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들어간 소울푸드로 한국인에게는 김밥이 있다면 일본인에게는 규동(牛丼)이 있지 않을까? 내가 일본에 가서 가장 처음 접했던 (아니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던) 음식도 바로 규동이다.

일본에는 스키야(すき家), 요시노야(吉野家), 마츠야(松屋) 등 다양한 종류의 규동 체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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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엔정도에 먹을 수 있는 규동 세트


처음에 일본에 갔던 2013년도만해도 300엔대에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라 대략 400엔은 줘야 먹을 수 있다.

얇은 소고기와 양파, 거기에 간장 소스를 넣고 달콤짭쪼름하게 볶아 밥 위에 얹어 먹는 간단한 음식. 이렇게만 먹어도 맛있지만 된장국인 미소시루와 야채 샐러드까지 곁들인 세트메뉴로 먹는 것이 더 든든하다.

점심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든든하게 먹을때는 이만한 것이 없더라!

이것만 먹기 다소 물린다 싶으면 규동집 테이블에 꼭 빠지지 않고 있는 베니쇼가(紅ショウガ)를 밥 위에 얹어서 함께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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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쇼가를 올려 놓은 규동

마음 같아서야 김치랑 같이 먹고 싶지만 김치는 당연히 유료다. 그리고 일본 식당에서 파는 김치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김치가 아닌 철저히 일본 현지화 된 기무치(キムチ)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규동 체인 메뉴 중에 김치가 올라간 김치 규동(キムチ牛丼) 또는 비빔동(ビビン丼)이 있는데 김치를 따로 먹는 것보다는 이쪽 메뉴들이 그나마 괜찮은 것 같다.

규동을 한 수저 크게 먹고 목이 좀 퍽퍽해진다 싶으면 미소시루를 젓가락으로 살살 저은 후 입으로 쓸어 내리자. (규동도 짠데 국도 더러 짤 때가 있다.)

일본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음식도 현지화를 시키겠다며 매일 같이 규동을 먹기를 2주간 반복했는데 결국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한국 사람은 역시 흰쌀밥에 김치를 얹어 먹는 것이 최고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는 두번 다시 같은 모험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에 돌아오고 나니 가끔은 규동 특유의 그 짭쪼름한 맛이 그리워진다. 단돈 500엔만 있어도 적당히 배를 채울 수 있는 일본스러운 그 음식… 가끔 고기와 소스가 부족해서 흰밥만 젓가락으로 입안에 털어넣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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