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5월초 약 1주일 정도 쉬는 골든위크 기간이다. 하필 이번 시즌에는 여자친구랑 일정이 맞지 않아 따로 보내게 되었다.

집에만 있기는 무료하기도 하고 해서 무얼할까 하다가 출퇴근길 전철에서 봤던 지역광고가 생각났다. 그곳은 ‘온주쿠(御宿)

도쿄역에서 온주쿠로 가는 특급행 열차 티켓
도쿄역에서 온주쿠로 가는 특급행 열차 티켓

온주쿠는 치바현 남부에 위치한 바다 인근 마을이다. 도쿄 신주쿠에서 출발해서 도쿄역에서 JR특급 열차로 갈아타면 대략 2시간 정도에 갈 수 있다. (비용은 편도로 대략 3,300엔 정도)

특급열차 내부 모습. 옛날 신칸센과 비슷하다.
특급열차 내부 모습. 옛날 신칸센과 비슷하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기차여행을 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가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있기도 했고. ㅎㅎ

도쿄역에서 JR특급선으로 갈아탔는데 열차 내부는 신칸센 같이 되어 있었다. 다만 좌석은 자유석이라서 일찍 앉는 사람이 임자.

역에서 맥주랑 함께 산 새우과자.
역에서 맥주랑 함께 산 새우과자.

자리에 앉아서 여행 기분 좀 낼 겸 새우과자와 캔맥주를 한모금 마시며 온주쿠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중 정차역에서 작은 여자아이와 엄마가 탔는데 자리가 없는지 계속 서 있었다.

왠지 조카 같기도 하고 요 몇일 푹 쉬었더니 컨디션도 좋았던지라 성큼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여자아이에게 선물 받은 츄파춥스. 맛있었다!
여자아이에게 선물 받은 츄파춥스. 맛있었다!

서서 남아 있던 맥주를 홀짝 거리고 있었는데 조금전에 그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자리를 양보해줘서 고맙다며 츄파춥스 사탕을 선물로 주고 갔다. (귀여워라☺️)

온주쿠역
온주쿠역

가는 중간즈음에 자리가 비어 다른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오는 사이 어느덧 온주쿠역에 도착했다.

작고 아담한 JR 온주쿠역 역사
작고 아담한 JR 온주쿠역 역사

여느 소도시 역처럼 온주쿠 역사(駅舎) 또한 작고 아담했다. 빨간 지붕과 역 간판 옆에 있는 낙타모양의 오브제가 인상적이다.

온주쿠역 앞에 있던 유일한(?) 식당. 겐
온주쿠역 앞에 있던 유일한(?) 식당. 겐

그나저나 내리고 나니 배고프기도 했고 때마침 점심시간이었기에 역 바로 앞에 츠케멘 이라는 현수막이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지역 마다 라멘 맛집 찾아 다니는 것도 일본 여행의 재미!

겐에서 주문한 츠케멘
겐에서 주문한 츠케멘

내가 주문한건 단연 내 사랑 츠케멘. 교카이(魚介)육수에 탱글 탱글한 면을 정신 없이 찍어 먹었다.

겐의 드링크 메뉴판. 참고로 생맥주는 650엔
겐의 드링크 메뉴판. 참고로 생맥주는 650엔

이 식당은 본래 츠케멘 전문점은 아니고 이자카야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술메뉴들도 있었다. 한잔 마실까 했지만 바다 보면서 마실 계획이라서 잠시 미루어 두었다.


📍 (源)
주소: 〒299-5106 千葉県夷隅郡御宿町須賀192−1
영업시간: 오후 5시 30분 ~ 밤 11시 (※런치 영업을 이제 안하는 것 같다.)

온주쿠의 거리 모습
온주쿠의 거리 모습

배도 부르겠다, 바다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역에서 대략 10분 정도면 갈 수 있으니 못 갈 것도 아니다.

키요미즈가와 산책로 입구 이정표 모습
키요미즈가와 산책로 입구 이정표 모습

길을 걷다보니 키요미즈강 산책로 입구(清水川 遊歩道入口)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해안가와 이어지는 강인 것 같다. 이 길을 통해서도 아마 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안전하게 구글맵에 나오는 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온주쿠 길거리에 세워진 온주쿠타운맵
온주쿠 길거리에 세워진 온주쿠 타운맵

조금 걷다보니 온주쿠 타운맵이라는 지역지도가 등장했다. 나의 목적지는 ‘달의 사막 기념상(月の砂漠記念像)‘. 온주쿠를 검색했을 때 제일 먼저 등장했던 것이었다.

온주쿠의 길거리. 한산하다.
온주쿠의 길거리. 한산하다.
건너편에 보이는 것이 워터 슬라이드. 이날은 문이 닫혀 있었다.
건너편에 보이는 것이 워터 슬라이드. 이날은 문이 닫혀 있었다.

길을 걷는 동안 대체로 도로도 인도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멀리 워터슬라이드도 보이는데 온주쿠에서 여름철에만 운영한다고 한다.

온주쿠 달의 사막공원 입구
온주쿠 달의 사막공원 입구

이윽고 저멀리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앞으로는 달의 사막공원 (月の砂漠公園)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온주쿠 달의 사막공원 모습
온주쿠 달의 사막공원 모습
온주쿠 달의 사막공원 낙타를 탄 왕자와 공주 동상
온주쿠 달의 사막공원 낙타를 탄 왕자와 공주 동상

백사장 끝에 보이던 오브제가 바로 이 지역의 명물이다. 동상은 낙타를 탄 왕자와 공주를 나타낸 것인데 달의 사막이라는 동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인가보다.

낙타동상 앞에서 셀카
낙타동상 앞에서 셀카

사람들이 낙타 동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길래 나도 냉큼 셀카를 찍었다. 여기가 사진 핫스팟인것만 분명해 보인다.

온주쿠 달의 사막 기념관
온주쿠 달의 사막 기념관

사진을 찍다 보니 저 앞에 독특하게 생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달의 사막 기념관이라고 한다.

온주쿠 달의 사막 기념관 주차장 앞에서 바라 본 주변 풍경
온주쿠 달의 사막 기념관 주차장 앞에서 바라 본 주변 풍경

기념관 앞에서도 저 멀리 낙타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노점에세 겟한 시원한 삿뽀로 생맥주
노점에세 겟한 시원한 삿뽀로 생맥주

때마침 주차장 쪽 공터에서 생맥주를 팔고 있는 노점이 있길래 한잔 구매했다. 맥주 마시면서 바다를 즐기리라!

온주쿠 바다 보며 맥주마시지
온주쿠 바다 보며 맥주마시지

맥주 김이 빠지기 전에 최대한 신속히 백사장으로 이동했다. 맥주 한잔 마시며 드넓은 바다를 보고 또 귀로는 시원한 파도소리를.

온주쿠 바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온주쿠 바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1)
온주쿠 바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2).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온주쿠 바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2).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혼자여서 조금 쓸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바다를 보니 가슴이 뻥 뚤렸다. 이 맛에 바다에 오는가 싶다.

다시 온주쿠역. 역 안도 작고 아담하다.
다시 온주쿠역. 역 안도 작고 아담하다.
다시 도쿄로 데려다 줄 JR 열차의 모습
다시 도쿄로 데려다 줄 JR 열차의 모습

바다에서 넋 놓고 한시간정도 보다가 오후 3시즈음이 되어 다시 도쿄로 돌아가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요코하마나 에노시마처럼 번잡하지도 않고 조용하고 여유있게 바다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온주쿠, 오기를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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