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이력서를 넣을 때면 대략적으로 위치가 어딘지 확인해 보고는 했다. 로드뷰 기능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미리 회사 주변을 둘러본다. 건물도 깨끗하고 역에서 가깝거나 번화한 상권에 있는 회사는 왠지 모르게 더욱 호감이 갔다. 만일 겉이 별로다 싶으면 속(내부 인테리어)이라도 괜찮으며 된다. 직장인 시절 가지고 있던 사무실에 대한 인식이다.
공유오피스에서 1년을 보내다
코로나가 한참일 무렵은 재택근무제도를 택하는 회사가 많았다. 당시 다니던 회사도 마찬가지였고 한 달에 두어번 출근해 보면 30여명이 족히 들어가는 사무실이 텅텅 비어 있다시피 했다. 오히려 재택근무가 출퇴근 시간도 아낄 수 있고 아침부터 분주히 외출 준비를 할 필요 없으니 세상 편할 수 없었다. 사무실 자체를 없애는 회사까지도 등장했다.
이후 창업의 길로 들고부터는 재택하던 방식대로 집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미 습관이 되어 있어서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 씻고 컴퓨터 책상에 앉아 의뢰받은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다 저녁 시간대가 되면 적당히 컴퓨터를 끄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1시간이나 걸리던 출퇴근 길은 피곤하기는 했지만 거리나 창밖 풍경을 볼 수도 있었고 인파 사이에서 이런저런 사람들 관찰하는 재미도 있었다. 재택하면서부터는 고작 집 근처 마트 나가는 게 전부였다. 조용한 동네에 살았기에 지나가는 사람과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집과 업무공간을 분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와이프도 일을 같이 시작했기 때문에 두 사람 다 집안에만 있으면 ON/OFF가 되기 어려웠다. 집과 접근성이 좋으면서 적당히 번화한 곳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찾아보았다.
보증금 0천만원, 월 00만원.
마음에 드는 사무실이 여러 곳 나왔는데 다들 금액대가 보통이 아니었다. 두 사람 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기본 월 100만원 가까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집기들까지 준비해야 하는 데 자금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공유오피스’의 존재를 떠올리게 되었다.
보증금이나 각종 집기에 대한 부담 없이 몸만 들어가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공유오피스가 가지는 최대 장점이다. 위치나 내부 시설에 따라 금액대가 천차만별이기는 했지만 일반 월세보다는 저렴한 축에 속한다. 조건에 맞는 곳을 찾기 위해서는 역시 손품보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략 5곳 정도 현장 견학을 신청했고 그 중 위치나 가격, 그리고 사무공간 크기가 그나마 허용범위에 들어오는 곳을 찾았다. 공유오피스 브랜드 가라지(GARAGE) 약수점이었다. 약수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이면 도착한다. 모든 사무 공간은 개인실로 되어 있고 개별 냉난방이 가능하다. 창문도 시원하게 뚫려 있다. 때마침 공실 할인 이벤트가 적용되어서 2인실 정도 가격에 3인실을 계약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견학 당일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책상과 의자는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노트북만 들고 가면 언제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무료로 이용 가능한 커피머신이 있으니 커피값 부담도 없고 건물 전체에 와이파이가 잡히니 인터넷 접속도 걱정 없다.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개별적으로 모니터를 준비한 것 말고는 사무실에 특별히 돈 들어갈 일이 없었다.
새로운 오피스로 이사 가다
거의 매일 같이 공유오피스로 출근했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갔다. 회사 다닐 때는 그렇게도 가기 싫었던 공간이 지금은 안 가면 오히려 어색한 곳으로 변했다. 저녁 약속 때문에 나왔다가도 시간이 남으면 오피스에 들러 적어도 글(블로그)이라도 적기도 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곳에 입주한지 만 1년이 되었다. 가라지 계약기간은 1년 단위.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공간이었지만 할인(프로모션) 변동으로 월세 부담이 높아졌고 3평 미만의 좁은 공간에서 오는 답답함은 큰 창문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았다. 얼마 전 집도 이사하면서 출퇴근 거리도 멀어졌다. 그래서 사무실 이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전과 마찬가지 기준을 가지고 여러 후보지를 물색했다. 자금 여유만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아직 창업 초기 회사에게는 한 푼이 아쉬울 때다. 되도록 월세 부담이 적으면서 이동(교통편)이 편한 곳, 거기에 주변 분위기도 활기가 있는 곳.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몇 날 며칠을 찾아보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매물을 찾기 어려웠다. 몇몇 공유오피스도 다시 보기는 했지만 지금보다 나은 점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상수역 인근(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를 발견했다. 연식이 조금 되었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조건을 만족시켰다. 평수도 대략 8평 남짓. 두 사람이 일하기에는 충분한 넓이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물건 견학한 당일에 계약까지 진행해 버렸다. 이번에는 2년 계약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모든 것을 새로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은 공유오피스와는 다른 점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책상과 의자부터 준비했다. 책상 위에 노트북과 모니터를 설치해 두니 금세 사무실다워졌다. 다행히 건물 전체에 초고속 인터넷 회선이 깔려 있어 와이파이 공유기만 따로 준비했다. 이제 사업만 키워나가면 된다.
직장인일 때는 회사 건물이 보증금이나 월세가 얼마인지, 어떤 것들을 구비해야 하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업무만 충실히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내 사업을 하는 순간부터는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해서 실행시켜야만 한다.
요즘 상수역 주변을 걸어 다니며 부동산 앞에 붙어 있는 사무실 임대 정보를 자주 살펴본다. 적어도 10명 이상이 근무하는 회사(사무실)를 하려면 보증금 2~3,000만원에 월세 1~200만원대는 가는 듯하다. 사무실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본다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직원(멤버)’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부담 가는 것도 아니다.
2년 동안 열심히 사업을 키우자. 직원 10명 이상 고용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키자. 개방감 있고 자유로운 생각이 넘쳐나는 오피스 분위기를 만들자. 사무실이 있기에 새로운 꿈이 생긴다. 다음번에는 어떤 오피스로 이사하게 될지 벌써부터 설레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