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9일 월요일, 드디어 첫 출근날이 밝았다. 주말 사이 도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던 여행객모드에서 다시 회사원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고 보니 9월 9일은 군 입대 날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새 출발.


긴장과 설렘 속, 일본 인턴 첫 출근

6개월간 일본 인턴 과정을 보낼 회사는 도쿄 오다이바(お台場)에 위치해 있었다. 도쿄 여행 필수로 뽑히는 그곳이다. 바다를 매립한 지역으로 1980년대 버블 경제 시기에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미니 버전 자유의 여신상부터 거대한 건담 모형, 그리고 후지 TV 본사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거주 중인 쉐어하우스에서 회사가 위치한 오다이바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전날 미리 구매해 둔 버스 정기권이 있으니 비용 걱정은 없다. 역 앞에서 버스에 탑승한 후 목적지인 일본미래과학관앞(日本科学未来館前)까지는 대략 1시간.

첫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정장을 입고 나선 것은 3개월 만이다. 배경도 서울에서 도쿄로 바뀌었다.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이번만은 유종의 미를 거두리라 다짐하며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회사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도쿄 오다이바 주변 풍경
회사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도쿄 오다이바 주변 풍경

회사가 입주한 오다이바 THE SOHO 빌딩 앞에서 같은 회사에 내정받은 인턴 동기생과 만났다. 심호흡을 크게 들이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회사는 건물 7층에 입주해 있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사무실 초인종을 눌렀다.

이윽고 한 남성분이 문을 열어 주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둥그런 철테 안경을 낀 30대 중반의 남성. 스카이프를 통해 만났던 면접관이었다. 그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4명의 친구들과 다른 직원들이 함께 있었다.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이 있다면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는 점.


일본 첫 업무는 이사?! 뜻밖의 하루

알고 보니 사무실을 7층에서 1층으로 이사하는 중이라고 했다. 미처 우리에게 공지가 안되었던 것이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곧바로 팔을 걷어 부치고 이사 행렬에 동참했다. 9월이라고 하지만 제법 무더운 날씨.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어 버렸다. 첫날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곳은 회사 본사가 아닌 무역 컨설팅팀으로 부장님이 리더가 되어 이끄는 팀이었다. 부장님을 포함한 4명의 직원, 4명의 인턴생, 일본인 아르바이트생 1명, 거기에 우리까지 총 11명. 첫날부터 땀으로 인사를 나누니 서먹할 틈이 없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이사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마무리되어 갔다. 오다이바 바다도 어느덧 찬란한 노을에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와 달리 주변은 조용했다. 유명 관광지여서 주변에 상업시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일부 쇼핑몰 제외하고는 상점도 없었고 인적도 점점 드물어졌다.

그래서 첫날 신입 환영회는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 와서 1층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일본어로 쓰인 맥주 라벨과 갖은 튀김들 만이 일본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힌트였다.

인턴 동기들과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장님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다 같이 맥주캔을 부딪히며 건배(칸빠이)를 외쳤다. 첫날 흘렸던 땀은 차디찬 맥주의 냉기에 식어갔다. 만난 지 채 반나절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금세 친해진 기분이었다.

오다이바는 심야 교통편이 적어 밤 8시쯤 환영식이 끝났다. 인턴 동기들이 대부분 같은 지역에 살아서, 우리는 같은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텅 빈 버스 안, 하루 동안 피워낸 열기가 가득 찼고, 그렇게 도쿄의 밤도 함께 깊어만 갔다.

인적이 드문 도쿄 오다이바 퇴근길 풍경
인적이 드문 도쿄 오다이바 퇴근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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