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에서는 4월 7일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긴급경제대책에 근거하여 전국 모든 세대 한 주소당 2장씩의 마스크를 배부 하겠습니다.
그랬다. 지난 4월초 아베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의 하나로 전국민에게 마스크를 배포한다는 발표를 했다. 지난 포스팅 ‘일본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대란. 사재기 문제‘ 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마스크는 심각한 공급문제에 시달리는 품목 중 하나였다. 나 또한 일회용 마크 한장을 몇일에 걸쳐서 쓰고 있던 터라 다소 반가운(?) 뉴스였음은 틀림없다.
그런데 내 손에 이 마스크가 도착한 것은 무려 5월 24일 일요일, 즉 일본 정부 발표로부터 약 47일만이다. 그리고 지금은 마스크가 넘쳐나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 아베마스크의 실체
그러나 아베마스크는 배포 전부터 많은 논란에 시달렸다. 일단 한 주소당 2장씩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비록 몇번이고 재사용 할 수 있는 천마스크라고는 하지만 3인 가구 이상인 곳들도 많은데 일률적으로 2장씩이라니?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그 크기(!) 였다.
아베마스크는 그리 크지 않은 내 손 하나를 가리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 하는 것을 고려해서 이런 사이즈로 만든 것일까? 자로 재어보니 가로, 세로 사이즈가 약13.5cm x 9.5cm정도이다.
내가 평소에 쓰고 있는 일회용마스크와 비교해 보았다. 단순히 보와도 그 크기 차이가 상당히 남을 알 수 있다. 그 크기를 재어보니 가로,세로 약 17.5cm x 9.5cm이다. 1회용마스크보다 가로 길이가 무려 4cm나 작았다. 4cm씩이나!!!
그나마 마스크 자체는 그렇게 질이 떨어져보이지는 않는다. 겹겹히 쌓인 가제로 만들어진 마스크는 푹신하기까지하다. 여름에 착용할때는 땀띠가 날까 걱정될 정도로.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베마스크를 분해해서 개량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도 일본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아베마스크 착용샷
그럼 실제로 마스크를 착용해보도록 하자. (내 얼굴은 소두와 대두의 중간사이?라고 하면 보통 성인남성 정도일 것이다.) 긴장되는 가슴을 끌어안고 드디어 아베마스크를 착용하는 순간이다!
일회용 마스크보다는 조금 작기는 하지만 코와 입을 그럭저럭 잘 가려주었다. 입과 볼 주변 전체를 감싸주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아베마스크 특유의 포근한 느낌 때문인지 수건에 얼굴을 묻은 것 같은 느낌이 났다.
그런데 하루종일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지내야하는 우리에게 입을 벌릴때도 문제 없이 그 기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아베마스크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놓고 있었다.
하품을 한다는 가정하에 입을 O 모양으로 크게 벌려 보았다. 일회용 마스크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충분히 길이가 늘어날 수 있도록 겹겹이식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아베마스크는 그러한 배려가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턱이 그대로 노출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랫입술이 드러날 정도이다.
이정도면 거의 아베마스크는 끼고나서 말을 하거나 하품, 심지어 기침을 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아베상(さん=씨※아베라고만 하면 반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싫어한다.)이 마스크를 끼고서 말을 할때도 연신 턱이 마스크 밑으로 드러난다. 같은 자민당 의원들 조차 아베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정도이니 말 다했지.
아마 훗날 코로나19에 대한 추억을 묻는 다면 일본 사람들은 이 아베마스크를 거론하지 않을까? 없는거 보다야 낫긴하지만… 국민들 만족을 위해 진행한 일이 도리어 화살이 되어버린 사건. 마스크를 통해 졸속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역사적 사례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