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적 소울푸드라고 하면 의심의 여지 없이 ‘김치’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답하지 않을가 싶다. 그런 나에게도 김치의 존재는 각별하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만해도 김치 없이도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을지 알았다. 그런데 그러한 의지는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한 보름간 김치 없이 살다가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서 근처 마트에서 팔던 (그것도 중국산…)김치를 사서 흰쌀밥이랑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 처음 갔던 2013년도만해도 일반 마트에서 김치는 찾아보기 힘들고 일본식 김치는 키무치(キムチ)정도가 주로 눈에 들어왔다. 키무치는 생긴건 김치지만 어딘가 모르게 달짝지근하다고 해야하나, 익으면 익을수록 또다른 묘미가 있는 김치와는 달리 더이상 먹기 어려운 대상이 되어간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음식에 대한 일본내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편의점, 대형마트부터 해서 결국 동네마트에까지 한국산 김치가 침투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한국에 출장 나갔다 올때마다 캐리어에 한가득 김치를 싣고 왔지만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한인마트가 있는 신오쿠보까지 나가지 않아도 동네에서도 쉽사리 김치를 구할 수 있다. 정말 최근에는 일본 체인마트에 매운맛 김치인 ‘실비김치’가 판매되어 한통 사먹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이 이걸 먹는다고!?)
한국에 있을 때는 그렇게 사방팔방 넘쳐다던 김치였는데 일본에서는 금(金)치다. 금치!
일반 마트에서는 비비고나 농협김치, 규가쿠(이킴)김치가 300~400g정도 되는 통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다. 한인마트나 인터넷을 통해서는 1kg, 5kg 단위로 봉투에 담겨서 판매가 된다.
그래서 보통은 5kg 단위로 주문을 해서 통에 넣어 놓고 먹을때마다 잘라서 먹고는 했다. 그나저나 일반 냉장고다 보니까 금새 김치가 쉬어서 한 절반은 밥이랑 함께 먹고 나머지 절반은 주로 김치찌개나 김치찜, 김치볶음밥 등 김치요리에 썼다.
보통 일본식당에 가면 김치는 커녕 반찬이 아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김치는 없거나 있더라도 유료) 대체로 일본식 짠지인 츠케모노(漬物)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김치를 싸서 다니고 싶다는 충동을 자주 느낀다.
그래도 음식점에 따라 김치를 곁들인 퓨전 요리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김치 파스타, 김치 소고기 덮밥 등이 그러하다. 일본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모습의 김치를 보며 김치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