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는 재미가 무엇이냐고 묻거든 그것은 맥주 먹는 맛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먹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라멘, 오코노미야끼, 돈까스, 우동 등등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나와 같이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연 맥주가 아닐까?
이제 편의점에만 가도 일본 아사히 맥주나, 기린맥주 등 일본발 맥주가 즐비해 있다. 한국맥주보다 맛있다는 인상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 현지에 여행을 오게 되면 맥주나 과일술(호로요이)을 잔뜩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일본에서 맥주라고 파는 것이 전부다 진짜 맥주가 아니라는 사실!
위에 3가지는 일본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맥주코너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냥 맥주이거니 하고서 장바구니에 집어 넣을 가능성이 큰데 절대 다 같은 맥주가 아니다! 좌측부터 나마비루(생맥주), 발포주, 제3맥주이다.
#일본 맥주 구분하기
그렇다면 각 맥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바로 원료의 함량 차이이다. 맥주는 기본적으로 맥아, 호프, 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부재료를 넣기도 하는데 맥아 중량의 5%를 초과 해서는 안된다. (맥아비율이 전체의 2/3 이상) 이것이 일본에서 말하는 나마비루(생맥주:生ビビール) 이다.
한편, 맥아의 함량이 전체비율 중 2/3 이하인 것이 발포주(핫뽀슈:発泡酒)이다. 그리고 맥아를 사용하지 않거나 발포주에 스프리츠(증류주:スピリッツ)를 섞어 만든 것이 제3맥주(第3のビール、リキュール)이다.
이러한 구분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세(酒税) 때문이다. 350ml 기준으로 나마비루가 77엔으로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발포주로 44~77엔, 그리고 제3맥주는 28엔으로 가장 싸다. 물론 판매가격도 각각 205엔, 152엔, 133엔으로 차이가 난다.
#일본맥주 맛 비교
그렇다면 맛에는 어떤 차이가 날까? 일본맥주니까 전부 다 맛있을지, 아니면 종류별로 맛이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따로 따로 마셔본 적은 있지만 동시에 맛 본적은 없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을 위해 무려 동시에(!) 맛을 보기로 했다.
먼저 나마비루(생맥주)인 기린 이찌방시보리. 역시 맥아와 호프가 중심이어서 상당히 깊고 담백한 느낌이 있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거품도 풍성하게 생기고 크리미한 느낌이 강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맥주가 맛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나마비루를 두고 하는 얘기이다.
다음으로는 발포주인 기린 탄레이. (※사실 이번에 구매한 것은 당분을 70% CUT한 탄레이 그린라벨이라 다른 제품들과 동등한 조건의 맛 비교가 되지 못했다.) 나마비루보다는 풍미가 약해지긴 했지만 오히려 산뜻한 느낌이 들고 탄산감이 느껴졌는데 끝맛은 다소 거친 (쓴) 인상이 들었다.
마지막 제3맥주인 킨무기.킨무기는 단연 클리어한 맛이 났다. 내 기준에는 한국에서 먹던 카스에 비슷하다. (참고로 한국에서 필라이트는 발포주로 분류가 되는데 맥아함량 10% 미만이기 때문에 일본 기준에서는 발포주가 아닌 이 범주에 속할 것 같다.) 발포주에 증류주를 섞은 것이기 때문에 약간 소맥스러운 느낌이다. 술이 들어간 맥주맛 탄산음료라고 보와도 무방할 것 같다.
나는 그래서 맥주를 마실 때 첫 잔(캔)은 나마비루 또는 발포주로 마시고 그다음잔 부터는 제3맥주를 마신다. 어차피… 취하면 그 맛이 그맛이다 ^^
이러한 맥주 외에도 다양한 과실주, 탄산주, 니혼슈 등이 있다. 애주가들에게 일본은 여행 이상으로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해 준다. 거기에 이러한 특징들까지 알고 마신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