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도쿄행에 오르다.

내가 도쿄로 출장(겸 여행)을 간다니!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반대의 상황이었다. 30대 이후로 한국에서 이렇게 장기 체류 후 일본으로 넘어가는 건 처음이다.

도쿄행 에어서울 여객기
도쿄행 에어서울 여객기

처음이라는 설렘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가운데 인천에서 나리타행 에어서울 비행기를 타고 도쿄행 여정을 시작했다.

상공에서 바라본 도쿄 나리타 공항 인근
상공에서 바라본 도쿄 나리타 공항 인근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한 시간을 넘었고 착륙을 알리는 아나운스 멘트가 나왔다. 창 밖으로는 익숙했던 치바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고즈넉한 일본 시골의 모습. 오랜만이라고 반겨주는 것 같다.

비에 젖은 나리타 공항
비에 젖은 나리타 공항
나리타공항 게이트 셔틀 버스
나리타공항 게이트 셔틀 버스

비에 젖은 나리타 공항 활주로에 내렸다. 에어포트 리무진을 타고 입국 게이트로 향했다. 버스 출입문이 왼쪽이다. 그래, 이곳은 운전대가 우측에 있는 일본이다.

나리타 공항 입국장 통로
나리타 공항 입국장 통로

게이트에 도착해 입국장으로 이동했다. ‘Welcome to JAPAN’ 팻말을 든 마리오 친구들이 반겨준다. 캐릭터 강국 일본 답다. 이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풍경들이 달라 보인다.

나리타공항역에 정차중인 나리타 넥스 열차
나리타공항역에 정차중인 나리타 익스프레스(넥스) 열차

우리는 신주쿠까지 이동에 나리타 익스프레스, 넥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일본 살 때는 닛뽀리, 우에노까지 가는 스카이 라이너를 이용하고는 했다. 넥스 비용은 편도에 대략 3천3백엔. 비싸다, 비싸.

나리타 익스프레스(넥스) 내부
나리타 익스프레스(넥스) 내부

넥스 실내는 스카이라이너와 마찬가지로 깔끔하다. 신칸센도 그렇고 일본 고속열차들은 대체로 깔끔하고 정갈하게 되어 있다. 일본의 섬세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나리타 익스프레스(넥스) 창 밖 풍경
나리타 익스프레스(넥스) 창 밖 풍경

나리타공항에서 신주쿠까지는 넥스로 약 90분 정도. 가는 동안 창밖으로 주변 풍경을 살펴보았다. 네모반듯한 일본 차들과 이층짜리 주택들이 모여있는 고즈넉한 마을들. 일본에 돌아온 게 실감 났다.

도쿄 이오기역 앞
도쿄 이오기역 앞

신주쿠 역에서 내려 세이부 신주쿠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이오기(井荻) 역에 내렸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숙소에서 일주일간 지낼 예정이다. (숙소 내부모습 확인하기)

도쿄 이오기 주변 풍경
도쿄 이오기 주변 풍경


오는 동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부러 공복상태를 유지했다. 저녁으로 우리 부부의 최애 일본음식인 초밥을 듬뿍 먹으러 가기 위해서다.

최애 회전초밥 체인 하마즈시

하마스시 스기나미이구사(杉並井草)점 웨이팅 표를 들고
하마스시 스기나미이구사(杉並井草)점 웨이팅 표를 들고

도보로 10분 거리에 회전초밥 체인인 하마즈시가 있다! 스시로, 쿠라즈시, 캇파즈시 등이 있지만 하마즈시가 제일 입맛에 맞는다.

일본 사람들에게 스시는 국민음식이어서 점심시간은 물론 저녁시간에도 보통 웨이팅은 필수다. 한 가지 팁이라면 자리는 아무 쪽이나(どちらでも)를 고르는 것이 웨이팅 시간 단축에 유리하다.

하마스시 주문용 터치패널
하마스시 주문용 터치패널

한 30분을 기다려 간신히 자리 안내를 받았다. 운이 좋게도 카운터석이 아닌 테이블석. 앉자마자 주문 터치패널로 바로 초밥 주문을 시작했다. 맨 처음은 최애 스시인 ‘마구로(まぐろ)’

하마스시 녹차
우선 녹차먼저

초밥을 기다리는 동안 컵에 녹차가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 녹차를 만들었다. 목을 축이는데도 좋고 다음 초밥을 먹기 전 입가심으로도 제격이다.

하마스시 마구로
하마스시 마구로

얼마 안 있어 회전레일을 타고 학수고대하던 마구로 스시가 나왔다. 맛깔난 선분홍빛을 띄는 마구로. 드디어 만나는구나!

마구로에 와사비 한덩이 얹어서
마구로에 와사비 한덩이 얹어서

초밥 안에도 와사비(사비)가 들어있지만 미량이다. 그래서 선반 위에 놓여 있는 와사비를 짜서 살(네타) 위에 얹어 먹는다. 간장은 살짝만 찍어서 재료 본연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리고 입으로-!! 코뻥과 함께 초밥의 향연이 입안에서 펼쳐진다.

하마스시 에비 스시 3종
하마스시 에비 스시 3종

다음은 새우(에비) 3종. 익힌 새우, 단새우, 생새우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구로를 포함해서 이 3가지는 거의 3~4 접시씩 먹는다. 이걸 맛보려고 초밥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마스시에서 마시는 생맥주
하마스시에서 마시는 생맥주

여기에 맥주가 빠지면 섭섭하지! 눈으로도 목 넘김이 좋아 보이는 시원한 맥주거품. 일본음식은 역시 일본맥주가 최고다.

하마스시 카니미소
하마스시 카니미소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난 다음 다른 메뉴들도 추가로 주문했다. 이자카야 이소마루수산에서도 즐겨 먹는 카니미소. 초밥집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카니미소 군칸(군함). 파란 잎인 시소는 빼고 밥과 카니미소, 거기에 와사비 간장 살짝 쳐서 먹는다. 정말이지 미쳤다.

하마스시 규카루비 (소갈비) 스시
하마스시 규카루비 (소갈비) 스시

회전초밥집에 꼭 생선류 초밥만 있는 건 아니다. 고기를 얹은 초밥도 있다. 조카들이 좋아하는 소갈비 초밥도 시켜보았다. 초밥이라고 하기보다는 고기를 밥에 싸 먹는 기분이지만 단짠 조화가 매력적이다.

하마스시 미소시루
하마스시 미소시루

초밥은 대체로 차가워서 따뜻한 국물도 생각나는데 이때 함께 먹으면 좋은 게 미소시루. 우동이나 레멘도 있다. 이곳에는 없지만 카니미소시루는 게의 풍미가 느껴져서 정말 맛있다.

하마스시에서 마시는 준마이긴죠
하마스시에서 마시는 준마이긴죠

맥주를 다 마시고 난 다음에는 일본 술로 종목을 옮겨간다. 이번에는 준마이 긴죠. 쌀로 빚은 일본 사케다.

준마이긴죠와 초밥
준마이긴죠와 초밥

사케야 말로 초밥과 찰떡궁합이다. 어느 정도 배도 찼겠다, 초밥 한점 먹고 사케 한잔 들이켠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하마스시 에비 이쿠라
하마스시 에비 이쿠라

나는 감히 손을 못 대는 이쿠라(연어알). 우리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새우와 이쿠라가 한 접시에 담긴 한정판 메뉴.

하마스시 이카 텐뿌라
하마스시 이카텐뿌라

그보다는 역시 마구로, 에비, 그리고 오징어 튀김 같은 것들이 좋다. 술도 술술 넘어가고 맛도 무난하니 무리 없이 몇 접 시도 먹을 수 있다.

하마스시 다이가쿠이모
하마스시 다이가쿠이모

우리 부부는 하마즈시에 오면 마무리로 꼭 다이가쿠이모를 먹는다. 고구마맛탕이라고 보면 된다. 차갑지만 달달하고 고소해서 디저트로 제격이다.

회전초밥의 묘미는 단연 접시로 탑 쌓기

회전초밥집에서는 접시를 쌓아두고 먹는 게 진짜 묘미다. 족히 20 접시 이상은 먹었다. 이렇게 먹어도 부담 없다. 계산하니 3천 엔대. 배부르고 맛있고 거기에 저렴하기까지. 이 맛에 회전초밥집에 온다.

하늘 높이 달려 있는 하마스시 간판
하늘 높이 달려 있는 하마스시 간판

도쿄에 가면 제일 먼저 회전초밥부터 먹겠다던 우리의 목표를 달성했다. 일본 떠나기 마지막날 밤에도 초밥을 먹었다. 회전초밥이야 말로 우리 부부의 소울푸드다.


📍하마즈시 스기나미이구사점 (はま寿司 杉並井草店)
주소: 東京都杉並区井草3丁目31−5(*주소 클릭하면 지도 이동)
영업시간: 오전11시 – 오후 11시
코멘트: 일본의 대표적 회전초밥체인. 어느지점을 가도 균일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여러 체인 중 저렴하고 맛있는 곳은 역시 하마즈시인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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