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넓게 살려면 역시나 운전은 필수인 것 같다. 뚜벅이로만 지내던 30여년의 시간보다 운전을 하면서 보낸 지난 몇년간의 활동반경이 더욱 넓어졌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으면 갈 수 있는 곳도 갈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의 구애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되니 자유나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이전보다 늘어난 것 같다.

나는 대학교때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땄고 줄 곧 장롱면허로 지내다가 지난 2021년, 일본에 있으면서 새해목표로 운전연수를 받았다. 운전연수를 받고 난 이후로 곧바로 쉐어카 (우리나라에는 쏘카가 있다면 일본에는 타임즈 가 있다.)를 몰고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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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흔한 도로 풍경


딱 두차례…운전 미숙과 부주의로 차를 긁어 먹기는 했지만 그것 말고는 신호위반이라던가 접촉사고라던가 하는 차량 관련 사고를 낸 적이 없다. 한 1년정도는 초보딱지를 달고 다녔지만 지금은 당당히 일반(!) 운전자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자동차 핸들이 오른쪽에 있다. 영국과 같은 방식인데 핸들이 왼쪽에 있는 국가에 있다가 일본에 오면 운전대가 반대에 있는 것이 신기해 보이기도 하고 왠지 역주행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운전이 어렵지는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도로 방향감만 익숙해진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일본에서 운전이 익숙해지고 나서 한국에 돌아왔다. 나에게는 역으로 한국 핸들과 도로가 반대방향이었기 때문에 초반에 진땀을 좀 뺐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금새 익숙해 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일본에서의 운전과 가장 큰 차이일 수도 있겠다. 우선 국도,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많다는 점이다. 시도때도 없이 울려되는 단속 주의 경보에 매번 신경이 곤두서기 일수.

한편 일본에서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었나….?싶을 정도로 그 존재 여부 자체를 인식해 본 적이 없다. 물론 도로마다 지정(제한)속도는 있다. 가끔 과속하는 차량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 기준 속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사방팔방에 경찰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끼어들기 하는 차량의 비율이다. 우리나라 도로에는 정말 빈틈이 없어보이는 사이 사이를 끼어드는 차량이 많은 것 같다. 다들 속도감 있이 달리는데 그 사이를 더 빠른 속도로 파고 들어간다. 잠깐이라도 정체되는 현상을 견디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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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중인 일본의 (수도) 고속도로


그에 비한다면 일본에서는 오히려 너무 답답하리만큼 정직하게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우리나라 이상으로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우리나라의 1/10정도 비율…이라고 해야할까? 왠만해서는 크락션도 울리지 않는 나라이니 더 조심해서 운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본이라고 도로에 빌런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나도 초보였을때는 누군가에게 빌런이었겠지. 갑자기 멈춘다거나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량이 있어 나도 여러차례 (방어본능으로) 크락션을 울리고는 했다.

그나마 일본에서 초보도 떼고 국도, 고속도로, 빗길, 눈길, 산길, 바닷길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운전을 해 본 것이 큰 복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면허를 따고 나서도 도로가 무서워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장롱면허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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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눈길 운전. 눈길은 국가 상관 없이 극악의 난이도 같다.

물론 필요에 의해서 운전을 하기는 했겠지만 어쩌면 내심 완전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올때까지 진짜로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지금도 장롱면허였겠지.

운전은 확실히 일본이 하기 쉽다. 하지만 도로에 나오면 일본도 한국 못지 않게 신경을 곤두 써야 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항상 방어운전, 그리고 교통규칙 준수를 해야하는건 다름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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