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항상 머리를 굴린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 면도 안 당기고, 생선은 안 좋아하고. 그래, 한국사람이라면 김치지! 그렇게 불쑥 점심메뉴가 정해진다.

회사 근처에도 김치찌개 집은 많이 있지만 진짜 맛있는 김치요리를 찾아 장충동까지 넘어왔다. 김치찜 맛집 ‘김치보시기’가 오늘의 목적지. 김치찌개가 아닌 김치찜이다.

매장 내부는 ‘김치’라는 한국전통식품과 연관된 콘셉트를 살리듯 부분 부분 한옥 스타일로 꾸며졌다. 매장에는 3~4인이 식사하기 편한 사각 테이블들이 여럿 놓여있다.

벽면에는 메뉴판이 놓여있다. 메인 메뉴는 ‘김치찜 정식’ 1인 1만 원. 공깃밥, 음료수, 맥주 등이 추가메뉴로 있다.

저녁에만 판매하는 곁들임 메뉴로는 문어숙회, 녹두전, 그리고 막걸리가 있다. 여타 식당들과 달리 메뉴가 정갈하다. 메뉴로 고민할 일이 없다. “김치찜 2인분 주세요~”

주문 후 대략 10분쯤 지났을까 널찍한 쟁반에 정식 메뉴가 담겨 나왔다. 큰 접시에 덜어서 나올 줄 알았는데 뚝배기에 아담하게 담겨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돈가스와 카레도 함께 놓여 있다. (무슨 조합이지?)
메인 요리인 김치찜에 시선을 돌렸다. 상큼한 묵은지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뚝배기에 담겨 있어 오랫동안 보글보글 끌어 오른다. 냄새에 자동반사로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우선 국물을 맛본다. 묵은지와 돼지고기를 넣어 푹 익힌 듯 칼칼하면서도 새콤하고 담백하면서도 진한 맛이 입안에 돈다. 김치찜 레시피가 궁금하다.

김치요리의 생명인 김치. 야들야들하게 잘 익은 김치가 한가득 담겨 있다. 흘러내릴 정도로 쪄냈다기보다는 묵은지 김치찌개에 가깝다. 식감이 더 살아 있으니 나쁘지 않다.

냉큼 흰 쌀 밥 위에 김치를 얹어 입으로 가져간다. 정말이지 이만한 밥도둑이 없다. 김치에 싸서 한 입, 국물에 적셔 한입.

김치찜을 먹다가 문득 돈까스의 존재가 생각난다. 얇은 분식집 돈까스가 아닌 일본 스타일 통통한 돈까스다. 바삭하게 튀겨져 기름망 위에 올려져 있다.

돈까스는 함께 나온 와사비 + 소스에 찍어서 먹어본다. 바삭바삭한 튀김옷과 고기에서 나오는 육즙. 소스에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일식집에서 돈까스 먹는 기분이다.


다음으로 앙증맞게 담겨 나온 카레. 마찬가지로 일식 카레처럼 진한 갈색을 띠고 있다. 돈까스를 찍어 먹어도 되고 밥 위에 살짝 얹어 카레밥으로 먹어도 좋다. 나쁘지 않아.

밑반찬으로는 고추절임이 나온다. 김치찜보다는 사이드 메뉴인 돈까스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잠시 내가 김치찜을 먹으러 왔는지 돈까스를 먹으러 왔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김치찜으로 돌아왔다. 온전한 김치찜을 기대했는데 예상치 못한 돈까스와 카레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한 끼가 되었다. 한식과 일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조합, 이것이 김치보시기의 진짜 매력일지도!
📍김치보시기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56가길 1 1층(*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3시 (라스트오더 오후 2시 30분.)
・코멘트: 묵은지로 제대로 만든 김치찜 한뚝배기. 김치찜과 함께 나오는 돈까스도 별미다. 든든한 점심 한끼로 손색 없는 곳. 온전히 김치찜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아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