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주말 점심 약속이 잡혀 홍대로 나왔다. 사무실은 홍대와 그리 멀지 않은 상수에 있지만 일 끝나면 집 가기 바빠 이곳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주말 인파에 놀랬다. 만 10년 만에 왔지만 변함없이 활기 넘치는 곳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홍대가 아니다. 연남동에 있는 낙곱새 전문점 평화연남이다. 홍대입구역에서는 경의선숲길을 지나 약 도보 7분 거리.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어서 1시간 웨이팅도 기본이라고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가서인지 운이 좋아서였는지 대기 없이 바로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고풍스러운 가구와 실내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다. 창틀 위 ‘세계음식명인’이라는 현판을 보니 더 기대가 된다.

자리에는 메뉴판과 밑반찬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배가 고파 밑반찬을 집어 들며 메뉴판을 펼쳐보았다. 메뉴는 낙곱새를 비롯해서 낙차새, 곱도리탕, 소곱창전골, 수제 고추튀김이 있다.

우리는 그중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낙차새를 주문했다. 낙곱새와 차이라면 한우대창 대신 차돌박이가 들어가는 정도다. 가격은 소자 기준 3만 5천 원으로 같다. 익지 않았는데도 왠지 맛깔스럽게 윤기가 돌고 있었다.

낙차새가 익을 동안 맥주 한잔과 곁들이기 위해 수제 고추튀김 두 개도 함께 주문했다. 2개에 6천 원. 고구마라고 우겨도 될 정도의 볼륨감을 자랑한다.

맵지 않으면서 고추의 풍미와 속 안을 꽉 채운 고기와 야채들의 맛이 어우러진다. 속이 꽉 찬 고추튀김에 맥주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살짝 허기를 달래고 나니 어느덧 우리의 낙차새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국물을 재료 사이사이에 끼얹어 주면서 간이 더 골고루 베이게 했다. 끓기 시작한 후 5분 후 약불로 줄이며 본격적인 시식을 개시했다.

너무 뜨거워서 앞접시에 낙지와 새우, 차돌박이를 골구로 덜어 넣고 먹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이 인생 첫 낙곱새 (낙차새)다. 매콤하면서 풍미가 느껴지는 국물과 건더기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당면은 국물을 제대로 빨아들여서 별미 중 별미다! (당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

정신없이 먹다 보니 중간 사진을 찍을 틈도 없었다. 얼추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다른 테이블을 보니 볶음밥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주문했다. 앙증맞게 익은 계란 프라이가 얹어진 볶음밥은 1인분에 4천 원.

진하게 우러난 낙차새 국물에 볶아서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볶음밥에 함께 들어간 김치와 김가루가 볶음밥에 맵 짠 조화를 극대화시켰다. 바닥을 다 보일 때까지 수저를 멈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대화를 나눌 틈도, 사진을 찍을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낙차새를 흡입하고 나왔다. 매장 앞 유리에 붙은 ‘2024 KDMA 최우수 맛집’이라는 현판을 보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본에서도 낙곱새 열풍이 불었던 만큼 일본 관광객들이 와도 반하고 갈만한 곳임에 틀림없다.
📍평화연남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54-1(*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11시 30분 – 오후 10시 30분 (15:30~16:30 브레이크 타임)
코멘트: 낙곱새는 평화연남이다. 더이상 수식어가 필요없다. 다만 주변에 주차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