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쉐어하우스에서 첫 하루를 보냈다. 낯선 이국땅이라는 긴장감보다 ‘드디어 일본이다!’라는 설렘이 온몸에 차고 흘러넘쳤다.
평일에는 그렇게 잠이 오더니 웬걸 새벽 6시만 되어도 눈이 번쩍번쩍 떠진다. 다음 주부터는 인턴 출근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2박 3간은 자유롭게 도쿄를 관광할 수 있다. 관광객 모드에 들어가기 전 맨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교통편이었다.
도쿄 도영 버스 정기권 구매하기
도쿄에 와서 가장 큰 걱정은 교통비였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 교통비는 비싸다. 전철로 4 정거장 떨어진 곳을 가도 180엔 이상. 거리가 멀어지면 그에 비례해서 더 올라간다. 1시간 정도 거리라면 족히 400엔 이상은 나온다. 버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은 회사에서 보통 교통비를 지원해 준다. 금액 보조 정도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2만 엔 이내, 또는 전액 보조해 준다. 대신 조건이 있다. 정기권 구매를 해야 한다.
정기권은 전철(지하철), 버스 등 특정 노선을 정해진 금액으로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다. 일종의 프리패스. 이 중 이동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보고서 선택하면 된다.
도쿄 스미요시에서 인턴 근무처인 오다비아까지 전철 40분, 버스 50분. 하지만 비용면에서 전자는 600엔대라면 후자는 400엔대. 돈이 부족한 나에게 선택지는 버스였다. 그래서 버스 정기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버스 정기권은 각 버스 영업소나 지정 발권기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위치조사를 해두었다. 스미요시 근처에는 몬젠나카초역(門前仲町駅)내에 정기권 발권소가 있었다.
통근용 정기권을 구매한다고 말하면 작성 서류를 하나 준다. 이름, 생년월일, 이용기간 등의 정보를 기재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끝. 이제 도영버스에 탈 때면 정기권을 보여주면 된다. (💡현재는 IC카드로도 이용이 가능한 듯) 대신 도영이 아닌 다른 회사 버스나 전철이라면 승차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제 버스 정기권이 있으니 교통비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다. 쉐어하우스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고작 30초. 버스를 타고 도쿄 방방 곳곳을 누비리라. 정기권을 받아 들자마자 바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신주쿠까지 가보았다. 킨시쵸역앞(錦糸町駅前)에서 탑승해서 오츠카 산쵸메(大塚三丁目), 거기서 다시 와세다(早稲田), 그리고 신주쿠역 서쪽입구(新宿駅西口)까지 2번을 갈아탔다. 돈은 추가로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무려 1시간 30분 이상 걸렸다. 지하철이었다면 22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했다. 버스는 출퇴근할 때나 가까운 거리 갈 때만 타자. 돈 아끼느라 시간 버리지 말자. 정기권의 기쁨은 큰 깨달음과 함께 스르르 사라졌다.
도쿄 첫 여행지, 아사쿠사
고풍스러운 사찰 등이 많은 교토(京都)에 비한다면 도쿄는 도시다. 현대적인 건물들이 늘어서있지만 일본 스러운 옛 정취가 살아있는 장소는 적다.
그래서 선택한 도쿄 첫 여행지는 아사쿠사(浅草). 도쿄에서 전통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사쿠사 센소지는 약 1,400년 이상이 된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기도 하다. 이곳이 상징이기도 한 빨간 등불, 카미나리몬(雷門)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필수 코스.
아사쿠사역(浅草駅)에서 내려서 도보로 3분이면 카미나리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전 세계 관광객은 다 만난 듯하다. 높이 약 3.9미터의 거대한 붉은 초롱등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눈치껏 적당히 찍고 빠지는 게 상책.
카미나리몬을 지나면 나카미세 상점가(仲見世商店街)가 나온다. 센소지까지 이어지는 약 250ml 길을 사이에 두고 약 90여개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전통 간식에서부터 기념품, 심지어 일본도까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상점이 여럿 있다. (💡영업시간은 개별적이지만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6시 이후로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잠시 목이라도 축일 겸 냉녹차와 멜론빵을 사서 먹으며 걸어보았다. 아사쿠사 명물인 멜론빵은 멜론맛이 아니다. 겉 표면이 마치 멜론 모양이 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맛은 소보로빵과 비슷하다. 독특한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사람이 워낙 많아 정신이 없는 나카미세를 벗어나 센소지에 들어가면 이내 조용해진다. 사찰 안이라서 다들 정숙하는지도 모른다. 센소지안은 여느 일본사찰과 비슷하다. 도심 한가운데 전통이 느껴지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있다.
센소지 안에서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다. 바로 향로(香炉)다. 은은한 향의 향기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른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향로 앞에서 사람들이 특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로 앞으로 가서 손으로 연기를 본인 쪽으로 젓는다. 향을 쐬면 병을 낫게 하고 건강해진다는 믿음이 있다고. 아픈 부위에 쐬면 치유가 되고 머리에 쐬면 머리가 좋아지고 지혜로워진다고 한다. 나는 머리가 더 좋아지라고 머리 쪽에 집중적으로 향을 쑀다.

카미나리몬에서 시작해서 센소지를 둘러보고 향까지 쐬는 걸로 도쿄 첫 관광을 마무리 지었다. 이곳이 일본 도쿄라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