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온 지 만 3년이 지났다. 일본에서 취업 비자를 받았을 때 만해도 평생을 그곳(도쿄)에서 살게 될 줄 알았다. 일본 생활은 즐거웠고 다이나믹 했으며 매일이 설레었다.
그러다 한국 귀국을 결심하게 된 건 코로나19 이후다. 도쿄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던 답답함, 약속과 다른 처우에 실망을 안겨주었던 일본 회사, 그리고 내 사업에 대한 갈망.
이렇게 삼박자가 두루 갖추어지면서,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1년 정도 준비 끝에 일본생활을 완전히 정리했다.
한국에서 재취업?
내 글을 보고 연락을 주는 분들이 더러 있다. 한국으로 귀국할지 고민 중이라고. 그러면서 현재 어떠한 일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경력을 살려서 일할 수 있을지 물어 온다.
나는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 일본 이커머스(EC)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라쿠텐, 아마존재팬, 야후재팬쇼핑, 큐텐 등을 두루 운영했다. 이 경험을 살려 한국 기업들을 대신해 판매/운영대행 하고 있다.

매출이 잘 나오느냐고? 변동성이 너무 크다. 창업 초창기 때는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한 달에 2~3 업체 계약만 해도 직장인 때보다 괜찮은 수입이 나오겠다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월등한 자본력과 영업력으로 무장한 경쟁업체들이 많았다. 시장 변동성도 무시할 수 없다. 초창기 주력 모델이었던 크라우드펀딩은 현재, 의뢰 0건이다.
한국 취업도 만만치만은 않다. 일본에서는 EC가 기술직으로 분류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일반 사무직과 비슷한 선상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그나마 ‘일본어’ 능력을 요구하는 구인 공고들이 제법 있다. 일본에서 오래 거주한 경험은 분명 가점이 되겠지.
그래서 한국 귀국을 고민이라면 먼저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등 구인 사이트에서 내 이력을 활용할 만한 요강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먹고 살 길이 확인 된 후에 돌아와도 늦지 않다. 특히 30대 후반 이상이라면 더욱더.
은행에서 찬밥 신세
한국 돌아오기 전에 와이프와 가장 고민했던 게 사는 곳 문제였다. 도쿄에서는 월세로 살았다. 일반적으로 월세의 3~4개월분이 있으면 집 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달랐다. 대부분이 전세. 부부 둘이서 지낼만한 수도권 소형 평수 아파트도 보통 2억대는 넘었다. 은행에서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소득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일본에서만 경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급여 소득을 포함한 금융 거래 이력이나 4대 보험 가입이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에서는 빌려줄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월세 위주로 집을 보러 다녔다. 서울부터 경기도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이곳저곳 왔다 갔다 했다.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다행히 준역세권에 있는 아파트 월세가 일본에서 내던 월세와 비슷한 수준에 나와 거기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급여도 받고 건강보험 등 가입 이력이 생기면서 신용 등급도 올라갔다.
지금은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부지런히 모아서 다음은 내집마련 하는 게 우리 부부의 목표다.
한국에 돌아와 좋은 점
한국에 돌아와 좋은 점은 단연 가족, 지인들과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일본에 있을 때는 일 년에 기껏해야 한, 두 번 정도였다면 이제는 분기에 한번 이상은 만나는 것 같다.
양가에서 해주는 반찬과 함께 먹는 밥도 그렇게 맛일 수가 없다. 일본 살 때는 캐리어 반쪽에 가득 담아갔던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여차하면 택배로 받을 수도 있다. 아침에 김치를 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하다.

그리고 나가는 세금이 적다. 예전에는 급여의 1/3이 빠져나갔다면 지금은 10% 정도? 사업에 투자가 되다 보니 아직 급여를 많이 가져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손에 남는 돈이 많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차량 유지비가 일본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꿈에 그리던 내차를 갖게 되었다. 매번 셰어카를 예약하느라 눈치 게임을 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언제든 시간, 요금 신경 안 쓰고 탈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꽤 많이 올라갔다.
일본이 그리워지는 순간
그렇다고 한국에 돌아온 게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상상 이상으로 비교사회인 것 같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 무슨 차를 타는지, 얼마를 버는지… 여러 조건들이 비교 대상이 된다.
“누군 얼마를 번대더라 무슨 차를 뽑았더라 걔는 돈을 모아 집을 샀다던데 그 집값이 몇 배를 뛰었다고 하대”
다이내믹 듀오, 시간아 멈춰의 가사대로다. 이런 소리가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들려온다. 듣기 싫어도 들려온다. 지역에 따라서는 아파트 별로 계급이나 무리가 나뉘기도 한다고.
일본에서도 비교가 없는 건 아니다. 철도 OO선 주변에는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 신혼 세대들이 모여 산다더라 하는 식이다. 그런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살던 아무도 간섭하지 않으니까.

좋게 보자면 한국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호의가 되거나 불편함이 되거나.
반면 일본은 저마다의 고독의 공간이 있다. 누구도 침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롭기도 쓸쓸하기도 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 공간이 많이 소실된 것 같다.
한국 삶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와이프와 일본 일주를 떠나고 싶다. 정작 도쿄생활 10년 동안 해보지 못한 일이다. 일본을 떠나니 일본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더 많이 생겼다. 노천 온천 후에 마시는 생맥주 한잔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