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크고 화려한 건물들을 마주하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부터 전면이 유리벽으로 된 메르데카 118까지. 그러다 잠깐 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화려한 현대의 도시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비좁은 주택가가 눈 앞에 드러난다. 말레이시아의 오늘과 어제가 공존한다. 비단 거리뿐만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모습이 어울어지는 나라다. 음식 또한 그러하다.
베트남 레스토랑 사오남 KL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 58%, 중국인 25%, 인도파키스탄인 7% 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다. 그러한 사실이 말해주듯 쿠알라룸푸르 곳곳에서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접할 수 있다.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베트남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베트남 현지로 순간이동을 한 기분이 든다.
다양한 종류의 베트남 요리와 차, 그리고 알코올 들이 메뉴 한가득 실려 있다. 사실 이곳에 오기전에 이미 사전조사를 해두었다. 그래서 메뉴를 보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동남아의 무더위를 이겨내는데는 역시 시원한 생맥주 만한 것이 없다. 음식이 나오기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우선 목부터 축인다. (캬~~)
얼마 지나지 않아 앙증맞은 사이즈의. 스프링롤이 등장했다. 막 튀겨서 나와 고소한 기름냄새와 윤기가 흐르는 스프링놀이 먹음직 스러워 보인다. 거기에 베트남 요리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고수도 함께 담겨 있다.
스프링롤을 반입 베어물어본다. 바사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분좋은 식감과 적당히 기름진 육즙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다시 맥주를 한 입 크게 마신다.
스프링롤로 감칠맛을 돋구고 있는 사이 오징어 샐러드가 등장했다. 살짝 데친 오징어와 오이, 그리고 각종 야채가 새콤한 드레싱에 버무려져 있다. 크게 감동적인 맛은 아니다. 왜인지 이런건 하나쯤 시켜 두어야 할 것 같아 주문했다. 입가심용으로는 나쁘지 않다.
이윽고 오늘 이곳을 찾은 진짜 이유인 베트남 쌀국수가 등장했다. 일전에 인도네시아 여행때 먹었던 쌀국수가 기억에 남아 이곳에서 그때의 향수를 되살리고자 했다.
흰색의 탱글탱글한 쌀국수를 젓가락 한가득 들어올려본다. 식감은 굉장히 부드럽다. 국물의 향을 한껏 빨아들여 담백한 느낌이 난다.
렌게에 국물을 떠 먹어본다. 원래 고수도 들어가 있었지만 와이프는 고수를 싫어해서 나오자 마자 덜어냈다. 그래도 약간 고수향이 느껴진다. 매콤한 청량고추 같은 것이 들어가 있어 나름 칼칼하다. 아쉽게도 그때의 향기를 떠올리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하지만 기분 좋게 배부르다. 앞으로는 고수 말고 청량 고추를 넣어서 먹어야 겠다.
📍Sao Nam KL
ー 위치：25, Tengkat Tong Shin, Bukit Bintang, 5020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ー 영업시간: 오후 12시~ 2시 30분, 오후 6시 ~ 10시
ー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갈하다. 음식도 무난하다. 한국에서 먹는 베트남 요리가 더 맛있는 것 같다. (★★☆)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돌아가는 길에 웨이팅 행렬이 늘어진 또다른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TG’s Bistro라는 곳으로 인도 음식점이다. 이곳은 100cm가 넘는 로띠 티슈로 유명하다. 그러나 땡볕에서 웨이팅할 자신이 없다.
파빌리온 조단 홍콩 레스토랑
그렇다고 맛을 포기할 수는 없다. 설령 웨이팅을 하더라도 실내에서 기다릴 수 있는 곳. 우리 부부가 매일 같이 들른 파빌리온에 있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홍콩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조단(JORDAN)이 있다.
입구에는 조단의 시그니처 메뉴가 게시되어있다. 이곳도 웨이팅이 있다고 들었는데 다행이 우리가 갈때면 대체로 한적한 분위기였다. 사진만으로도 어딘가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난다.
조단의 시그니처 중 단연 으뜸은 밀크티다! 특히나 아이스 밀크티는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매력적이다. 투명한 병에 담긴 밀크티가 마치 맥주처럼 어름 양동이에 담겨져 나온다. 말레이시아의 무더위를 이겨내는데 이만한 음료가 없다! (가격 RM11.90)
아이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밀크티는 귀여운 시그니처 소가 그려진 하얀 잔에 담겨져 나온다. 어찌나 정이 넘치던지 잔에 넘칠 정도로 담겨져 왔다. 눈이 뽕 하고 떠지는 달달함과 풍미가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곳을 두번이나 오게 되었다. (가격 RM7.90)
밀크티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이 또 있다. 바로 에그타르트다. 파이지 안에 가득찬 노란빛 계란이 노릇노릇 구워졌다. 여직 에그타르트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다. 조단에 가면 꼭 먹어야할 메뉴에 포함되어 있길래 주문해보았다.
구운지 얼마 안되어어 따끈 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 난다. 에그타르트 안에 계란은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비주얼과 식감을 보인다. 밀크티와 함께 먹어도 좋고 너무 달수도 있으니 블랙 커피를 주문해서 함께 먹는 것도 좋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가격 2개 RM7.90)
이건 버터가 올라간 미니 브릭 토스트. 에그타르트만큼의 감동은 없었지만 무난하게 커피와 함께 먹기 좋다. (가격 RM13.90)
조던 홍콩 레스토랑에 카페 메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식사메뉴도 있다. 차이나 레스토랑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면요리지. 조던 레스토랑 메뉴판을 보면 추천 메뉴에는 좋아요(👍)표시가 있다. 그 중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이 바젠 치킨 드럼스틱 누들.
이곳에 와서 땀을 많이 흘리기도 했고 기력보충이 필요했는데 메뉴를 보자마자 선택했다. 메뉴판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욱 진한 갈색(거의 검정색) 국물이다. 약재가 들어갔는지 거의 한약에 가까운 냄새가 풍긴다. 닭 다리는 마치 오골계 같이 검고 말이지…!
의외로 면은 황색 빛을 띈다. 적당히 간이 되어 있고 식감도 나쁘지 않다. 먹는 동안 한약을 먹는 건지 면 요리를 먹는건지 착각이 들었을 정도.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다가 먹다보니 (조금) 빠져들었다. 건강해 지는 맛이란게 이런걸까. (가격 RM18.90)
그럼에도 호불호는 상당히 강할 맛과 비주얼이다. 대신 무난한 음식들도 많이 있다. 조단 차슈 라이스도 그 중 하나. 짭조름한 차슈에 밥을 곁들여 먹는 덮밥이다. 하나쯤 주문해두면 다른 실패들을 만회할 수 있다. (가격 RM20.90)
📍佐敦冰室 Jordan Hong Kong Restaurant Pavilion Kuala Lumpur
ー 위치: 00, Lot 1, 168, Jln Bukit Bintang, Bukit Bintang, 5510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ー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10시
ー 아이스 밀크티와 에그타르트는 꼭 먹어 봐야 할 추천 메뉴! 다른 음식들은 무난한 맛이다. 몸 보신이 필요하다면 K07번, 바젠 누들을 선택해 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