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해 목표에도 어김없이 ‘영어공부’를 넣었다. 벌써 몇년째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영어실력은 제자리 걸음. 학원을 다니자니 시간이 안맞고 인터넷 강의를 듣자니 나한테 딱 맞는 강의를 못찾겠다. 이러다가 영영 영어 못하는거 아니야? 이런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넷플릭스로 영어공부하는 방법
넷플릭스에는 수많은 미국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이 있다. 예전에는 어렵게 영상을 찾아서 다운로드 받거나 구매해서 봤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최소 월 5,500원(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이면 합법적으로 이들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세상편하다.
넷플릭스에서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영상을 찾아 공부하면 된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다. 구간 반복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10초 단위로 앞, 뒤 이동 밖에 안된다. 라떼시절 찍찍이 같은 기능은 당연히 기대 할 수 없다. 영상으로 영어공부 할 때 구간반복 기능은 필수 중 필수다.
다행이도 이런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랭귀지 리액터(language reactor)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구간반복 기능 이용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크롬 브라우저만 있으면 된다.
크롬 메뉴 우측 상단에 있는 [: 옵션]버튼을 누른 후 확장프로그램 → chrome 웹 스토어 방문하기를 누른다. 검색창에 [랭귀지]라고 검색하면 가장 처음에 랭귀지 리액터가 나온다. 화면을 클릭한 후 [Chrome에 추가]를 누르면 설치 끝!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 영상을 찾아 들어가보자. 이전과 화면 구성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좌측에는 영상화면, 우측에는 구간별로 나뉘어진 대사가 보인다. 하단에는 영어자막과 한글자막이 (있는 경우) 동시에 표시가 된다.
구간반복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직접 우측 구간별 대사를 클릭하면 된다. 또 한가지는 단축키 [S]를 누르는 방법이다. 우측하단에 [AP]라는 단추가 있는데 활성화 되면 구간 대사별로 영상이 자동으로 멈춘다. 필요에 따라 ON / OFF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청취 공부 밖에 되지 않는다. 대사는 하나씩 뜯어먹어야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는 대사를 다운로드 받을 수 없다. 이걸 그대로 옮겨 적을 수도 없고…하지만 걱정없다. 랭귀지 리액터에는 대사 다운로그 기능이 제공되니까.
랭귀지 리액터 우측화면에 보면 내보내기 버튼(이미지 빨간 박스)이 있다. 이걸 누르면 다운로드 설정 창이 뜬다. 인쇄(HTML) 또는 Excel 형태로 받을 수 있다. 1일당 무료 내보내기 회수가 제한되어 있지만 괜찮다. 한개 다운받아도 대사 공부하는데 수 일에서 수 주는 걸린다.
나만의 영어 선생님 만들기
청취 공부와 대사 씹어먹을 준비가 끝났다. 이제 귀와 입이 뚤릴때까지 열심히(!) 공부 하면 된다. 올해는 영어정복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샘솟아 오른다. 본격적으로 공부모드에 돌입해보자.
구간반복 기능을 켜고 음성을 들어본다. 어라…무슨 말이지? 잘 안들린다. 몇번을 다시 들어본다. 역시 안들린다. 가려두었던 자막을 체크해본다. 단어 개별 개별 뜻은 알겠다. 발음도 이제 알 것 같다. 그런데 문장이 좀처럼 이해가 안된다. 문장을 번역기로 돌려본다. 사전도 찾아본다. 그런데도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5분도 안되는 영상을 공부하는데 하루가 걸린다. 지친다….역시 영어는 나와 안맞는건가.
학원에 다녔다면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독학하는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매번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물어볼 수도 없다. 이때 해성처럼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요즘 가장 핫하다는 챗GPT다!
챗GPT(https://chat.openai.com/)는 오픈Ai에서 운영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무료로도 이용가능하다. 이용방법은 간단한데 대화창(프롬프트)에 질문을 입력하면 챗GPT가 대답을 해준다. 이 대화창에 이해 안가는 영어문장을 입력하고 분석해 달라고 하면 된다.
대신 기본 세팅이 필요하다. 그냥 물어볼 수 도 있지만 ‘역할’을 정해주는 것이 좋다. 나는 챗GPT에게 영어선생님처럼 구문 단위로 문법(문장)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말투는 기본 존댓말인데, 말이 길어지니 반말로 해달라고 했다. 그러니 기가 막히게 바로 알아 듣는다.
공부하는 영상에서 ‘This should be fun’이라는 대사가 나왔다. 대충 무슨말인지는 알 것 같다. 그런데 명확한 의미를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챗GPT에게 이 문장을 전달(입력)했다. 그러자 세세하게 분석해주기 시작했다.
제시하는 내용에 따라서 답이 명쾌하기도 하고 다소 두리뭉실하기도 하지만 혼자 고민하고 넘길때보다 몇 배 낫다. 이 문장에서는 should 역할이 중요해보인다. 그러고보니 should를 공부할때 would도 공부했었다. 미래에 대한 예상이라고 하니 would로 바꿔쓰는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바로 물어봤다.
아, Should는 예상 되는 ‘결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Would는 ‘만약에’라는 가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구나! 한글 문장이 100% 매끄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부 중인 영상 스토리라인에 비추어 생각해봤을때 명쾌히 이해가는 답변이었다.
Ai시대의 영어 독학
각잡고 한 영어공부는 취준생일때 했던 토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다. 당시 운이 좋게 800점대 스코어를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였다. 실전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영어로 메일을 주고 받아야 했는데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다. 결국 그 회사는 입사 3개월만에 나왔다.
이후 오랜 일본생활을 하며 영어와는 점점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봄, 약 2달 가량 동남아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때 영어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그래서 다시 영어정복에 칼을 뽑아 들었다. 영어회화책, 동화책, 영자신문, 스크린영어 강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를 시도 해 보았다.
앞으로 언제 다시 해외에 나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영어로 제대로 말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에 비중을 둔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넷플릭스 + 랭귀지 리액터 + 챗GPT 조합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에서 소재를 찾고 랭귀지 리액터를 통해 추출한 대사를 공부한다. 참고로 대사는 메모 어플인 원노트(ONE NOTE)에 옮겨 두었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지 않고 챗GPT에게 물어본 내용도 함께 필기하고 있다. 아쉽게도 랭귀지 리액터는 PC로만 이용 가능하다. 태블릿이나 모바일에서는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구간반복학습은 PC로 하고 출/퇴근 시간에 챗GPT와 원노트를 통해 대사를 씹어먹고 있다.
이 공부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만의 과외선생님이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 아무때나 물어 볼 수 있다.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가끔 말귀 못알아 듣는 것 같아서 답답하긴 하지만 좋아지리라 믿는다. 기왕이면 내 영어실력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