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착륙 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 창문 덮개를 여시고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
지난 동남아 여행때 경유지로 거쳐가던 곳이 있었다. 바로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이었다. 여행루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호기심이 생겼다. 동남아 여행의 관문인 말레이시아는 어떤 나라일까.
떠나자 말레이시아로!
매번 도쿄에서 출발하다가 인천에서 출발하니 어딘가 모르게 새롭다. 한국에 돌아오기는 왔나보다. 오전 6시임에도 출국 카운터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출장가는 사람, 여행가는 사람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가운데 우리는 하이브리드형 (둘다를 목적으로) 출국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KUL)까지는 직항편으로 약 6시간 35분. 하루의 1/4을 비행기에서 보내야하기 때문에 편안한 차림으로 가는 것이 좋다. 나는 애착 목베개와 도중에 지루하면 읽으려고 밀리의 서재에 책들을 담아 두었다.
이번에 이용하게 된 항공사는 말레이시아 LCC인 에어아시아 X. 기내 수화물은 7kg까지 무료. 짐을 최대한 줄여서 갔는데도 전자저울상 무게가 오버되는 바람에 현장에서 12만원이나 추가 결제….를 하고 말았다.😭 LCC탈때는 무조건 수화물 사전 결제해야겠다.
이른 아침 출발로 피곤해서 였는지 출발하고 1시간 지나서 바로 골아 떨어졌다. 책은 무슨. 침이나 안흘렸으면 다행이다. 다행이 목베개가 있어 크게 불편함 없이 갈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 첫 발을 내딛자마자 동남아스러운 묵직한 열기가 격하게 반겼다.
곧바로 빠른 보폭으로 입국 심사대로 향했다. 참고로 말레이시아는 입국전에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MDAC(Malaysia Digital Arrival Card)라고 하는데 사이트(https://imigresen-online.imi.gov.my/mdac/main)에 접속해서 여권정보와 숙박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입국 3일전부터 입력이 가능하고 작성이 완료되면 PIN 넘버가 적힌 확인증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미리 준비 못한 사람들은 입국 심사전 현장에서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작성방법은 네이버 제이드님 블로그를 참고했다.
🔗https://blog.naver.com/lotto0513/223291655616
미리 준비한 MDAC PIN넘버 화면과 여권, 항공 탑승권을 제시하니 별탈 없이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일전에 발리 입국 할때 항공 탑승권을 별 생각 없이 버렸던 적이 있다. 그런데 입국심사관이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으면서 불같이 화를 냈었다. 탑승권이 없는게 말이 되냐며…🥲 그 이후로는 탑승권을 입국심사 끝나기 전까지 절대(!) 버리지 않는다.
입국 도장을 쾅쾅 찍은 후 쿠알라룸푸르 입성을 완료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까지는 KLIA 특급열차로 이동할거기 때문이 시간이 있었다. 배도 고프겠다, 공항 빠져나가기전에 있던 홈타운 하이난 카페(HOMETOWN HAINAN COFFEE)로 들어갔다.
드링크와 식사류를 파는 레스토랑이었다. 메뉴판을 열어보니 나시르막 등 동남아요리가 있었다. 느낌상은 태국보다 인도네시아에 가까웠던 듯. 배가 고프니 뭐든 다 맛있어 보인다.
우선 진한 아이스커피와 카야잼 토스트를 주문했다. 올드타운커피라는 곳도 유명한데 쿠알라룸푸르 경유 할때 들렀었다. 이곳은 올드타운커피와 비슷하다.
빵 가운데 카야잼과 버터가 발라져있다. 정말 단순한 조합인데 이게 꽤 맛있다. 달달과 고소가 절묘하게 어울어지는 맛. 배고픈 여행객에게 이보다 간편하면서 맛있는 음식은 없다.
이것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지. 입도 두갠데! 그래서 나머지 하나는 나시고렝을 시켰다. 볶음밥의 일종인데 인도네시아 갔을때도 자주 먹었었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비주얼. 맛은 인도네시아가 압승.
KLIA를 타고 쿠알라룸푸르로
배도 든든해졌겠다, 이제 숙소로 향하자. 우리는 사전에 클룩으로 KLIA 티켓을 구매해 두었다. KLIA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도시 중심부인 KL 센트럴(kl sentral)까지 이동하는 급행열차다. 이동시간은 약 30분. 공항내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플랫폼까지 가는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평일 오후 시간대라 그런지 KLIA 열차 안은 거의 텅빈 상태였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게 잘 관리 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공항갈때 자주 타던 스카이라이너가 생각난다. 그보다는 조금 좁기는 하지만 크게 불편함은 없다.
좌석은 특별히 지정되어 있지 않아 빈 자리에 앉으면 된다. KL센트럴까지 가는 동안 기차 창밖 풍경을 보며 이곳이 말레이시아임을 실감했다. (반투명 선팅지가 붙어 있어 선명히 보이지는 않았다 ㅠ)
KL센트럴에서 하차한 후 KJL(레드)라인으로 갈아탔다. 이때 살짝 멘붕이 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KJL이정표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인포데스크에서 물어보고 간신히 플랫폼을 찾았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KJL이라고 쓰여있지 않았던 것 같다. 🤔
두 역을 지나 Masjid Jamek역에 내렸다. 이곳에서 숙소 더 로버트슨 레지던스 앳 부킷 빈탕 쿠알라룸푸르(The Robertson Residences Bukit Bintang)까지는 도보로 16분. 그랩(우리나라 카카오T같은 서비스) 하다가 풍경도 볼겸 걸어가기로 했는데 왠걸….비다.
동남아에서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오다 그쳤다 한다. (우산은 필수품!) 빗길을 뚫고 거리를 가로 질러 구글맵에 의지해 걷고 또 걸었다. 10여분 지나자 고층에 보랏빛 ‘R’로고가 붙어있는 건물이 보였다. 저곳이 이번 여행내내 묵을 곳이다. 숙소는 와이프가 사전에 에어비앤비로 예약해 두었다. 셀프 체크인을 완료하고 짐을 풀어놓자마자 급 잠이 쏟아졌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쿠알라룸푸르에 어둠이 찾아왔다. 낯선 곳을 찾아오는 긴장감도 풀린 탓인지 뱃고동소리가 요동을 친다. 정신 차리고 저녁을 먹으로 밖으로 나왔다. 길거리 여기저기서 인도카레 냄새가 풍긴다. 참고로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 58%, 중국인 25%, 인도파키스탄인 7%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킷빈땅 야시장
숙소에서 도보로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부킷빈땅 야시장(잘란알로 푸드스트릿)이 있다. 길 양 옆으로 식당들이 늘어선 곳이다. 야외 테이블에는 이미 식사를 즐기는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이국적인 음식 냄새들과 코끝을 찌르는 두리안 향기가 뒤섞였다.
원래는 사이우(Sai Woo)에 가려고 했으나 북적이는 인파로 찾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그랜드 스카이 (豪天美食館 Grand Sky)로 들어갔다. 이곳도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야외 테이블은 손님들로 한가득. 우리는 시원한 실내 테이블로 갔다.
일단 목을 축이기 위해 맥주를 주문했다. 참고로 말레이시아는 종교(국교)적 문제로 맥주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싸다!
그래도 맥주 없이는 동남아 여행을 할 수 없지. 태국에서 즐겨 맛였던 타이거맥주를 컵에 한가득 부어 와이프와 시원하게 들이켰다. 병맥주는 350ml정도라서 다섯병 세트로 주문하긴 했지만 금방 다 마셨다.
메뉴는 칠리크랩부터 시작해서 현지 요리, 중식요리 등 다양한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기재되어 있는데 (한국어는 없다.) 메뉴명만으로는 음식이 도저히 상상 되지 않는다. 혹여라도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래서 우리는 무난한 걸로 가기로 했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니 가지볶음이 맛있다고. 그래서 주문해보았다. 4등분한 가지와 오크라, 어떤 채소 줄기 등이 함께 볶아진 요리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한젓가락 입으로 가져가보았다. 맵짠 소스가 잘 스며든 가지가 매력적이다.
그런데…그런데…! 얼마후부터 갑자기 진~~한 생선액젓 향이 올라온다. 이곳 전통 소스같다. 음식이 식기 시작하면서 그 향은 더욱 강해진다. 결국 몇젓가락 못먹고 내려놓았다. 생선향에 약한 사람이라면 비추다.
그래도 인도네시아에서 자주 먹었단 사테는 무난하리라 예상했다. 크게 무리는 없었다. 소스는 어딘가 된장 같기도 하고 땅콩이랑 다른 것들을 섞은 것 같은데 구미가 크게 땡기는 맛은 아니었다. 결국 맥주만 벌컥벌컥 마시고 저녁 식사를 마쳤다.
[식당정보]
그랜드 스카이 (豪天美食館Grand Sky)
주소: 66 & 68, 亚罗街, Bukit Bintang, 5020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후 3시 30분 ~ 익일 오전 1시 50분
이렇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첫날을 마무리 지었다. 인도네시아, 태국과 기온이나 음식은 비슷한데 전체적인 풍경은 어딘가 모르게 또 달랐다. 과연 내일부터 마주하게 될 모습은 어떤 것들일까. 여행이 언제나 설레이는 이유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말레이시아 여행 가게 되면 이 글을 꼭 참고하겠습니다 ^^ 그리고 작년에 직장 선배가 말레이시아 다녀오면서 카야잼을 선물해줬었는데 빵에 발라먹으니 엄청 달고 맛있더라고요~~ 🙂
카야잼 정말 맛있어요! 버터랑 함께 곁들여 드셔보세요~~ 물론 커피도 한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