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온라인으로 신발을 구매할 일이 많다. 제품 1개당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중저가대 라인이 대다수. 나이키, 아디다스 등 브랜드 제품 중 국내 미발매품 또는 재고가 없는 상품들이 그 대상이다.

스스로 검증이 가능한 일본 사이트는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미국, 대만 등 그 외 국가. 간단한 영어는 할 수 있지만 일일히 사이트 소재여부를 확인한다거나 직접 전화를 거는 것 까지는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테스트 구매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다가 이번에 새로 발견한 영미권 사이트에서 문제가 생겼다.


싸다면 의심부터


신규로 구매를 하게 된 ‘아디다스 x 송 포더뮤트 캠퍼스 80s 포커스 올리브 (ID4792)’. 일본에서는 이미 재고가 소진되어서 와이프가 다른 곳을 찾던 중 미국에서 판매되는 몇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 중 한 곳은 150불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재고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가 s/e/p/s/a/l/e/./c/o/m을 발견했다. 이곳은 모든 사이즈 재고가 있음은 물론 심지어 3만원가량 할인도 진행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곳에서 주문하기로 결정하고 결제버튼 클릭!

s e p s a l e.com에서 판매중인 송 포더 뮤트
s/e/p/s/a/l/e/./c/o/m에서 판매중인 송 포더 뮤트. 지금도 25% 세일 중이다. 왜인지 한국어로 나온다

왠 횡제야!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제품이 배송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일 간 이곳 담당자로부터 확인할게 있다며 이메일을 여러통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느닷없이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can you speak English?”

대뜸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영어. 아무래도 이번에 구매한 사이트쪽 같았다. 간단히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일방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분명 신발 얘기였기에 그 사이트 담당자가 틀림 없었다.

하지만 상대방 말이 도저히 이해 되지 않았다. 내 짧은 듣기 능력 탓이겠지…하고 네 사이트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계속 이상한 말을 늘어놓았다.

“Sorry, I don’t understand what you’re saying now…”

니 말 못알아 듣겠다, 사이트 이름부터 밝혀라 했더니 역시나 본인 할말만 하다가 이메일로 다시 연락주겠단다. 상대방이 영어를 쓰고 있었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동양인이 하는 영어였다. 동남아 여행을 하며 그 특유의 톤에 익숙해졌기에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서로 말도 안통하니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뒤 황당한 메일을 받았다.

“당신이 전화로 신발 한사이즈만 받는다고 동의했다. 어디로 보내면 되는가?”

사실 이 제품을 3개 정도 다른 사이즈로 구매를 하려고 했다. 사이트에도 분명 재고가 있어서 모두 주문을 넣었는데 뜬금 없이 이게 무슨소리? 그리고 나는 메일로 연락하라고만 했는데?

fakesite 2
실제로 주고 받은 이메일 일부

그 이후로도 수차례 메일을 주고 받았고 그제서야 자기들 재고가 한개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진작 말하던가!!!(이때 수상함을 눈치 챘어야 했다.) 아쉬운대로 남아 있는 한개라도 받고자 그러라고 했다. 나머지 주문들은 곧 환불처리 되었고 제품은 그로부터 2주 뒤 도착했다.


지독한 짝퉁의 냄새


그런데 도착한 제품을 받자마자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분명히 주문한 사이트는 미국 텍사스 소재였는데 제품 발송처는 다름 아닌 CHINA!!!!! 해외에서 여러번 국제 배송 받아보기는 했지만 비닐포장으로 온 것도 처음이었다.

중국에서 비닐포장으로 도착한 의문의 신발
중국에서 비닐포장으로 도착한 신발. 상대방 주소도 불분명하게 쓰여있다.

당연히 신발상자는 찌그러져있었고 도저히 새 제품이라고 믿기 어려운 포장상태였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포장을 풀고 난 이후.

이리보고 저리봐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디다스 퀄리티가 아니었다.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동일 제품 사진들과 비교를 해보았다. 그런데 역시나 이상했다. 그리고 몇일 뒤 동일 모델 실물을 구해 비교해보았다.

‘아… 이건 진짜 짝퉁이다…;’

위가 짝퉁(의심), 밑은 진품. 아웃솔은 물론 레이스 두께감이나 마감에서도 차이가 심하다.
위가 짝퉁(의심), 밑은 진품. 미드솔은 물론 레이스 두께감이나 마감에서도 차이가 심하다.

너무 어이가 없었고 그동안 메일을 주고 받았던 그 담당자(닉네임은 아이러니하게도 테레사)에게 비교 사진을 보냈다. 이거 혹시 가품 아니냐고. 그랬더니 너무 당당하게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Dear customer, we are the authentic Hong Kong version! do not worry! “

홍콩판이니 걱정말고 편하게 신으라고. 그래…듣고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담당자와 수십통 메일을 주고 받는 동안 내 질문에 엉뚱한 소리를 해왔던 전적이 있었던 터라 쉽게 믿음이 가질 않았다.

그래서 정품 검수 서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정품 검수 결과는?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짝퉁(가품)이 판치는 세상이다. 특히나 신발에 진심인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짝퉁은 용납받지 못한다. 비용이 얼마이던 간에.

그래서 국내 최초 한정판 정가품 판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크엑스(https://fakex.co.kr/) 서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검수가 있는데 실물을 직접 보고 검품을 해주는 오프라인 쪽이 더 확실할 것 같아 이쪽을 선택했다. 비용은 3만 5천원.

정가품 판정 서비스 페이크엑스 메인
정가품 판정 서비스 페이크엑스 메인

서비스를 신청하니 얼마뒤 키트가 배송되어 왔다. 의뢰방법은 간단하다. 키트 안에는 설명서와 네임택이 들어있다. 정품 인증 받고자 하는 신발에 네임택을 달아서 지정주소로 보내면 된다. 그리고 검품이 완료되면 카톡으로 알림이 온다.

페이크엑스에서 온 검수 의뢰 키트
페이크엑스에서 온 검수 의뢰 키트. 네임택과 네임팬 그리고 발송주소 정보가 담겨 있다.
신발 좌/우측에 네임택을 달아서 페이크 엑스에 택배로 보내면 된다.
신발 좌/우측에 네임택을 달아서 택배로 보내면 된다.

‘오프라인 검수 서비스가 완료되었습니다.’

마치 시험 결과를 확인할때 처럼 떨리는 순간이었다. 과연 이 제품은 테레사 말처럼 홍콩판 정품이었을까? 아니면 냄새나는게 맞았을까?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검수결과서를 확인했다.

본 제품 ‘Adidas x Song for the Mute Campus 80s Focus Olive’은 FAKEX 오프라인 검수 결과 가품으로 판정된 제품입니다.

페이크엑스 실제 검수 결과서 일부
페이크엑스 실제 검수 결과서 일부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결국 불길한 예감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약 보름에 걸친 스트레스 원인은 결국 가품으로 판명되었다. 아차 싶어 ‘해당 사이트 도메인 + SCAM’으로 구글링을 해보니 여러 피해자들이 있었다. 한 커뮤니티 글을 보니 이 사이트에 나와 있는 텍사스 주소도 거짓이라고…

더이상 테레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싫고 (어차피 자기들은 정품이라고 할테니까) 보기 좋게 당한 내 자신이 바보 같게만 느껴졌다. 초고속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2000년 초반에는 가품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나도 몇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가품은 사회악이다.

그런데 가품이라니! 그것도 이커머스 업계에 십년 가까이 몸 담아온 내가 속다니..!!! 분하고 분하다. 하지만 정말 큰 공부가 되었다. 테레사, 너 정말 닉 값 했다. 두 번 다시 안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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