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를 받는 설렘, 상자를 열었을 때의 희열. 온라인 쇼핑이 갖는 이 중독적인 매력. 온라인 쇼핑몰이 탄생한 이래로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연출될 장면이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처음 시작하고부터 이런 순간을 제공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주문을 확인하고 상품을 준비해서 상자에 담고, 택배 송장을 붙여 택배사에 인계한다. 여유가 된다면 상자 안에 인사말 카드나 작은 선물도 함께 동봉한다.

감동을 나르는 일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해외 구매대행이 메인이 된 지금은 대부분의 배송의 경우 해외 배송대행지(일명 배대지)에서 처리해 주기 때문에 직접 택배포장할 일이 거의 없다. 간혹 검품이 필요한 경우나 재고를 구매한 경우 직접 포장해서 보낸다.

사무실에 있는 원탁 탁자는 고객들에게 보낼 설렘을 포장하는 공간이 된다. 먼저 주문한 상품이 맞는지, 하자가 없는지, 패키지 외관상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최대한 깨끗이 다루기 위해서 하얀색 면장갑을 끼고 살핀다.

360도 관능검사. 오감을 이용해 제품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에어캡으로 패키지를 감싼다. 혹여나 배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품 손상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에어캡 외에도 종이를 꾸겨 넣어 배송상자 내 흔들림을 막는 경우도 있다. 일전에 신문지를 꾸겨 넣어 보낸 택배를 받은 적이 있다. 왠지 종이 쓰레기가 담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신문지는 활용하지 않는다.

보완을 마친 패키지를 소중히 배송 상자에 집어넣는다. 우리 상품에 맞는 박스 사이즈를 찾기 까지도 여러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택배상자 제조사에 원하는 사이즈를 의뢰해서 생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성 제품에 적당한 사이즈가 있어 그걸 사용하고 있다.

박스 테이프를 울거나 비뚤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을 가해 붙여 박스 포장을 마무리 짓는다. 상자 위에 조그만 글씨로 받는 사람 이름과 내용물을 기재한다. 혹여라도 헷갈리거나 상자 위, 아래가 뒤바뀌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우체국이 있다. 물량이 된다면 택배 계약을 맺고 집하를 요청하면 되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는 아니다. 두 손으로 선물 다루듯 소중히 앉고 우체국으로 향한다. 조카에게 선물 보내러 가던 길에 느끼던 기분과 비슷하다.

우체국에 도착해 순번표를 뽑고 기다린다. 내 차례가 되어 택배를 올려두고 사전접수 정보를 입력한다. 우체국 직원이 건네준 송장을 확인하고 상자 가장자리를 기점으로 깔끔하게 붙인다. 이제 고객에게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라면 된다.

아마 내일이면 고객님 집 앞에 설렘 상자가 놓여 있겠지. 상자 사이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칼로 조심스레 갈라내고 상자 날개를 열면 에어캡에 감싸진 상품을 확인하겠지. 이마저 벗겨내고 나면 기다리던 설렘 상자와 마주하겠지. 그 안에 담긴 진짜 상품을 보고 비로소 주문한 제품이 내 손에 들어왔음에 안도하겠지.

택배 보내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물량이 많아지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은 육체노동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규모가 커지면 별도 물류팀을 두거나 3자 물류 계약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아직 내손에 있을 때 이러한 과정들을 겪어 봐야 한다. 고객에게 보내는 건 꼭 상품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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