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향 마을 방문까지 마치고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마지막 만찬은 무얼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야끼니꾸로 정했다.


다카다노바바 야끼니꾸 맛집 규시게

타카다노바바 사카에도오리 앞
타카다노바바 사카에도오리 앞

세이부 신주쿠선에서 JR야마노테센으로 환승하기 위해서 매일같이 이용하던 곳이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다. 인근에 와세다를 포함해 대학들이 있어 대학가로 불리기도 한다. 와세다출구(早稲田口)에서 나오면 사카에도오리(さかえ通り)가 보인다.

타카다노바바 사카에도오리 안 골목
타카다노바바 사카에도오리 안 골목

골목을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음식점, 이자카야가 즐비한 곳이다. 안주 한 개에 100엔대 하는 저렴한 이자카야들도 있다. 대학가이기는 하지만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타카다노바바 사카에도오리에 있는 규시게.
타카다노바바 사카에도오리에 있는 규시게. (사진은 구글맵 캡쳐)

우리가 저녁을 먹기로 한 곳은 야끼니쿠 체인 규시게(牛繁). 지금도 잘 지내는 형님과 이곳에서 고기와 술 한잔 하고는 했었다. 매장은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타카다노바바 규시게 시치린
타카다노바바 규시게 시치린

대략 10평 즈음될까?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4인 정도 앉을 수 있는 칸막이 의자들이 들어서 있다. 자리에 앉으면 숯이 담긴 작은 화로대 시치린(七輪)이 나온다. 이제 고기만 올리면 된다.

타카다노바바 규시게 모바일 주문화면
타카다노바바 규시게 모바일 주문화면

전에는 직원을 불러서 주문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느새 모바일 주문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쇼핑 하듯이 장바구니에 고기를 담은 후 주문하면 된다. 

타카다노바바 규시게 죠하라미(上ハラミ) 나카오찌 가루비(中落ちカルビ)
타카다노바바 규시게 죠하라미(上ハラミ) 나카오찌 가루비(中落ちカルビ)

고기는 한 접시에 평균 1천엔 이내다. 소금 양념소스가 뿌려진 고기가 접시에 담겨 나온다. 고기는 소금(塩)과 타레(タレ) 양념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본연에 맛을 느끼기 좋은 소금을 추천한다.

또는 점원을 불러 아무 양념이 가미되지 않은 아지츠케나시(味付けなし)로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시치린 위에서 열심히 고기를 굽는 중
시치린 위에서 열심히 고기를 굽는 중

일본에서는 고기 집게 통구(トング)가 인원수에 맞게 나온다. 각자 자기 앞쪽에 먹을 고기를 올려서 구워 먹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와이프가 구워준다. 내가 고기를 잘 못 구워서 ㅎㅎ

야끼니꾸에는 하이볼이지!
야끼니꾸에는 하이볼이지!

고기가 있으니 술이 빠질 수 있나. 와이프는 시원한 생맥주, 나는 하이볼을 주문했다. 일본 하이볼은 토닉워터가 아닌 플레인 탄산수를 사용해 달지 않다. 고기 한 점에 하이볼 한잔, 이만한 궁합이 따로 없다.

시치린에 불꽃이 일면 얼음으로 불을 잠재우자
시치린에 불꽃이 일면 얼음으로 불을 잠재우자

화로대 화력이 강해서 고기가 금방 익는다. 가끔 떨어지는 기름으로 불이 세게 올라올 수 있는데 이때는 시치린용 얼음을 추가로 주문해서 불꽃이 올라오는 쪽에 놓아 두어 불을 식힐 수 있다. 고기판도 중간중간 교체 신청을 하자. (물론 이 모든 것이 모바일로 가능)

타카다노바바 규시게 모리오카 냉면
타카다노바바 규시게 모리오카 냉면

고기만 먹기에는 느끼할 수 있어 모리오카 냉면을 추가했다. 야끼니꾸는 오사카 재일교포들에 의해서 발전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메뉴 중 육개장, 국밥, 김치 등 한식 메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고무 같이 질겅질겅 씹히는 면발^^
고무 같이 질겅질겅 씹히는 면발^^

한국에서 먹는 냉면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김치가 들어간 새콤한 국물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한편, 면은 쫄면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식감이라고 해야 할까. 살짝 고무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규시게 타카다노바바점 (牛繁 高田馬場店)
주소: 東京都新宿区高田馬場3丁目2−14 丸曽ビル B1F(*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후5시 ~ 오후 11시 (일요일 오후 4시 ~ 오후10시)
코멘트: 저렴하게 야끼니꾸를 즐길 수 있다. 타베호다이(食べ放題)와 노미호다이(飲み放題) 코스를 선택하면 술과 고기를 시간내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경험상 호다이를 하든 개별 주문 하든 결국 비용은 비슷했다. 많이 먹을 작정을 한게 아니라면 단품 주문 추천(★★★★)

이오기 야경
숙소 앞 이오기 야경

정신없이 먹느라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다. 든든하다 못해 꽉 찬 배를 움켜 잡고 숙소로 돌아왔다. 떠나기 전날 밤이라 왠지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매일 같이 보던 이 풍경과 다시 작별해야 한다니…

타카라 소주 하이볼 레몬 500ml
타카라 소주 하이볼 레몬 500ml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실은 핑계고) 마지막으로 마실 츄하이를 하나 사 왔다. 이자카야 일러스트가 그려진 소주 하이볼 레몬맛. 카라구치(辛口). 매울 신자가 들어가 있지만 술에서는 단맛이 적은 드라이한 맛을 뜻한다.

일주일간 정들었던 숙소 내부
일주일간 정들었던 숙소 내부

어느덧 밝은 마지막날 아침. 약 일주일 동안 신세 지었던 자리를 깨끗이 치웠다. 방 구조가 일본에서 처음 살았던 원룸과 닮아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서 더 애착이 갔는지도 몰라.

도쿄 엔조 이오기 외관
도쿄 엔조 이오기 외관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예약한 엔조 이오기 (Enzo iogi). 다음번에 도쿄 올 때도 또 이용하고 싶은 곳이다.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이오기역앞 코방
이오기역앞 코방

일본 역 앞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파출소인 코방(交番). 일본에 있으면서 치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던 건 이들 덕분이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일본을 떠난다.


스카이라이너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닛뽀리역 환승 공간
닛뽀리역 환승 공간

오늘은 넥스가 아닌 스카이 라이너를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스카이 라이너 경유지인 닛뽀리(日暮里) 역으로 향했다. 오전 이른 시간이라 역사 내 상점가는 아직 문을 열기 전.

닛뽀리역사내 식품 매대
닛뽀리역사내 식품 매대

다행히 마중 편에 있는 간식 코너는 문을 열었다. 공항 가기 전에 이곳에서 삼각 김밥을 사서 가고는 했다. 열차 안에서 삼각김밥과 녹차 한잔이면 배가 금세 든든해진다.

닛뽀리역발 나리타행 스카이라이너 티켓
닛뽀리역발 나리타행 스카이라이너 티켓

케이세이(京成) 카운터 쪽으로 가면 승차권 발매기 또는 창구에서 스카이라이너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금액은 편도로 2,580엔. 공항까지는 40분 정도면 도착한다. 출발시간과 탑승위치를 잘 확인하자.

스카이라이너 내부
스카이라이너 내부

캐리어를 이끌고 스카이 라이너 열차에 탑승했다. 넥스와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정갈된 차량 내부. 와이파이도 되고 USB충전도 가능하다. 좌석 앞에 있는 테이블을 펼쳐서 독서나 간단한 노트북 작업도 할 수 있다.

스카이라이너에서 삼각김밥 먹기
스카이라이너에서 삼각김밥 먹기

아침을 먹지 못한 탓에 간식 코너에서 삼각김밥을 샀다. 언제나처럼 맨타이꼬. 양이 적어 보이지만 공항까지 가는 동안의 허기를 달래기 충분하다.

스카이라이너 창밖으로 보이는 일본 풍경
스카이라이너 창밖으로 보이는 일본 풍경

스카이라이너 창 밖으로 고즈넉한 일본 마을들의 모습이 지나간다. 아파트 숲이 가득한 우리나라와 달리 낮은 건물들이 많아 시야가 트인다. 날이 좋을 때는 저 멀리 도쿄 스카이 트리도 보이고는 한다.

(2년전 나리타행 스카이라이너 타고 가는 길에 찍었던 브이로그👇)

나리타공항 1터미널 출발 로비
나리타공항 1터미널 출발 로비

어느새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달 같이 왔던 나리타 공항. 평일 아침이라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1 터미널, 2 터미널, 3 터미널 3곳이 있으니 헷갈리는 일 없이 잘 체크해 두도록 하자.

나리타공항 1터미널 면세점
나리타공항 1터미널 면세점

출국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 다양한 면세코너가 나온다. 우리는 이미 도쿄에서 다 샀던 탓에 이곳에서는 간단하게 기념 과자만 사기로 했다. 도쿄바나나, 시로이 코이비토 같은 것들이 선물로도 좋고 직접 먹기에도 좋다.

나리타공항 탑승구에서 바라본 풍경
나리타공항 탑승구에서 바라본 풍경

이제 진짜 떠나는 순간이 다가왔다. 일 년 전 도쿄를 떠날 때는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잘 적응하고 있고 기분 좋게 일본땅을 밟았다. 다음번에는 더 큰 기쁨과 희망을 안고 일본에 돌아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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