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진상손님들. 블랙컨슈머와의 사투기

“이래서 내가 한국이 싫어”

지난 3월말부터 지금까지 매일 같이 일본 손님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에 이어 인기를 얻고 있는 손소독제 제품을 회사에서 취급하고 있는데, 인터넷을 시작해서 일본 전역의 드럭스토어나 대형마트에 납품이 되면서 매일 같이 회사로 수많은 손님들에게 전화가 온다.

대다수는 평범하게 제품의 사용방법이나 알코올 도수에 대해서 물어보고는 금새 끊는다. 그러나 10통 중 1~2통꼴로 진상 아닌 진상손님과 마주하게 된다. 올 것이 왔다. 이름하여 블랙컨슈머이다.

#블랙컨슈머의 특징. 생떼 쓰기의 달인

상품의 특징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대체로 전화를 하거나 클레임을 걸어오는 것은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처음에는 상품의 사용방법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무언가 성에 안차면 레파토리처럼 튀어 나오는 말이 있다.

“일본거는 안그러는데 한국거는 엉망이네”

일본 손님의 클레임. 펌프 노즐 막힘
받은 클레임 중 가장 어의 없었던 클레임 중 하나인 펌프 입구(노즐)에 내용물이 남는다는 케이스

예를 들자면 위의 사진에 나와 있는 펌프에 대한 클레임이다. 일본산 제품은 펌프를 많이해도 저 노즐 입구에 내용물이 남아 있지 않고 깨끗한데 한국거는 계속 남아있고 비위생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위와 같은 펌프로 짜내는 형태의 제품을 사용하다보면 내용물이 입구에 남아 있어 굳거나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게 꼭 한국제품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나도 일본의 대표적 메이커인 시세이도나 카오 등의 펌프 달린 상품을 사용 하는데, 마찬가지의 현상을 겪는다.

그리고 또 다른 사례로는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받기 위해 생떼를 쓰는 경우이다. (정황상 짐작이긴 하지만) 자신이 우리 회사에서 발매한 제품을 구매 했는데 아마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상품을 어디선가 발견했나 보다. 그런데 이미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당연히 매장에 가도 환불이 안된다. 그럼에도 환불을 받기 위해 악착같이 상품라벨 뒤에 적혀진 회사 번호로 전화를 걸어 온다.

“너네 제품은 한국산이자나. 이거 색깔도 이상하고 믿음이 안가. 못 쓰겠으니 내 통장으로 돈 넣어줘!”

#그럼에도 블랙컨슈머를 감싸 앉아야 하는 이유.

이렇게 어의 없는 내용으로 클레임을 걸어오는 진상 손님들과의 대화는 대체로 10분 이상이 이어진다. 금새 전화를 끊는 법이 없다. 한번은 30분 이상을 한 손님과 통화를 했는데 전화를 끊고는 그날 하루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불통나는 전화기
아침 업무가 시작되자 마자 회사 전화기는 불통이 난다. 이미 내선이 빨간불로 꽉찬상태..

물론 꼭 이런 전화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클레임으로 시작했으나 점점 대화를 하면서 납득을 하고 이해 되도록 설명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표하는 경우이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을텐데 친절히 답변해줘서 고마워요. 몸 건강 잘 챙기면서 하세요. 여러분들이 힘내주셔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어요”

클레임을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왜 클레임을 걸었는지 이해를 해야 한다. 처음부터 문제가 없이 (오해의 소지가 없이) 만들었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 서비스나 상품에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전달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질문 유형들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결국 클레임 내용을 잘 분석해서 문의에 대해서는 잘 응대하고 다음에는 그에 대한 개선을 하면 된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는 펌프 작동방법에 대한 문의가 늘어 난 것을 계기로 다음 LOT부터는 펌프 사용방법을 패키지에 넣기 시작했다.

비록 악의적으로 한국을 비방하거나 각종 생떼를 쓰는 손님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또한 우리의 고객이다. 고객이 없으면 매출은 당연히(!) 없다. 그럼으로 클레임을 클레임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 주고 앞으로 그런 하소연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자세를 갖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내 고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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