 걸까. 어마어마한 양이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일산 황토마루 한증막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15,000원. 네이버 예약 이벤트로 10%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했다. 이용시간 30분 전까지 예약하면 된다. 카운터에는 목욕용품도 판매 중이다.

마중 편에는 작은 매점이 자리 잡고 있다. 컵라면에서부터 계란, 군고구마, 식혜, 쌍화탕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다. 땀 빼고 식혜 마셔야지!

계산을 마치고 탈의실로 들어가는 입구 가운데 일산 황토마루 한증막 의미가 적힌 글이 크게 붙어 있다. 파주에 있는데 왜 일산인가 했더니 임금님이 쓰는 양산인 일산(日傘)을 뜻하는 거였군.

카운터에서 찜질복과 수건 두장, 그리고 휴식 때 사용할 베개를 받아 들었다. 탈의실에는 신발장, 옷장이 놓여 있다. 그리고 샤워실이 마련되어 있다. 목욕탕까지 있으면 더 좋으련만.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용막(한증막)으로 넘어갔다. 가림막을 지나가면 한증막이 등장한다. 지난번 갔던 양주 토담참숯가마와는 달리 한증막은 딱 한 곳이다. (여자 탈의실에 작은 한증막이 한 개 더 있다는 것 같다.)

작고 둥그런 한증막 입구. 화상주의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열기가 만만치 않으리라. 문 사이 가운데 구멍으로 내부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다.

들어가기 전 황토 한증막의 올바른 이용법을 살펴보았다. 한 번에 약 3~4분 간 머물고 30여분 정도 쉬는 스타일로 5~6회 정도를 반복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문을 잡자마자 뜨거운 한증막 열기가 느껴진다. 한증막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공기에 당황할 수 있다. 돔 형태로 된 내부에는 나무향이 가득 채워져 있다. 지푸라기로 만든 돗자리 위로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둘러앉아 땀을 뺀다.

출입문에 쓰인 대로 3~4분만에 몸이 뜨거운 공기에 푹 담긴 듯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잠시 한증막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야외 휴게실에서 땀을 식혀 본다. 온몸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들. 추운 겨울 공기도 이때만큼은 시원한 산들바람처럼 느껴진다.


일산 황토마루 한증막은 휴게공간이 많다. 당장에 한증막 바로 앞에 실내외 휴게실부터 해서 각 탈의실에도 휴게실이 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지하 휴게실도 나온다. 안쪽에는 식당도 운영 중인 듯하다.

3번 정도 땀을 빼고 나니 슬슬 갈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찜질방 필수템인 식혜를 사 왔다. 투명한 컵에 한가득 담긴 식혜. 직접 만든 한증막식혜로 별도로 상품화해서 판매도 하고 있다. 달달하니 맛있다. 가격은 4,500원.

휴게실에서 식혜를 마시고 다시 땀을 빼기 위해 한증막으로 돌아온 순간, 절망적인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문 닫는 시간’에 걸린 것이다. 하루 두 번 오후 1시 30분~2시 30분, 저녁 6시~6시 30분은 이용 불가다. 카운터에도 쓰여 있었는데 미처 보지 못했다. (이런…)6
기다릴까 하다가 배도 고프고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국적인 것을 했으니 한국의 향기가 듬뿍 느껴지는 막걸리에 수육으로 저녁 메뉴를 선택했다. 땀 빼고 영양 보충하고. 이만한 신선놀음이 또 있을까.
📍일산 황토마루 한증막
・주소: 경기 파주시 오도로130번길 37 (*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10시 (매주 수요일 휴무)
・입장료: 1인 1만 5천원 (네이버 예약 시 10% 할인)
・코멘트: 오래된 듯 하지만 비교적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다. 한증막 코너가 한 곳 밖에 없는 것이 아쉽지만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아 이용에 큰 불편함은 없다. 직접 만든 식혜를 파는 것도 매력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