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청룡의 해가 밝은 오후 4시 10분경, 느닷없이 와이프 핸드폰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아직 일본에서 사용하던 야후재팬 방재 속보(Yahoo!Japan防災速報) 어플을 지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지…? 설마 새해 첫날부터 지진인가?”
일본에 있을 때는 자주 들었던 경보음이었지만 한국에 오고 나서는 잠잠했었기에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요란히 울리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와이프와 어플을 열어보았다.
‘히가시후시미 진도 3’
내가 살았던 도쿄지역은 진도 3으로 기록되었다. 진도 3정도면 잠시 흔들리는 정도였고 일본에 있으면서도 자주 겪었던 바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한켠에 눈을 의심케 하는 숫자가 보였다.
‘진도 7!!!!’
진도가 3이상 올라가면 사실 겁이 나기 시작하는데 무려 그보다 2배 이상이나 강력한 진도 7이다. 이쯤이면 건물붕괴나 인명피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진도 7을 기록한 지역은 나와 와이프가 겨울여행을 갔었던 이시카와현(石川県)의 노토지마(能登島)였다.
흔들리지만 안전한 일본?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일본하면 ‘지진’이라는 키워드를 쉽게 떠올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진이 그렇게 일상적인 존재가 아니었기에 지진에 대해 공포심이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10년을 살면서 진도 3~4 정도의 지진은 직접 겪어보았고 그보다 큰 지진에 대한 소식도 종종 접했었다. 다만 워낙에 지진이 자주 있다보니 처음에는 공포스러웠지만 점점 무뎌져 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맨 처음 지진을 겪었던 것은 아마 도쿄에 발을 디딘지 한, 두달후 쯤이었던 것 같다. 자고 있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철근 구조물로 된 쉐어룸에서 살고 있었는데 천장에 달린 전등이 좌우로 사정 없이 흔들렸다.
“아…이게 지진이라는 거구나…!”
매스컴을 통해서만 접하던 지진을 직접 마주하니 다지진 났을 때의 행동요령 같은건 떠오르지도 않았다. 이렇게 건물이 무너지는 건 아닌가, 난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동안에 지진은 끝났다. 일본 도쿄에서 겪었던 지진은 주로 이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메스컴에서 ‘속보! 일본 지진발생’이라는 보도가 나올때마다 너무 호들갑 떠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여기서는 이렇게나 큰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거기다가 많은 건물들이 내진설계도 잘 되어 있고 지진 발생 피난처의 위치도 알고 있었기에 최악의 상황에 몸을 피할 곳을 알고 있었다. 아마 일본인들은 물론 일본에 오래 산 외국인들은 이와 비슷한 이유로 보통의 지진에는 그다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서운 일본 지진
그런데 가끔 정말 무서운 지진들이 온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도 그렇겠지만 2016년 쿠마모토 지진, 2018년 홋카이도 지진 등 지역 수많은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한 진도 6이상의 지진들이 거의 매년 한번씩은 발생한다.
도로는 갈라지고 집은 붕괴되고 상점에 진열되었던 상품들은 바닥에 떨어져 난장판이 된다. 산사태와 함께 마을 하나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일본열도가 충격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도쿄와 같은 도심에는 이와 같은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 같지만 당연히 불안한 마음은 평소의 배가 된다. 한번은 지진으로 인해 집 선반에 올려두었던 책가지들이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깨질만한 물건들은 되도록 올려 놓지 않는다.)
이 기간에 온,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방재용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러한 경험을 몇번 하고 난 이후 나도 집 현관 앞에는 식수와 라면, 수건, 후레쉬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피난(방재)용품을 구비해 두었다.
이번 새해 첫날 일어난 동해방면 지역의 지진도 마찬가지로 진도 6이상 큰 규모의 지진이다. 특히나 일본 혼슈(本州)중 가장 바깥쪽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노토지마는 진도 7을 기록하고 있다. 야후재팬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니 도로가 갈라지고 가옥이 붕괴되고 옆으로 쓰러진 건물들의 모습들도 보인다.
이러한 큰 지진 이후 무서운 것이 쓰나미에 대한 우려와 여진에 대한 공포다. 오늘밤 이들 지역은 영하권에 들어간다는 보도도 있어서 어쩌면 지진 이후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무섭고 마음이 아프다. 2024년 첫날, 희망에 가득 찼을 사람들이 마주한 자연재해에서 큰 피해 없이 다시 희망으로 가득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연초부터 크나큰 자연재해 때문에 걱정이다. 난 저 때 강릉에 있었는데 갑자기 지진해일 경보로 모든 사람의 핸드폰의 경보음이 일순간 울리는데..정말 깜짝 놀랐다는; 나도 갑자기 처음으로 지진 겪었었던 일이 떠오르더라..그 때 집이랑 침대 엄청 흔들리고 난리도 아니였는데..정작 일본 형 두 명은 너무 편안하게 자고 있어서..벙 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ㅎㅎ 휴…그나저나 네 글에서 나와 와이프 라는 글을 보는데 왜 이렇게 아직도 실감이 안나냐.. ㅎㅎㅎ 너가 유부남이라는게 낯설다 !! 노토지마 풍경은 끝내주네~~ 나중에 만나면 사진 구경 좀 시켜줘 ㅎㅎ 혹시 이 사이트에 있으려나~~~밤이 늦었는데 좋은 밤 되길! 그리고 감기 항상 조심해라 🙂
ㅋㅋㅋ 샹이님 🙂
사진을 보여드리려면 한 1주일은 합숙을 하면서 봐도 모자를지도 몰라요
그나저나 지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새해 시작부터 이런 이슈를 접하니 마음이 좀… ㅠ
감기 조심하고 좋은 밤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