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현업에서 한국기업과의 신규거래에 대해서 공기업계 컨설턴트를 사이에 두고 연락을 주고 받는 일이 있었다. 내심 이 거래가 진행되기를 기대 했지만 여러 내부사정으로 진행이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고,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현 재직중인 기업의 재무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컨설턴트에게 넌지시 전달하였다.

그런데 그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일본의 온라인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 투자를 하셔야 합니다. 오히려 코로나가 기회입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근거로 제시한 데이터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japan ecommerce
일본의 B2C EC시장규모의 추이(단위: 억엔). 파란봉은 EC시장규모, 빨간선은 전체 상거래 중 EC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준다 (출처: 일본 경제산업성 보도자료)

전자상거래 침투율만 놓고 보았을 때 일본은 미국, 중국, 한국보다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막강한 내수와 1억 2천만이라는 인구규모를 앞세워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고민 해 볼 필요는 있다. 이 통계는 나의 피부에 얼마나 와 닿는가?

#현실은 다르다.

여느 통계 분석 데이터가 그러하겠지만 시장조사 결과가 꼭 현실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들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각 기업들마다 처해있는 환경이 다르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존 거래선들과의 거래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재무구조는 심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담당 컨설턴트는 이런 이야기를 추가로 했다.

“코로나 영향을 받는 것은 오프라인 상권만이다. 온라인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이다.”

그래 맞다. 이 말에는 일정부분 동의한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ソーシャルディスダンス) 운동에 일환으로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나 역시 현업에서 온라인 매출이 평소의 5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지난번 포스팅 [인터넷 쇼핑몰 판매의 성패를 결정짓는 3요소]에서 밝힌 바와 같이 타이밍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사람들이 해당 제품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어느정도의 (긴급한) 수요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즉, 모든 것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컨설턴트가 놓친 것

나에게 이러한 답변을 해준 컨설턴트의 정확한 이력은 모르겠으나 최소 석/박사급이거나 자문역할을 수년 이상은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컨설턴트는 이론이나 시장조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는 능통 했을지 모르나 현실 기업경제를 잘 읽지 못하는 것 같다.

회계는 기업의 언어이다. 회계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된 컨설팅이 될 수 없다.

회계에 근간을 이루는 재무제표에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이 있는데 그 중 나의 이야기는 (주로) 손익계산서에 해당한다. 현재 내가 속한 회사는 오프라인 유통이 메인인 곳으로서 매출액 대부분도 그곳에서 나온다.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바로 이 부분이 재구실을 못하게 되면서 최근 분기 영업이익이 큰 타격을 받았다. 고정비용은 유지되는 상황에서 유동자금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생기면서 새로운 자원에 투자할 여유가 없어지게 되었다.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것에 전력을 쏟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고 심지어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이기에 그 악영향은 더욱 컸다.

그런데도 지금(!) 온라인에 신규투자를 해야 한다고?

#컨설팅이 탁상공론이 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코로나19 영향으로 무엇보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위생용품이다. 그래서 연일 마스크가 각종 온라인몰 상위랭킹을 도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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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쿠텐 주간판매랭킹 1위에서 5위까지 순위이다. 전부 마스크가 차지하고 있다. (통계기간: 2020년 4월13일 ~동월19일. 출처: 라쿠텐 주간랭킹)

이번에 거래를 준비하고 있던 상품은 기초 화장품이었으며 긴급을 요하는 수요의 제품이 아니었다. 아마 담당 컨설팅 기업의 수출실적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에 위와 같은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비슷한 종류의 일로 일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의 해당 컨설턴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좀더 현명한 컨설턴트였다면 지금이 아닌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한 방향으로 나(회사)를 설득시켜야 했을 것이다. 한편으로 담당기업에게도 이해 대한 이해와 함께 중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품 자체는 퀄리티나 컨셉면에서 우수했다.)

컨설팅이 탁상공론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시장조사 데이터를 관련 기업의 내/외부의 현실 환경(재무, 정책 등)에 접목 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 경제, 금융 석학이라고 경영을 잘하거나 각종 금융상품으로 큰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하루 하루 각종 숫자들이 주는 강박감 위에서 살아 보지 않는다면 아마 알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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