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부터 이 회사가 인생 마지막 회사라는 마음으로 입사했다.

이쯤 되면 프로 퇴사러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 다시 퇴사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회 생활 8년간 5번째 사표이다. 지난 포스팅 [나는 사표를 냈었다. 퇴사의 역사]를 작성한지 약 8개월만으로, 이제 전직 이력은 그만 추가하고 싶다…라고 했는데 결국 추가 하고야 말았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

퇴사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길’일 것이다. 회사의 길이라고 하면 미션이나 비전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기업의 미션, 비전, 가치의 정의가 필요하다. 에 기록하였다.) 처음에는 그 길을 가는데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즐거웠다. 그 분위기에 녹아 들었다. 왠지 이번에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주변의 소리와 함께 나도 이곳의 현실을 점점 마주하게 되면서, 분명 목적지는 같은데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방법이 다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원대한 포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전략이 없었고 시시각각 변하는 전술로 인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나 모티베이션마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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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이 길은 어디로 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정말 알수가 없더라. (사진은 시부야 MIYASHITA PARK 가는 길)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구성원들의 ‘비명’이었다. 나보다 오랜 기간 재직을 했지만 내가 봐 왔던 것 이상의 것들을 보고 있었고 상당한 불안함을 표출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회사와 이들간의 온도차이가 극명하게 차이났다. 그 갭을 메꾼 이들에게는 좋은 터전이 되었지만 (나를 포함한)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압정이 깔려있는 가시방석과도 같았다.

#퇴사 이후의 나

회사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 회사가 객관적으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래서 나는 나쁜 회사라고 하기 보다는 나에게 ‘안 맞는 (안 맞았던) 회사’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가고 싶은 직장이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2020년 9월 30일부로 5번째 퇴사를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10월 1일부터 6번째 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처음으로 온전한 일본 회사(일본인 경영인에 의한 조직)로의 전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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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회사 마지막 면담날 아침.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다.

다시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해야 하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크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 빠른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퇴사는 그 이후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만약 훗날 내가 6번째 직장을 퇴사한다고 해도 이번과 같은 이유로 떠나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목표가 있고 그를 위한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에게 남은건 냉철한 자기성찰과 끊임없는 자기계발일 것이다. 그것이 5번째 직장, 동료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 일 것이고 나 스스로에 대한 최선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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