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살 적에 해외구매대행 사업 하는 사람들을 몇몇 봤다. 고객들이 게시판에 구매 희망 상품을 올리면 대신 구매해서 보내주는 식이었다.

나도 몇 차례 지인들 부탁으로 일종의 구매대행을 해 본 적 있다. 일본 아마존이나 라쿠텐 또는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우체국에 가서 EMS로 보내주었다. 거기서 수고료를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사업으로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회사에 다니고 있기도 했고 택배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주말뿐이었다. 차가 없어 물건을 우체국까지 들고 가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배송비는 또 얼마나 비싸.

일본구매대행 첫 시작은 지인 구매대행이었다.
일본구매대행 첫 시작은 지인 구매대행이었다.

일본 해외구매대행, 시작하게 된 이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나는 일본 온라인 판매대행을 맡고 있었다. 와이프도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해외구매대행을 선택했다. 본인이 평소에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 제품을 파는 셀렉트샵 느낌으로 계획했다.

맨 먼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계정을 개설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등 브랜드 상품 중 일본 한정이나 한국에 재고가 없는 상품들을 꾸준히 올려 나갔다. 하루에 열 개, 스무 개 올려 나갔고 점점 상품 수도 늘어났다.

일본해외구매대행을 처음 시작한 건 2023년 6월. 코로나 이후로 구매대행 열풍이 불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경쟁이 치열한 상태였다. 차별성은 와이프의 감각, 그것 하나뿐. 매출이 나올지 확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보름이 지나자 첫 주문이 들어왔다. 2023년 6월 28일, 9만 5천 원이 첫 매출이었다. 적어도 첫 매출까지 3개월은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빠른 신호탄이었다. 비록 그달 처음이자 마지막 매출이었지만.

이후로 1백, 2백씩 매출이 늘어나더니 연말에 가서는 2천만 원을 넘어섰다. 큰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점점 매출이 늘어났고 해외구매대행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평일에 시간을 내서 짬짬이 키치죠지나 신주쿠, 시부야 등에 가서 주문 들어온 상품을 구매했다. 일부는 현장 구매만 가능한 상품들도 있었으니 일본에 살고 있는 게 큰 메리트였다.


해외구매대행 위기와 극복기

하지만 이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해 11월,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일본 현지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셀러들이 늘어나면서 매출 상승에 어려움을 겪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고객에게 상품을 보내주는 배송대행지(일명 배대지)도 비용과 서비스를 여러 곳 테스트 했다. 그 중 우리와 가장 궁합이 맞는 곳을 찾아냈고 지금도 이용 중이다.

그리고 상품도 일본에만 한정하지 않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하게 시야를 넓혀갔다. 그래서 한국이나 일본에서 구할 수 없는 상품도 우리 샵에서는 판매가 가능했다. 덕분에 경쟁 상황에서도 큰 하락 없이 매출을 확보해 나갈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 현지에 있지 않다 보니 최신 트렌드 상품 정보가 이전보다 늦다는 점이다. 전에는 직접 매장에 다니면서 신상품 체험도 해보고 상품 소구 포인트를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과 지인 찬스를 쓰고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 현지 시장조사 때. 가격과 제품을 면밀히 체크한다.
일본 현지 시장조사 때. 가격과 제품을 면밀히 체크한다.

해외구매대행이 끝물이라는 말이 있다. 부업으로 시작했다가 폐업했다는 사례들도 자주 보인다. 요즘은 챗GPT 등의 도움으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직접 해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심지어 온라인 거대 유통사인 쿠팡마저 해외구매대행(직구) 서비스를 한다.

그럼에도 해외구매대행에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 최신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보다 신속하게 공급하고자 하는 노력과 열정이 있다면 찾아주는 고객이 분명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해외상품을 직접 사입해서 국내에서 파는 것이다. 해외구매대행의 다음 단계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어 신속하게 고객들에게 최상의 품질 상품을 공급하는 일, 그것이 미션이다. 해외구매대행을 하지 않았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사실은 가장 적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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