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꽃은 정말 술자리일까? 이번 한주는 술과 연관이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일본에 오면서 부터는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좋은데이와 같은 소주보다는 아시히 슈퍼드라이, 기린 이찌방,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등의 맥주를 더 가까이 하게 되었다. 물론 일본 맥주 맛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소주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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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술이었던 소주는 헤외에서는 주세 폭탄을 맞고 금주(金酒)가 되어버린다.

물론 마트에서 사면 약 300엔대에 구매가 가능하지만 음식점에 가게 되면 금새 1,000엔 우리돈으로 만원 이상이다. 그에 비한다면 맥주는 500cc에 5~700엔 사이니까 경제적 부담이 훨씬 덜 하다고 할까? 그 외 레몬사와, 하이볼, 홋삐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이 있는 것도 소주를 덜 생각나게 하는 요인이자 술 마시는 재미 중 하나.

평일에는 보통 일이 끝나면 샤워하고 나와서 저녁 먹으면서나 또는 먹고나서 캔 맥주 하나를 마신다.요즘은 줄이기는 했는데 일주일 평균 3차례 이상은 마시는 것 같다. 500ml짜리 캔 하나 마시면 살짝 알딸딸하면서도 특유의 탄산감이 왠지 피로를 날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집이 아니라면, 지인들 또는 업무상 손님들과 마시게 된다. 특히나 한국 손님들이 오면 왠지 기분이 좋아서 더 마시게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ㅎㅎㅎ)

이번주에는 오랜만에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고 저녁자리로 일본식 선술집에 가게 되었다. 평소에도 잘 해주시는 분이기도 했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아 기분에 먼저 취해 맥주를 꽤 마시게 되었다. 더욱이 일본 음식들은 튀기거나 또는 짭쪼름 한 것들이 많아서 소주류 보다는 맥주 등 탄산감이나 청량감 있는게 더욱 잘 맞다.

한 잔, 두 잔 더해지는 술잔과 함께 이야기는 무르익어간다. 즐겁다. 취하는지 모른다. 내가 이렇게나 많이 웃고 또 말을 잘하는 사람인가 싶다. 그게 술을 마시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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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잔에 없던 웃음 조차 쥐어 짜낼 수 있게 되어버린다.

생각해보면 대학생때도 술에 빠져 살았는데, 내 한마디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이 빵빵 터지는 모습이 너무 기분 좋았다. 속내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술을 마시면 뭔가 주변을 이롭게 하면서 내 가치도 인정 받는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습관이 되다보니 지나치게 술에 의존하게 되고 중독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이것은 위험한 것이구나 라는걸 느꼈다. 그래서 지금도 술은 경계의 대상이다.

이야기를 다시 돌아가서 손님과의 술자리는 즐거웠다. 더욱이 음식이나 술이 무제한인 타베노미호다이(食べ飲み放題) 코스였기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을 시켰고 술(맥주)를 주문하는 타이밍도 빨라졌다. 그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것 같은데… 아차! 너무 마셨다. 이야기보다 술이 더 기억에 남고 몸에 남는다. 그리고 다음날 당연히 무리가 왔다.

애써 괜찮은 척을 해보았지만 영혼은 저기 은하계 어딘가에 가 있었다. 쇼핑몰 운영과 배송관리를 담당하는 나로서는 자칫 손님들에게 큰 해 (무언가 오류)를 끼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다행이 점심 먹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난 후 정신이 돌아오긴 했지만 힘들었다. 전날의 미래지향적 대화와 기억은 타인의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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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을 마시거나. 술이 나를 마시거나.

【술】은 직장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존재는 맞다. 그렇다고 굳이 열심히 할 필요도 없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사실 저기에 술 대신 쥬스, 대화, 휴식 등 어떠한 명사를 가져다 넣어도 맞다. 그런 의미에서 술은 필요하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다. 다음날 무리가 올 정도보다 문제인 것은 그 술자리가 그저 술자리로 끝나버렸다면 직장인으로서 실패한 술자리인 것이다.

그래. 이번주 나의 술자리는 실패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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