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월 3천을 벌까? 창업 초보의 착각
창업을 하기 전에 인스타 등 SNS를 통해 접하는 성공 스토리. 월 몇 천을 벌었다더라.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멘트다. 한 달 월급 기껏해야 2백 ~ 3백인 직장인들에게 그 몇 배 이상이 되는 금액은 당연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 또한 그랬다. 솔직히 전부 수익이 아닐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 손으로 몇천 단위를 만져보기라도 하면 좋겠다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창업, 사업은 항상 냉정하게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 특히 숫자는 경영의 언어다. 그런 만큼 숫자 이면에 숨겨진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회계’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회계 자격증이나 두꺼운 회계 이론서를 펼치라는 말이 아니다.
다시 돌아가서 월 몇천을 번다고 한 사람은 매출을 말하는 것인지 이익을 말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다시 이익은 영업이익, 세금 등을 제하고 난 순이익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초보 입장에서는 앞도 뒤도 따지지 않고 일단 매출이 높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기 쉽다.
그러나 매출과 수입은 전혀 다르다. 만약 매출액 중 마진이 10%짜리 사업이라면? 3천만 원 매출이 났다면 3백만 원이 남는 것이다. 이마저도 영업 이익이기에 각종 세금 등을 제하면 그 이하가 남는다. 월급보다 더 많이 번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면 더 적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데 마진율은 필수 고려요소다. 마진율이 높다면 매출이 낮더라도 충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우선 매출액부터 높여야 한다. 나는 후자의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마진율 높이는 게 초보 사업자로서 좀처럼 쉽지 않다.
창업 초보의 비용구조 파악하기
위에서 회계공부가 중요하다고 했다. 회계를 파고들면 재무상태표, 손익 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이 나온다. 이를 재무제표라고 한다. 비용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손익 계산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깊이 있는 내용은 회계사에게 맡기면 된다.)
손익계산서 구성 항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매출액과 매출원가, 이 둘을 차감한 매출총이익. 여기에 판매관리비(영업비용 등)를 차감하면 영업이익이 나온다. 영업활동 외의 수익과 비용을 제하면 법인세(세금) 차감전 순이익. 마지막으로 법인세를 빼면 당기순이익이 나온다.

이처럼 매출에서 비용들을 하나, 둘 빼나 가야 한다.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우리가 가져가게 될 월급은 기본적으로 판매관리비에 포함된다. 그러니 매출총이익부터 양수(+)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1차 목표다. 당연히 남기는 장사를 하지 누가 밑지는 장사를 하겠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창업을 하고 보니 때로 밑지는 장사도 하게 되더라.
그리고 매출액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내 월급도 가져갈 수가 있다. 스마트스토어로 물건을 올리고 열심히 잘 팔기 위해 광고를 돌린다. 매출이 늘기 시작하니 기분 좋아 광고에 더 돈을 쏟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달, 상품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통장을 보니 잔고가 부족하다. 무슨 일이지?
판매관리비가 매출총이익보다 과다해진 상황이다. 이런 경우는 영업손실이다. 급여라도 가져갈 여유자금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이달은 아무것도 건질 수 있는 게 없게 된다. 4년 사업을 하면서 몇 분기는 마이너스를 경험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다.
창업 초보 필수! 손익분기점을 확인하자
사업초기일수록 중요한 것이 손익분기점이다. 쉽게 말해서 적자도 흑자도 아닌 딱 0원이 되는 매출지점이다. 1인 창업이든 소규모 사업이든 비즈니스모델 설계를 할 때 반드시 손익분기점이 얼마인지는 확인하자.
예를 들어 고정비가 150만 원이고 상품 한 개 팔 때마다 5천 원 남는 구조라면 150만 원 ÷ 5천 원 = 최소 300개는 팔아야 한다. 광고비 등 각종 비용 예산은 이 남는 ‘5천 원’ 남는 수익을 기점으로 잡아야 안전하다.
손익분기점 없이 감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앞에서 벌고 뒤에서 까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회사에 다닐 때는 광고비도 회사 비용으로 나갔지만 내 사업을 하게 되면 광고비도 내 (회사) 돈이다. 당기순이익이 몇 분기 쌓여 이익잉여금이 있다거나 자본금에 여유가 있다면 과감히 투자해 볼 만하지만 그런 초기 창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학 다닐 때 회계 수업도 들어봤고 회사에서도 매출 분석을 했었지만 내 사업에 제대로 적용시키지 못했었다. 각 사업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말 하나, 하나 부딪히며 배우고 있다. 매출산정 기준을 잘못 잡았다가 예상보다 많은 세금을 내기도 했다.
사업 2년 차부터는 외주 회계사 사무실과 계약을 하고 매월 기장과 재무제표 작성을 부탁하고 있다. 매달 비용이 들어가지만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혼자 했다면 놓쳤을 것들을 체크해 주니 안심이 된다. 여기서 아낀 에너지를 다른 일에 쏟고 있다. (글 쓸 시간도 확보했고!)
이처럼 비용에도 성격이 있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사업에 도움이 되는 쪽에 투자해야 손익분기점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니 어떤 게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매출이 오르든 떨어지든 매일 남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게 초기 창업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 벌었느냐 보다 얼마를 남길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니 월 몇 천이라는 말에 쉽게 혹하지 말자. 손익분기점을 넘어 원하는 순이익을 만드는 순간까지 여러 고비를 넘어가다 보면 몇 천, 몇 억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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