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년수로 만10년을 살았다. 2013년 9월 5일을 시작으로 2023년 10월 1일까지해서 도합 3,678일간을 일본에 지냈다. 이곳에서 20대를 보내고 30대 중반을 맞이했다. 사실상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다.

그런 일본에서 완전히 떠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어쩌면 인생에 있어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도쿄 낫뽀리 호텔 창밖 풍경. 케이세이혼센 열차가 보인다
일본에서의 마지막날 아침. 호텔 창밖으로 보이던 케이세이혼센 열차


일본 집을 정리하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세제도가 없다. 십중팔구 월세다.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퇴거(이사) 희망일 2~3개월 이전에 퇴거 의사를 전달하면 된다. 보증금은 없는 경우도 있고 보통 월세의 2~3달치 정도여서 특별히 보증금을 돌려 받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

퇴거일자는 2023년 9월 30일 토요일. 퇴거하는 날은 이사 오던 날 그 모습대로 집을 텅텅 비어 놓아야 한다. 와이프와 나는 퇴거일자를 확정받아 놓고 미리 국제 이삿짐 운송이 가능한 한국업체를 예약해 두었다.

이삿짐 및 불용품 처리를 함께 해줄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는데 다행이 다음 카페 동유모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익스프레스라는 곳이고 140사이즈(43*53*43cm)박스 8개까지는 45,000엔에서 50,000엔 사이로 보낼 수 있다. 불용품은 추가 비용이 든다.

동유모 서울익스프레스 게시글 링크 🔗
https://cafe.daum.net/japantokyo/59QN/510589

일본 국제 이삿짐 트럭. 이삿짐과 함께 불용품이 트럭 한가득 실렸다.
국제 이삿짐 트럭. 이삿짐과 함께 불용품이 트럭 한가득 실렸다.

우리집은 도쿄 23구도 아니고 심지어 엘레베이터도 없는 3층집이었는데 추가 비용 없이 아침 일찍부터 와주셔서 한시간 남짓한 시간안에 모든 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총 택배 12박스에 TV, 냉장고, 세탁기, 옷장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들을 포함한 불용품 처리까지해서 대략 한화로 100만원 이내로 정리했다.

(해상운송으로 했기 때문에 통관 등을 거쳐 실제로 짐을 배달 받기까지는 한달 가량 소요되었다.)

일본집 퇴거 기념 사진
텅 빈 집에서 와이프와 기념으로

짐을 다 보내고 나니 정말 처음에 이 집을 둘러 보러 왔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곳곳에 우리의 추억이 묻어 있었고 떠날 생각을 하니 홀가분 하면서도 코끝이 찡해오는 그런 기분이 났다. (심지어 방안에서 목소리마저 울렸다!)

일본 집 현관 출입키
퇴거하는 날 반납했던 키

퇴거날, 부동산업체에서 섭외한 퇴거 업체 담당자가 와서 집안 곳곳을 살피며 파손 된 곳은 없는지 확인을 했다. 일부 손상된 부분은 있어 변상하기로 했고 (보통은 보증금에서 제외한다.) 마지막으로 집 키를 반납함으로서 일본 집 퇴거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고보니 마루바닥 손상을 이유로 변상금 0만엔을 측정했길래 과거에 받았던 집안 점검표와 대조하여 보니 우리가 낸 상처가 아니었다. 하마터면 덤탱이 쓸 뻔😡 뭐든지 마무리는 꼼꼼히 잘 해야하나 보다.



사요나라 일본

국제이사와 퇴거까지 모든 것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 정말로 떠나는 일만 남았다. 이 다음집은 일본 도쿄의 다른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한국이 될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일본에서 살던 집 현관
집을 정말로 떠나기전 마지막 사진. 그리울거야…

이곳에서도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다. 사랑하는 지금의 와이프와 함께 시작한 집이었고 둘 다 커리어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일궈내었다. 그리고 코로나 동안에도 단 한번도 감염 없이 무사히 날 수 있었다.

일본 마지막 운전. 차량은 닛산 노트
일본에서의 마지막 운전

일본집과 작별인사를 한 후 캐리어에 가득 담은 짐을 싣고 이곳을 떠났다. 한국으로 가져가야 할 짐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일본 타임즈 쉐어카를 빌렸다. 닛산의 노트(ノート)차는 우리가 일본에서 가장 즐겨 탔던 차종이다. 이 차를 타고 캠핑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많이 했었다.

돈키호테에서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
돈키호테에서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

돌아가기전 가족들에게 줄 선물들을 사기 위해 신오쿠보에 있는 돈키호테에 들렀다. 한개, 두개 담다 보니 어느새 장바구니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아마 왠만한 외국인 일본 관광객보다 더 많이 샀던 것 같다.😅

나리타공항발 한국 인천행 티웨이 여객기 안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

돈키호테에서 쇼핑을 마치고 닛뽀리역 근처에 있는 APA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리타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윽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자주 보던 비행기 밖 풍경이었는데 이날은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창 밖에 가득 차 있었다. 이내 비행기는 이륙했고 이렇게 일본과 작별을 고했다.

지난 10년간의 추억이 깃든 일본. 아마 지금까지처럼 다시 일본에서 장기간 살게 될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에 있는 동안 너무 많은 추억과 경험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일본에 오고나서야 비로서 알 수 있었던 일본의 진짜 모습들은 나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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